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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초등)] 내 인생의 첫 술
작성일
2021.02.04

[장려상 - 청소년글짓기 부문]


내 인생의 첫 술


김 동 현 / 미국


거실에 앉아있었다. 내 앞에는 컴퓨터가 열려 있었다. 화면에는 할아버지 의 얼굴. 할아버지와 나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사회적 격리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줌(zoom) 미팅을 하고 있다. 오늘도 줌 미팅으로 할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할아버지께 영어를 가르쳐드리고, 할아버지는 나 에게 한자를 가르쳐주신다. 서로의 수업을 마친 후,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물어보셨다.
“자, 동현아, 일주일 동안 좋았던 일 세 가지만 말해 봐라.”
나는 생각해 봤다.
“아, 맞다! 목요일…… 4월 30일에 아주 큰일이 있었죠…….”
내가 대답했다. 솔직히, 그 일을 말씀드릴지 잠깐 고민을 했다.
“그날…… 제가 드디어 술을 처음으로 맛봤어요.”
“뭐라고? 와아아, 축하한다!”
할아버지께서 박장대소하며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나의 소식을 듣고 좋아하셔서 사실 나는 놀랐다. 왜냐하면 열두 살의 나이에 벌써 술을 먹어 보았다는 말을 듣고, 안 좋아하시거나 걱정하실까 봐 망설였는데 할아버지 가 좋아하시다니…… 의외였다. 할아버지는 한국 가족의 술 문화의 전통을 유지해서 기쁘다고 하셨다. 헐, 술 문화라고? 무슨 가족 전통을 말씀하시는 거지?
“그렇지, 술은 아버지한테서 배우는 거야!”
할아버지께서는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너거 엄마는 고등학교 다닐 때, 내가 처음 술을 가르쳐줬다. 너는 중학생 인데 벌써 첫 술을 배우다니, 히야~~~ 이거야말로 ‘청출어람 청어람’이구 나, 하하하하!”
완전 껄껄껄껄 웃으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한자와 뜻을 배우게 되었다. ‘청출어람 청어람’의 뜻은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 다’라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lue is from violet, but it is much bluer than violet.’ 아주 멋진 말이다. 정말 뜻밖의 칭찬을 받은 ‘내 인생 의 첫 술’을 배운 그날의 이야기를 밝히겠다.

2020년 4월 30일. 그날은 우리 가족이 LA 갈비를 먹기로 했다. 엄마와 아빠는 갈비 양념을 만드시면서 캔 맥주를 마시고 계셨다. 코로나 기간 동 안, 우리 엄마 아빠는 술을 참 많이도 마신다. 엄마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 보시더니,
“동현아, 너 오늘 첫 맥주 아주 쪼~~~끔 마셔보는 거 어때?”
뜬금없이 질문하셨다. 나는 조금 생각해 보다가 대답했다.
“그래요!”
드디어 저녁시간이 되었다. 나는 식탁에 소주잔을 준비해 놨다. 엄마는 지 하실에서 미켈럽 울트라(Michelob Ultra) 맥주 한 병을 가져오셨다. 병을 딴 다음, 아빠는 정확히 1센티미터의 맥주를 소주잔에 따라 주셨다. 어른한 테 술은 두 손으로 받는 거라고 아빠께서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 리고 술을 마시는 게 예의라고 가르쳐주셨다. 나는 엄마 아빠와 건배를 하 였다.
“동현이 인생의 첫 술을 위하여, 건배!”
“건배!”
“예, 건배!” 고개를 돌린 후, 맥주를 원샷했다.
“아이, 써!”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맥주의 맛은 아주 특이했다. 혀에 닿을 때 톡 쏘 며, 거품이 입안에 부글부글거렸다. 첫맛은 쓰지만, 나중에 달아졌다가, 목 구멍을 내려갈 때는 소다를 삼키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맛이 있었다. 나는 다음번에 또 마셔볼 수 있는 기회가 기대되고 신났다.
“내 아들 맞네!”
우리 아빠가 이렇게 좋아하실 줄이야.
“에이, 술로는 내 아들이지!”
엄마가 치고 들어오셨다.
맞다. 솔직히 엄마가 아빠보다 술을 잘 마신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첫 술을 마신 나의 이야기를 듣고 ‘청출어람 청어람’이라고 말씀하시며 좋아 하신 것 같다. 할아버지의 딸인 우리 엄마, 우리 엄마의 아들인 나, 앞으로도 우리의 역사는 쭉쭉 흐를 것이다.

나는 코로나 기간 동안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할아버지와 줌 미팅 을 끝내고 나니,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더욱 그리워졌다. 한국에 놀 러가서 다 같이 ‘용마폭포공원’에 산책도 하고, 서울 시내에도 놀러 가고, ‘유일 설렁탕’도 또 먹고 싶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