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주영 한국대사관의 ‘김치외교’
작성일
2021.12.01

주영 한국대사관의 ‘김치외교


김치의 날


2020년,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이에 따라 각지에서 김치의 날 취지에 맞는 행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다양한 김치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주영 대사관이 주최한 김치 만들기 행사도 그중 하나다. 행사는 런던의 유명한 셰프 양성학교와 협업 형식으로 유명 셰프를 초빙하고 현지의 환대 산업 관계자와 셰프들을 초대해 시연하는 남다른 방법과 온 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한 행사 전달 방법도 눈길을 끌었다.


‘김치 만들기’ 행사장 풍경(사진:주영대사관 제공)

‘김치 만들기’ 행사장 풍경(사진:주영대사관 제공)


셀럽과 과학의 접목


이번 행사에서 김치 시연을 보인 셰프는 한국계 미국인 주디 주(Judy Joo)로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특이한 경력을 지닌 소위 ‘셀럽 셰프’다.
런던에서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디 주의 실력은 BBC Food에 소개되는 레시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인 ‘김치마카로니’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의 전통과 서방세계를 접목시키는 센스도 남다르다. 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굴지의 은행 업계와 음식 관련 잡지사에서 일한 화려한 경력이 비즈니스와 대중을 파악하는 힘을 겸비했음을 추측하게 한다.

행사장에서는 김치 발효와 장속 미생물이 신체와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고 김치의 역사와 지역적 다양성, 삼시 세끼 김치 없이 못 사는 한국인들의 독특한 식문화 행동양식까지 김치의 특성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이어 한국 배추의 절임 과정과 다양한 양념 재료, 그리고 김치속을 만들고 배추 속을 채우는 전 과정을 시연했는데,‘손맛’과 ‘김치냉장고’ 등 한국의 독특한 김치 관련 ‘트리비아’가 거침없는 그녀의 입담으로 이야기에 맛을 더했다.


Judy Joo의 김치시연 (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Judy Joo의 김치시연 (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미래 공략


이날은 영국의 환대산업 관계자, 영국 왕실 수석 셰프를 포함한 대표적인 외식업계 헤드셰프와 메뉴 개발자, 요리 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초대되어 실시간으로 김치 만들기를 체험했다.

김치 만들기 행사에 초되된 영국 셰프들 (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김치 만들기 행사에 초되된 영국 셰프들 (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행사는 웨스터민스터 킹스웨이 컬리지와 협업한 것인데, 이 학교는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등 영국의 낳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출신교로도 유명하다.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오프라인으로도 참가했는데, ‘미래의 스타 셰프 예비군인 학생들 중에 김치를 자신의 주요 전공 분야로 선택하는 학생이 나오기를 바란다’ 는 김 대사의 행사 모두 발언에도 나타나듯이 미래를 내다본 행사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미식(美食) 외교 Culinary Diplomacy


음식에는 영양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있다. 음식은 문화적 정체성의 표명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된다. 국가의 영향력을 나타내며 경제력, 문화력, 그리고 세련도를 상징한다.

최근 각국 정부가 음식을 효과적인 외교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데 음식은 국가 간의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깊게 하는 문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찍이 프랑스는 미식 외교의 선두 주자로 프랑스 요리의 고급화, 세련된 이미지화에 성공해 세계를 평정했고,‘날생선’과 ‘흰쌀밥’ 에 불과한 단순한 식재료만으로도 일본은 스시를 건강식으로 세계무대에 등극시켰다.

마크롱-트럼프,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REUTERS/Kevin Lamarque 14 Jul 2017

마크롱-트럼프,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REUTERS/Kevin Lamarque 14 Jul 2017


2014년 아베-오바마 도쿄 스시 회동 ©BBC 26 November 2019

2014년 아베-오바마 도쿄 스시 회동 ©BBC 26 November 2019


김건 대사도 이번 행사에서 외교관의 주요 업무로 음식 문화 홍보를 언급하며 글로벌하고 멀티컬처럴한 영국, 런던에서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우리 김치의 우수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화법이 흥미로웠다,


사실 한국 문화 관련 행사 중 또는 후에 한국 미디어나 주최자들이 자칫하면 보이기 쉬운 자문화 자랑, 자아도취적 해석이 현지의 해석과 다를 때가 많은데, 자국 문화를 노골적으로 자랑하는 것을 속되게 여기는 영국을 잘 파악한 것일 것이다.

본심과 표현을 달리하는 영국인들의 행동양식의 이중구조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보이는 미소와 친철도 속단하기 힘들다. 자부심은 갖되 드러내면 순식간에 격이 떨어지는 이 만만치 않은 곳에서 우리것을 알려야 하는 노고를 짐작해 본다


김건 대사(오른쪽 두번째)와 참가자들(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김건 대사(오른쪽 두번째)와 참가자들(사진: 주영대사관 제공)


사실 김치의 우수함은 재외동포의 이민 사회에서도 이미 증명이 되었다. 길게는 100년이 넘은 이민 생활에서 세대교체와 현지화로 우리말 사용은 소원해졌어도 김치만은 750만 재외동포의 식탁을 굳세게 지켜왔다.


김 대사는 올여름 부임 후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갓과 도포를 착용하고 등장해 영국에서 화제가 된 바가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사극이 인기를 얻은 참이라 김 대사의 전략적인 의상 퍼포먼스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TV에서 보아온 배우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한국 중년 남성이 갓을 쓴 모습이 영국 뉴스에 소개된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양반’이 영국 여왕과 모니터상으로 대면하는 신구 공존, IT와 판데믹이 어우러진 이 절묘한 연출에 영국인들이 즐거워했다.

김건 대사 부부와 영국 여왕의 대면   ©BBC 26 October

김건 대사 부부와 영국 여왕의 대면   ©BBC 26 October


시작부터 기발하고 색다른 김건 대사의 영국 부임을 환영한다. 더불어 우리 문화 자산 ‘Kimchi’가 어떤 외교 전략으로 이 글로벌 문화의 허브 영국사회에 뿌리내릴지 그 수완이 기대가 된다.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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