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20년 만의 폭염을 맞은 토스카나 사람들이 여름밤을 보내는 법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8.09

< 토스카나 소도시 폰테데라 코르소에 모인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토스카나 소도시 폰테데라 코르소에 모인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는 7월 초부터 섭씨 40도 안팎의 폭염으로 로마, 나폴리, 피렌체, 베네치아 등 전국 22개 주요 도시에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등 이례적인 고온의 여름 날이 계속되고 있다. 70여 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이탈리아 중남부를 덮쳐 건조하고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탈리아 토스카나 사람들이 어떻게 여름을 나는지 알아보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뜨겁고 건조한 햇볕에 집안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낮동안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지낸다. 낮동안 최대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머무는 덕분에, 이탈리아에서는 낮동안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다가 저녁 8시쯤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떨어지고 낮동안의 뜨거웠던 바람이 서늘하게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때서야 바깥 활동을 시작한다.

시내 중심가 거리를 뜻하는 코르소(corso)에는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카 개척페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여름밤을 즐긴다. 이들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를 마시거나 무거운 스테이크 종류보다는 홍합이 들어간 파스타나 오징어 튀김 같은 해산물 요리를 즐긴다. 특히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500년 역사를 가진 생선 스튜인 카츄코(Cacciuco)를 먹는다. 토스카나 전통 해산물 요리 카츄코. 부드러운 생선, 홍합, 새우를 오랫동안 끓여 만든 해산물 스튜로, 500년 전 리보르노 지역의 어부들이 시장에서 팔고 남은 생선을 모아 끓여 먹기 시작한 것이 카츄코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 카츄코 - 출처: 통신원 촬영 >

< 카츄코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7월 21일, 토스카나 소도시 엠폴리(Empoli)에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코르소의 상점들이 모두 문을 여는 ‘엠폴리 밤 시장’이 열렸다. 엠폴리의 로마 거리(Via Roma)부터 비토리아(Vittoria) 광장, 틴토 다 바티폴레이(Tinto da Battifolle) 거리까지 의류, 식품, 가정용품, 신발, 속옷 등 50개 이상의 상점들과 바, 레스토랑들이 엠폴리의 밤거리를 밝혔다. 엠폴리 시민들은 쇼핑을 즐기고 비토리아 광장에서 열리는 버스킹을 감상하며 여름밤을 보냈다. 두 손에 쇼핑 백을 들고 코르소를 걷고 있는 50대 파올라, 사라 부부는 “엠폴리 밤 시장은 해마다 이맘 때 쯤 열리고 있어요. 아무도 더운 낮에 땀을 흘려가며 옷을 입어보고 싶어하지 않잖아요. 이렇게 밤에 쇼핑하면 좀 낫죠. 거기다가 최대 70퍼센트까지 세일 하는 곳도 많아요. 기다렸다가 오늘 여름 스커트를 싸게 샀어요.” 라고 말했다.

엠폴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피사(Pisa) 주의 또 다른 도시 폰테데라(Pontedera)에서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서부 축제(Festa American Western)가 열렸다. 평소에는 대형 주차장으로 쓰이는 메르까또 폰테데라(Mercato Pontedera)에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간이 건물들이 들어섰다. 호텔, 교회, 이발소 등으로 꾸며 놓은 간이 건물들과 양떼들을 모아 놓은 울타리, 조랑말 우리, 활 쏘기 연습 장소 등으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마을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마을 한 가운데 설치 해 놓은 간이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무명 가수가 같은 미국 팝송을 부르고 캉캉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 미국 서부 축제를 즐기는 폰테데라 시민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미국 서부 축제를 즐기는 폰테데라 시민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시원한 여름 밤에 산책을 나온 폰테데라 시민들은 짚으로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아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미국식 핫도그나 맥앤치즈와 맥주를 먹으며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에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어 놓은 미국 서부 마을에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국 서부 개척 시대로 이동 한 것 같아요. 아침에는 피사에 있는 해변에서 수영하고 밤에는 축제 구경하고, 너무 신나는 방학이에요” 부모님과 함께 나온 10살 엘리엇은 지난 주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여름을 보내고 있다며 축제에 나온 소감을 전했다.

8월이 되면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은 낮이건 밤이건 텅 비게 될 것이다. 8월 본격 휴가철에 토스카나 사람들은 리보르노에서 10시간 넘게 배를 타고 이탈리아의 제주도라고 할 수 있는 사르데냐(Sardinia) 섬을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시칠리아로 떠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1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일한다는 여름 휴가 철, 이제 시작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 백현주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Theatre No Theatre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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