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일상을 되찾은 스위스 아트바젤 2022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6.29

<미국 작가 로렌스 와이너(Lowrence Weiner)의 작품 '천국과 지옥(Haven and Hell)' 메세플라츠 – 출처 : 통신원 촬영>

<미국 작가 로렌스 와이너(Lowrence Weiner)의 작품 '천국과 지옥(Haven and Hell)' 메세플라츠 – 출처 : 통신원 촬영>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아트 바젤(ArtBasel)이 지난 6월 14일부터 5일간 스위스 바젤 컨벤션센터 메세플라츠(Messeplatz)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올해로 52회를 맞이한 아트 바젤은 매년 6월 두 번째 주 화요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프리뷰(Preview) 이후 4일간에 걸쳐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한다. 2022년 페어는 '일상으로의 회복'에 초점을 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었고, 2021년에는 가을로 미뤄져 규모를 축소해 진행했다.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의 작품 '꿀벌 행성 지도(Bee's Planetary Map)

'미국 주방과 중국의 바퀴벌레(American Kitchen and Chinese Cockroaches)'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의 작품 '꿀벌 행성 지도(Bee's Planetary Map)'
중국 작가 황영핑(Huang Young Ping), '미국 주방과 중국의 바퀴벌레(American Kitchen and Chinese Cockroaches)'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번 2022 아트 바젤은 세계 40여개국, 289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4,000여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였고, 약 7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수를 기록하면서 다시금 예술 시장의 호황을 예견했다. 아트 바젤의 글로벌 디렉터 마르크 스피글러(Marc Spiegler)는 언론을 통해 2022년에는 미국과 아시아의 미술품 수집가와 큐레이터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활발한 판매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아트 바젤측은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관람객들이 온라인 뷰잉룸(OVR)과 전시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온오프라인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먼저 메세플라츠에 들어서면 중앙 한복판에 미국 관념예술의 정초자로 널리 알려진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의 지면을 장식한 점프 게임 《천국과 지옥(Heaven and hell)》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입장 정하기(Take position)’를 출발점으로 ‘행복 혹은 비전’과 같은 키워드가 있는 상자로 관객들을 이끌어 한번쯤 들러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영국 작가 토마스 프라이스 (Thomas Price)의 작품 'Moment Contained


미국 작가 레오나르도 드류(Leonardo Drew)의 ‘Number 341

<영국 작가 토마스 프라이스 (Thomas Price)의 작품 'Moment Contained',
미국 작가 레오나르도 드류(Leonardo Drew)의 ‘Number 341’ - 출처: 통신원 촬영>


광장 왼편에는 일반 부스 형태를 벗어나 혁신적이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언리미티드 (Unlimited) 섹터’가 위치했다. 올해는 이곳에 70여 개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올해로 두 번째 전시를 기획하는 죠바니 카르민(Giovanni Carmine)은 "최근 언리미티드 섹터의 작품 규모들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또 국제 미술계의 거장들이 아닌 세계화에 집중하고자 신인 예술가와 다양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번 ‘언리미티드 섹터’에서는 매년 주요 인사로 등장하는 칼 안드레(Carl Andre), 이사 그렌즈켄(Isa Grenzken), 키스헤링(Keith Haring), 제니홀저(Jenny Holzer),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및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mans)등의 작품들도 선보였지만, 신인작가들의 작품들이 조명을 받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미국 작가 안드레아 찌텔(Andrea Zittel)의 《A-ZPersonal Uniform, 2nd Decade》라는 제목으로 그녀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직접 디자인해 착용했던 의복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한 구석에는 3.60미터 높이의 흑인 여성의 모습을 한 거대한 청동상이 자신감 있고 당당한 눈길로 전시장을 내려다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미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영국 작가 토마스 프라이스(Thomas J. Price)의 《Moment contained》이란 작품으로 ’공공장소에서 소수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전시장 또 다른 한쪽의 벽면의 모서리를 장식하고 있는 미국 작가 레오나르도 드류(LeonardoDrew)의 《Number 341》은 검은톤으로 칠해진 수천개의 나무 조각을 모퉁이에쌓아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장면을 연상케 하고, 네덜란드의 작가 폴커르트 드 용(Folkert deJongs)의 《theShooting… 1st of July 2006》은 스페인 화가 고야의 명화를 모티브로 네델란드의 식민지 역사를 파스텔톤의 스티로폼 인형들을 사용해 마치 인형극의 한 장면인 듯 묘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번 ‘언리미티드 섹터’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전쟁, 팬데믹,기후변화, 사회적 긴장 그리고 탈식민지 트라우마 등을 모티브로 삼아 현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작가 폴커르트 드 용(Folkert de Jongs)의 'the Shooting… 1st of July 2006'- 출처: 통신원 촬영>

<네덜란드의 작가 폴커르트 드 용(Folkert de Jongs)의 'the Shooting… 1st of July 2006'- 출처: 통신원 촬영>


각 갤러리의 메인 센터인 ‘갤러리즈(Galleries) 섹터’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선별과정을 거친 갤러리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작품들을 직접 소개 및 판매한다. 올해의 경우 예년에 비해 더욱더 엄격하게 선별되었고 예년에 비해 20여 곳의 갤러리들의 참여가 증가한 가운데 한층 폭넓은 예술품 관람을 선보였다. ‘갤러리즈(Galleries)’에서 매년 등장하고 있는 제니홀저, 피카소, 샤갈, 앤디워홀, 키스헤링, 아니쉬 카푸어, 장 미셀 오토니엘 등의 작품들이 선보였고 전시장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한국인 콜렉터들의 방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통신원은 관람 중 한국의 국제갤러리 부스를 방문해서 홍보팀의 권주리 큐레이터와 간단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국제갤러리가 1998년부터 아트 바젤에 줄곧 참여하고 있으며, 페어에서 아시아 갤러리로써 상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고, 매년 좋은 성과를 얻어 가서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국제갤러리에서는 단색화의 대가로 잘 알려진 박서보 화가의 《Ecriture(2014)》를 비롯하여 하종현 작가의 《접합94-95, 1994》, 이기봉 작가의 《Mattersof void, 2014》, 이우환 작가의 《From Point, 1977》, 함경아 작가의 자수회화 《Needling Whisper, Needling Country,2018》, 강서경 작가의 《Mat, 2021》, 최욱경 작가의 《God or Camera, 1960》, 유영국 화가의 《Work, 1966》,  이승조 작가의《핵,1987》,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니 홀저의 《Stacked, 2018》,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pple Red and Lime dark mix to Purple Candy,2019》,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동색의 거울구슬 작품 《NoeudSauvage, 2021》등 1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총 8점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국제갤러리 부스 이기봉, 박서보, 장 미셀 오토니에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국제갤러리 부스 이기봉, 박서보, 장 미셀 오토니에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국제갤러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런던 갤러리 앤리주다파인아트(Annely Juda Fine Art) 갤러리에서는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한국의 백남준 작가의 TV 작품 《Columbus, 1991》을 선보여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런던 화이트 큐브와 도쿄 화랑에서는 아트 바젤에서 매년 등장하는 박서보 작가의 《묘법》 연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장 두 곳 벽면을 장식한 이제는 한국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습자지 종이 달력이 작품으로 전시되어 향수에 젖게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1991년 달력으로, 명동 지하상가의 한 귀금속 상가에서 제작한 달력이었다. 미니멀리즘 설치 개념주의 예술가로 알려진 독일의 한네 다보벤(Hanne Darvoben)의 《Korean Calender,1991》이란 작품은 매장에 적힌 날짜들을 이용해 그녀만의 방식으로 재설계된 작품이었다.

이번 아트 바젤에서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은 스위스 취리히 하우저&워스(Hauser&Wirth)갤러리에서 선보인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대규모 조형작품 《거미(1996)》이다. 이는 4,000만 달러(한화 521억원)로, 아트 바젤 발표에 따르면 VIP 오픈 첫날부터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주목받는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우선 순위를 다투며 판매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백남준 작가 'Columbus' -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의 백남준 작가 'Columbus' - 출처: 통신원 촬영>


전체적으로 메세 분위기는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의 동양 관람객들을 제외하고는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은 거의 잊은 듯 했다. 세계 경제 위기상황,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시끄러운 현 시대 상황을 뒤로한 듯 수많은 인파와 열띤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우리가 맞닿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하지만 너무 도발적이지 않게 예술로 승화시켜 관람객들에게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선사하는 작품도 있었다.


<독일 작가 한네 다보벤(Hanne Darvoben)의 'Korean Calender'- 출처: Petze>

<독일 작가 한네 다보벤(Hanne Darvoben)의 'Korean Calender'- 출처: Petze>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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