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체코의 여름방학과 사랑의 쌀 나눔 행사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6.28

체코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체코 학교는 매년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즉 체코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겨울방학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체코의 여름방학은 한 학년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학년을 맞기 전 준비하는 방학이다. 프라하 한글학교에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지난 6월 10일 금요일 수업을 마지막으로 한 학기를 마치고 긴 여름방학에 접어들었다.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반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을 맞은 소감과 계획에 관해 물어보았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닐 거예요. 체코는 유럽의 중앙에 있어서 여기저기 기차나 버스로 국경을 넘을 수 있어서 좋아요.",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왔어요. 이번 방학에는 근처 나라뿐만 아니라 이집트에도 가볼 거예요.", "한국에서 가족들이 올 수도 있어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체코에 오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올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돼요.", "한글학교도 방학해서 한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대신 태권도를 열심히 배울 거예요."


-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반 인터뷰 요약


유럽의 여름은 한국 못지않게 뜨겁다. 특히 올해는 6월 중순부터 체코에 이른 폭염주의보가 내려 다가올 여름의 더운 날씨를 가늠케 했다. 체코는 중앙유럽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아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를 찾는 한국의 휴가와는 다르게 보통 가족 소유의 별장이나 수영장을 찾는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다르다. 오랜 팬데믹의 그늘이 걷힌 유럽은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외여행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현재 유럽의 여러 나라는 코로나 관련 규정이 없거나 완화되고 백신 접종 증명서와 PCR 테스트 결과 등 관련 필수 서류가 없어도 여행할 수 있다. 프라하 한글학교의 4학년 학생들은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에서 각자의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인접 국가로 여행을 떠나는 계획을 세운 학생들이 많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모두의 여행기를 모아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그 외에도 책 읽고 독후감 쓰기, 일기 쓰기, 수학 문제집 풀기 등 각자 원하는 여름방학 숙제를 한 가지씩 제안하고 회의를 거쳐 최종 방학 숙제를 정했다. 또한 '외국인에게 한식 소개하기'라는 공동 미션을 한 가지 정했다. 여행하다가 만나게 된 외국인이나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웃,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음식을 소개해보고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각자 정한 한식을 소개하는 포스터도 그려 보았다. 특히 지난 6월 4일 프라하6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 음식 축제 Festival of Embassies 행사에서 한국음식 부스를 경험한 학생들은 의지가 남달랐다. 먼 타지에서 환영받는 고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반 한식 소개 포스터]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반 한식 소개 포스터]


체코 현지 학교는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지만, 프라하 한글학교는 한국의 학기와 마찬가지로 9월에 2학기가 시작된다. 2학기 개학은 9월 9일 금요일로 이번 학기와 마찬가지로 오후 4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하여 7시 30분에 마치는 3교시로 운영된다. 수업은 한국 국정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며,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의 경우 국어 2교시, 수학 1교시 수업의 총 3교시로 진행된다. 중등부는 국어와 국사 수업으로 나뉘어 총 2교시 수업을 하며 한 교시는 각 80분으로 진행된다. 프라하 한글학교에서는 매년 2학기에 학생들의 정체성 함양 및 학습 의욕을 높이기 위해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중 프라하 한글학교 가을 운동회와 학예회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모든 행사를 개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작년 운동회와 학예회는 진행되지 못하고 취소되었다. 따라서 이번 2학기 행사에 거는 학생들의 기대가 크다. 프라하 한글학교는 지난봄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고 봄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맞을 2학기에도 학생들의 정신적 유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행사 및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학생들]

[여름방학을 맞은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학생들]


체코 한인회에서도 여름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월 11일과 18일 제2차 체코 교민 사랑의 쌀 나눔 행사가 있었다. 오랜 코비드 기간 긴장 속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교민들을 위해 사랑과 보살핌의 마음으로 시작한 쌀 나눔 행사는 어느덧 교민들과 소통하며 우정을 나누는 지름길이 되었다. 체코 11대 한인회에서 주최하는 사랑의 쌀 나눔 행사는 들녘의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함께 즐거워했던 한가위의 뜻을 살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나누는 행사로 교민들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도에 맞춰 작년 가을 추석 시즌에 처음 시작되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많은 제약 속에 조심스럽게 시작한 행사였지만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분위기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만나지 못하던 교민들이 잠시나마 모여 서로를 살피고 안부를 묻고 격려할 수 있는 따뜻한 계기가 되었다.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 한국 교민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위로가 되고자 시작한 행사였지만 행사에 참여한 많은 교민은 그 안에서 큰 기쁨과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체코에는 프라하뿐만 아니라 오스트라바에도 많은 한국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쌀 나눔 행사는 2회에 걸쳐 오스트라바와 프라하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2022년 쌀 나눔 행사는 여름 방학 시즌에 맞춰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라바와 프라하에서 6월 11일과 18일 2회에 나누어 개최되었다. 약 10kg에 달하는 쌀 포대를 한 가정당 1포씩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행사로 특히 이번 제2차 사랑의 쌀 나눔 행사에는 1차 때 보다 더 많은 교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프라하에서 열린 쌀 나눔 행사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오후 2시 30분경 행사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한인회에서 준비한 쌀이 모두 소진되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1차 쌀 나눔 행사보다 열띤 성원 속에 많은 한국 교민들이 참여한 결과이다. 쌀 나눔 행사는 단순히 한 포대의 쌀을 나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만났을 때는 "밥 먹었니?"라고 인사를 건네며, 헤어질 때는 "밥이나 한번 먹자."며 헤어짐의 인사를 대신한다. 한국인에게 밥은 곧 인생인 셈이다. 오랜 팬데믹 상황에 지친 한국 교민들은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러한 한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쌀 나눔 행사는 교민들에게 먼 타국에서 한국의 사랑과 정을 잇고 나눌 수 있었던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제2회 체코 교민 사랑의 쌀 나눔 행사 전경]

[제2회 체코 교민 사랑의 쌀 나눔 행사 전경]

[제2회 체코 교민 사랑의 쌀 나눔 행사 전경]


"작년 쌀 나눔 행사에는 일이 있어 안타깝게 참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아무 연고 없이 직장 생활하는 저에게 한국 교민들을 위한 행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어요. 올해는 일회성으로 끝날 줄 알았던 쌀 나눔 행사가 또 개최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단순히 쌀 한 포대를 받아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과 사랑을 받아 가는 기분이라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참 따뜻합니다."

- 제2회 쌀 나눔 행사에 참여한 교민 김선우 씨 인터뷰 요약




최조은
 체코 최조은
 프라하한글학교 교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