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카타르 내 K치킨 열풍의 주인공 'KKUM' 사장님과의 인터뷰
작성일
2021.04.30

한국사람이라면 ‘치킨’에 관한 추억거리 한 두개쯤은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요,라고 단정한다면 그것은 과연 지나친 비약일까. 어린 시절 학교에서 소풍이나 운동회 등의 행사가 있는 날, 삼삼오오 점심식사를 나누려 돗자리를 깔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펼쳤을 때 진득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치킨만큼 큰 환호성이 터져나온 메뉴가 또 있었을까. 늦은 밤, 가족끼리 여유롭게 티비를 시청하다가 심심한 입을 달래려 배달 시킨 치킨을 두고 누가 다리를 먹을 지, 날개는 누가 왜 먹으면 안되는 지 등을 두고 티격태격하던 기억, 혹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고소하게 튀겨진 치킨 한 마리를 두고 맥주잔을 부딪히며 그간의 삶을 주고 받았던 기억은 분명 글쓴이 만의 추억은 아닐테다.



재외동포로서 해외에서 살다보면 나와 같은 고국에서 온 사람과 나누는 몇 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고국을 떠올리는 음식을 먹었을 때 위안을 받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치킨 프렌차이즈 매장들이 넘쳐나는 이 곳, 카타르에서 가장 한국적인 맛을 고수하며 카타르 내 많은 한국 동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 ‘KKUM’의 사장님, 박준섭 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직원들과 함께


前 건설회사 직원과 前 이탈리안 요리사의 치킨 사업


박준섭 사장님은 카타르에서 10년간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며 지내던 중 2016년 부터 개인적으로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케이터링 사업이 자리를 잘 잡게 된 후 불현듯 이 곳 카타르에서 치킨을 주로 하는 레스토랑을 차려도 잘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한국으로 돌아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일을 하고 있던 초등학교 동창 친구와 같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뜻이 맞은 두 친구는 한국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유명한 치킨집에서 돈을 주고 레시피를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그 후로 현재까지 매일같이 몇 시간씩의 시간을 할애하며 레시피를 연구하는 등, 고객 만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닭갈비와 치킨


주 고객층


글쓴이가 속한 카타르내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까지 카타르에서 접해 볼 수 없었던 가장 한국적인 맛을 보장하는 치킨집’으로 레스토랑 ‘KKUM’을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KKUM’의 주 고객층은 당연히 한국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장님의 대답은 달랐다. 이곳은 한국인들 뿐만아니라 외국인들 역시 많이 찾는 식당이라고 한다. 외국인 손님의 비율이 70%를 육박한다고. 특히나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한다. 카타르에서 거주중인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고, 중국인 그리고 카타르 현지인들도 ‘KKUM’을 자주 찾는 추세다. 특히나 이 외국인 손님들에게는 한국식 후라이드 및 양념 치킨 뿐만 아니라, 매콤하게 양념이 잘 된 닭갈비 역시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KKUM’의 닭갈비는 그 맛도 맛이지만 정말 푸짐한 양을 자랑하기에 손님들의 고픈 배와 마음을 한 가득씩 채워주는 듯 하다.



매장 안

나라별 손님들의 특징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 중 한국인 손님들은 대부분 조용히 식사를 하고 가는 반면, 필리핀 손님들은 즐거운 파티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카타르 현지인들은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매장 내 손님들이 가장 적은 3시-4시 사이에 식사를 하고 가는 편이라고 한다.



카타르 내에서 음식점을 개업하고자 할 때 거쳐야 할 특별한 절차


카타르에서 음식점을 개업하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편에 속한다. 관공서 등에서 이루어지는 서류상의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렌트비가 굉장히 비싼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이다. 카타르를 포함한 몇몇 중동 국가에는 ‘스폰서’란 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외국인이 현지에서 어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카타르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 현지인 스폰서에게 결코 적지만은 않은 금액이 지급되어야 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그 금액은 보통 총 매출액의 51%를 말한다.)

다행히 박준섭 사장님은 이미 케이터링 사업을 토대로 카타르 현지 스폰서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 왔다. 그리고 그 현지인 스폰서는 사장님의 두 번째 사업장인 ‘KKUM’을 개업할 때 역시 스폰서를 자청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스폰서비를 따로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카타르     락다운어려운   극복을 위한 노력

 카타르는 4월에 들어서며 코로나 일일 확진자의 숫자가 폭등하였고,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락다운을 시행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카타르 내 식당에서의 식사 자체가 전면 금지되었고, ‘KKUM’ 역시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여전히 전화 주문 및 배달 앱 등을 통해 매출이 나가고는 있지만, 안락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잘 꾸며진 매장 내에서 식사를 선호하던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타격이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사장님과 직원들은 좌절한 채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직면하게 된 이 상황을 최대한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배달이 가능한 메뉴를 늘리고 신 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 KKUM

독실한 기독교인인 박준섭 사장님은 레스토랑 이름을 ‘KKUM’(꿈)으로 지음으로써 오랜 시간 바라왔던 종교적 비전을 성사시키고픈 ‘꿈’을 꾸고 있다. 아랍어로 꿈은 ‘너에게’를 뜻한다고 한다. ‘KKUM’ 레스토랑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어려운 나라에 직접 가서 학교를 세우고,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비전이 담겨있는 가게명 ‘KKUM’처럼 계속해서 더 많은 ‘너에게’ 다가가 그들을 만족시키고,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그의 원대한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바이다.

오늘밤엔 기사를 마무리 한 기념으로 나 역시 ‘꿈’을 한 마리 시켜야겠다.



재외동포기자 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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