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운영사례

2022 한인회 운영사례 – 5)라스베가스한인회
작성일
2022.11.16

[2022 한인회 운영사례 – 라스베가스한인회]


회장 김동준


[한글날을 통한 지역 정부와 주민 ∙ 타민족 공동체의식 함양]


1. 한인회 개요
네바다주 라스베가스한인회는 1972년 설립되어 50년 역사와 25대 한인회 회장을 배출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1) 관할 지역은 클락 (Clark) 카운티와 라스베가스 시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2022년 8월 현재 약 30,000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클락 카운티가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거주지 및 사업체는 라스베가스 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호텔과 카지노가 위치한 ‘라스베가스 스트립’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3) 현지 한인들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시애틀 등 지역의 한인들과 달리 사업체 소유와 운영이 아니라 호텔과 카지노에 직접 연관이 있는 업종과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즉, 호텔 직종에 종사하거나 카지노에서 딜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거주 한인의 연령을 보면 대부분이 노인층으로 타주에서 은퇴 후 이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따라서 한인회 발족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활성화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팬데믹의 여파도 매우 크다.


5) 전 세계에서 연간 4천만 명의 각종 방문객이 찾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인과 연결되는 분야가 매우 적었으나 다행히 최근 첨단 전자산업에 한국 기업의 기여도가 높고 또한 한인문화콘텐츠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인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이 증가하고 있고, 한국과 한국인을 알리려는 사회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2. 한글날과 미국
1) 한글이 갖는 의미 – 2021년 10월 9일 라스베가스 소재 안산자매시공원에서 개최된 575주년 한글날 기념식 (Hangul Festival)에서 당시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박경재 총영사는 다음과 같은 축사를 하였다.

[“라스베가스 시의회가 10월 9일을 "Hangul Day"로 선포하고 라스베가스한인회에서 주관하는 한글날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Hangul Day" 지정을 위해 노력하신 김동준 한인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Hangul Day" 제정이 한글의 우수성과 실용성이 라스베가스에서 널리 알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략 -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문턱이 낮은 글자'라고 합니다. 배우기 쉽고 읽기 쉽고 어떤 소리도 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 24자로 글자를 구성하여 음절 단위로 초, 중, 종성으로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몇 시간만 배우면 말의 뜻은 모르지만 쓰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글은 한국을 문자 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의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한글은 우리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있는 한글교육기관 세종학당에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해외동포 청소년들도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다시 한 번 한글날을 경축하며, 이 뜻깊은 날을 맞아 우리 모두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 한글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새롭게 하기를 바랍니다.”]

한인의 얼이며 정신인 한글의 의미를 요약한 이 글이 보여주듯이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나의 가슴속으로부터의 명령이 된지 오래다. 한글의 의미를 미국정부와 미국인 그리고 타민족에게 전파하면서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민간공공외교라고 생각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글 사용자 수는 7,700만 명이 넘는다. 사용자 수로는 세계 13위다. 한국의 문맹률은 1.7%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100명 중에 한 명꼴. 미국의 문맹률은 21-23% 정도 된다.  한글은 쉽게 익힐 수 있다. 또한 한글은 인쇄체, 필기체 등이 따로 없고 하나로 지정된 음소로 그대로 읽으면 된다.

1만 1천 172가지의 소리를 표현. 한글 음의 총 수는 1만 1천 172가지로 언어와 자연의 소리 등 여러 소리를 받아 적을 수 있다. 일본은 300개, 중국은 400개 정도이며 다른 국가의 언어는 소리를 최대한 받아 적어도 1천 개를 겨우 넘는다.

독창적이며 자주적인 글자다. 한글은 14개의 자음, 10개의 모음, 겹자음, 이중 모음을 합쳐 40개의 음소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우수성들로 인해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세계 공통어로 쓸 수 있는 ‘알파벳의 꿈’이라 칭한다. 1989년부터 유네스코에서 국제 문맹 날 기념으로 세종대왕 상을 수여하고 있다.


2) 라스베가스에서 태어날 한글날을 위한 준비 

– 라스베가스한인회는 한인의 존재감과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각인시키고 한인의 찬란하고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한글을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한 사전 작업을 2021년 초부터 시작했다. 한인회 이사로서 활동한 2년 전부터 느낀 바로는 그동안 정부와 의회 및 지역사회와 타민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한인회 및 한인사회의 접근과 활동이 매우 저조하여 그 존재감이 매우 미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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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한인회 명의의 주간 “한인회 소식지” (LVKAA Newsletter)를 직접 만들어 한인사회와 주류사회, 언론, 타민족 대표 그리고 정부 및 의회 의원들에게 발송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점이라서 백신 정보에 대해 알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 한인사회 및 한인회 활동에 대해 홍보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라스베가스 시를 대상으로 시장과 시의원들을 접촉하여 한글의 존재와 우수성을 알리고 국경일인 한글날 기념식이 10월 9일임을 지역 정부에서 인식하도록 지속하여 알렸다. Carolyn Goodman 시장을 비롯하여 Victoria Seaman 시의원, Michelle Fiore 시의원, Brian Knudsen 시의원 등을 만나 한인사회의 현황을 알리고, 이메일을 통해 알리고, 시의회 모임에 참석하여 알리고, 시의원 모임에 참석하여 한인과 한글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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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티 정부를 이끌고 있는 커미셔너들을 카운슬 회의실로 방문하여 한글과 한글날을 기리며 축하해야 하는 의미를 열심히 설파하면서 한인사회가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설득하였다. 언론 지상에서 말하는 소위 ‘지한파’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믿었다. 클락 카운티는 네바다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영향력이 강한 카운티로서 이곳에서의 지원은 네바다주 전체의 지지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Tick Segerblom 카운티 커미셔너와 Ross Miller 커미셔너로부터의 강력한 지지는 한인사회에 든든한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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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네바다주 출신 연방 상원과 하원 의원들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시작했다.  네바다주  2명의 상원 의원인 Catherine Cortez Masto 의원과 Jacky  Rosen 의원 지역 사무실 보좌관과 연락하는 한편 연방  하원 의원인 Dina Titus 의원, Susie Lee 의원, 그리고  Steven Horsford 의원 보좌관들과의 지속적인 연락과  교류가 이어졌다.
사실 이 같은 노력은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치르면서 시작되었는데, 그들 모두가 한인사회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접촉이라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지속적인 접촉으로 점차 상당한 인식과 이해가 이루어졌다.

지역주민과 타민족과의 관계 증진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지역 아시안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필리핀인들과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인들 그리고 문화 예술 분야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일본인과 월남인들에 비해 한인들의 활동상과 인식률은 매우 저조하여 한인회장으로 그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 매우 의아해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 아시아인들은 이미 미주류사회에 진출하여 정부 및 민간단체 그리고 사업체에 중진으로 일을 하고 있고 인정을 받고 있으나, 한인들의 진출은 매우 미미한 상태다.  

라스베가스에는 젊은 한인이 없나 할 정도로 주류사회에 진출해 한인을 대변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인들의 진출도 매우 적어 타민족에 비해 한국과 한인을 알리는 공공외교 (민간외교)의 자원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들 지역주민 사회나 타 민족사회에 한국과 한인을 알리는 일도 별도의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지속적으로 이들의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하여 한국인 임을 알리고 그들에게도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3) 2021년 라스베가스에서 새로 태어난 한글날 

– 라스베가스 가을 날씨는 보통 쾌청하여 천고마비를 실감하는데 바로 전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몹시 불어 모든 이의 가슴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안산자매시공원의 넓은 잔디밭에 시에서 특별히 제공한 공연 무대 설치가 새벽 6시부터 진행되면서 라스베가스에서의 한글날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Hangul Festival”로 축제날 이름을 정하고 한인들을 위한 텐트를 치기 시작한 아침의 하늘은 글자 그대로 흰 구름 조각이 얼기설기 지루함을 달래듯 하품을 하는 맑은 쾌청 그 자체였다. 이날 최고 온도가 74도였으니 라스베가스 날씨로는 최고 날씨다.  

우리의 흥 돋우는 사물놀이가 정적을 깨고 만장한 수백 명의 눈길과 귀청을 모으면서 라스베가스의 575주년 한글날 축제가 시작되었다. 한글의 뜻이 미국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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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주년 한글날을 축하는 연방 상, 하원들의 인증서와 주지사의 인증서, 클락 카운티의 선언문과 라스베가스 시로부터의 한글날 선언문이 줄을 이어 라스베가스 한인사회에 축복을 내렸고 한국과 한인들에 대한 미주류사회의 인식이 제고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인증서


라스베가스 한인회에서는 제일 먼저 한인회 소재지인 라스베가스 시 정부와 시의회에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들로부터 한인들의 경제활동 지원과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확답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한인문화유산의 공동 보전에 대한 인식 공유는 매우 소중한 의식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 정부가 한인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한 보호와 지원은 자연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면서도 묵묵히 추진하는 가운데 라스베가스 시 정부 및 시의원실에서 하루 5,000달러 상당의 임대료가 들어가는 행사 무대 (podium)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공원 사용료와 음식 트럭 동원을 도맡겠다고 자원하는 전화를 받는 순간 그동안의 노고가 저 맑은 하늘에 뭉게뭉게 뜬구름의 하품하는 입속으로 사라짐을 느꼈다.

우리 한민족의 또 하나의 자랑인 민족 무술인 태권도 시범이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으로 펼쳐지고, 한민족의 문화유산이 잘 이어지도록 축하하는 타민족의 축하공연이 만장한 4백 명의 참석자들을 기쁘게 하였다. 어린 학생들의 한글날 노래 합창소리를 들으며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글이름 써주기와 밥과 김치 맛보기에 이르러 엄지를 치켜드는 지역주민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이 자랑스러움을 다음 세대로 이어줄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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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글날 제정 추진
한글날의 인식 제고가 갖는 의미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한인의 안녕과 번영에 직결되는 공동체 인식 형성을 위한 가치 결집에 있다.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성과에 머물지 않고 네바다주 정부가 정식 선언문을 발표토록 지속적인 노력하고, 주의회 양원이 10월 9일을 ‘Hangul Day’로 의원입법하고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공식 주 기념일로 탄생시키도록 최선을 경주할 것이다.

4. 맺음말
한인회 운영목표는 어느 지역이나 ‘모국과 한인의 위상, 권익, 안전 함양’ 일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선 단합된 한인사회가 구성원으로서 존재하여야 하고, 지속적인 지역 정부와의 이해와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몇 사람들의 영달 추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현재와 후대의 가교가 되어야 대한민국과 한인이 자랑스럽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다. 하나하나 실현 가능한 일을 사심 없이 머리 맞대고 추진하는 모범적 한인회가 되고, 그런 한인회에 자발적으로 회비도 내고 뜻도 보태는 한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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