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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왕십리
작성일
2022.01.18

시 - 가작

왕십리

김 재 구 [인도네시아]


산비탈 골목은 좁아도
먼 산을 기둥으로 떠받친 넓은 하늘을 이고 살았던
왕십리 셋집
골목에서 방문을 여는 대문 없는 집은
파란 하늘에서 가까운 집

비가 오면 축대가 무너질까 걱정에
식구들은 잠 못 이루고
비가 개면 반가워 문을 열고
밤새 빗물로 목욕해 깨끗한 앞산을 바라보던
축대 아랫집

비 그친 앞산은 물안개를 첩첩 개어
하늘을 장롱삼아 구름을 저장 중이고  
산기슭 아카시나무가
젖은 몸뚱이에 꽃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던
5월 왕십리

꽃향기가 좋아라 소란하던 참새들의 수다가
누이들의 수다를 이기던
엄마가 지글지글 부쳐주던  
구수한 돼지기름 빈대떡 냄새가 생각나는
인도네시아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