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어머니의 숲
작성일
2022.01.18

시 - 우수상

어머니의 숲

리 련 화 [중국]


그녀가 늘어진 실타래로
균형 잘 잡히게 떠놓은 은하수
한 아름 품, 촘촘히 박힌 평온

빈방 어둠 속으로 깊숙이 가라앉은 침묵
검버섯 무수한 주름살 속으로 잠겨진 숙명
번갈아 되풀이되는 겉뜨기와 안뜨기
한 땀 한 땀 엮어 넓게 넓게 자라나는 지붕

흰 새벽이 우주천제를 한 바퀴 관통하는 사이
손 테두리 인고의 무늬 깊어진다.
그 아래로 닳고 닳은 발뒤꿈치의 고단함

굽은 등 언저리
몇 개의 산이 떠돌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등뼈

한 올 한 올 얽힌 땀방울
가난의 허기 내쫓는다.

시름의 계절 수십 번 바뀌는 동안
든든한 울타리로 피여나는
소담한 목련의 미소

엄동설한 파르르
칼바람에
굽어지고 비틀어져도
둥글게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푸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