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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엌에서 소 기르기
작성일
2022.12.14

시 부문 가작


부엌에서 소 기르기

김사비나 (미국)


가난한 우리 집에서 근근이 모은 돈으로
온 집안의 희망인 송아지 한 마리 장만하였지만,
소가 살 외양간이 없어 문밖에다 두자니 불쌍하고
울타리 없는 집이라 누가 잡아가면 어쩌나
송아지는 그 집 재산목록 1호니 부엌에서 키우기 시작을 하였지요.

처음엔 몇 달은 송아지라 작아서 부엌 한 귀퉁이 차지하여,
별 지장이 없더니 자라서 덩치가 커지며 암소가 되어
부엌에 한가득 되고 송아지가 아니라 소가 되어
제가 싫으면 뒷발길질하면
어머니는 저만큼 나가떨어져 며칠씩 앓게 되었지요.

외양간 지을 만한 재력도 없고 어머니 그런 능력이 없어
그래도 그 소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부엌에서 키웠지요
송아지는 부엌만큼 커가고, 보람도 커가고,
저걸 팔아서 큰아들 서울로 유학 갈
꿈이 부풀어 가고 행복은 쌓이는데,
바람나서 집 나간 아버지 어느 날 갑자기 밤에 오시더니
온 집안 꿈과 소망으로 부엌에서 키우던
소를 몰래 시장에 팔고 달아나셨다.
그 밤으로 어머니 산에 올라 소 울음으로 산천이 떠나가라 울어 젖히고
온 동네 사람 밤새도록 잠 못 자고 같이 울었지요.

아침이 되어 산에서 내려온 어머니 다시 시작하자 모진 맘 먹고,
동네 사람들 돈을 모아 다시 송아지 하나 장만하여
부엌에서 키우기 시작을 하였고,
행복을 다시 가꾸어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