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보르네오문화박물관 타주딘 모타 관장과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8.23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세 국가가 공존하는 보르네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이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에 들어섰다. 지난 3월 개관한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보르네오의 문화와 사회,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보르네오 무역 역사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 원주민의 문화를 담은 전시관, 아시아 유일한 백인 통치자였던 제임스 브룩 통치 시기와 보르네오 현대사를 조명한 역사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남다른 기획 전시로 말레이시아인들만이 아니라 해외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규모나 건축, 전시물, 위치 모두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박물관입니다. 2014년 박물관 건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22년 3월 개관까지 7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사라왁 전통 공예 디자인을 반영한 저희 박물관의 외관과 다인종·다민족 사회인 보르네오 문화 전시는 저희 박물관의 자랑입니다. 이곳이 보르네오를 보여주는 최고의 박물관(SuperMuseum)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 개관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타주딘 모타(Tazudin Mohtar) 관장은 보르네오문화박물관에 대한 소개를 위와 같이 전했다. 사라왁 건축가 존 라우카싱(John Lau Kah Sieng)이 설계해 사라왁 전통 공예의 멋이 드러난 건물 외관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쿠칭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사라왁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도시의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다인종 다민족 지역인 보르네오의 풍요로운 역사와 유산을 담고 있는 전시물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모든 전시관에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를 전달해 다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보르네오를 연결해내는 공간이라는 점이 타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 보르네오문화박물관 타주딘 모타 관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 보르네오문화박물관 타주딘 모타 관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관점에서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상설 전시실을 구성했다. 말레이시아국립박물관이 말레이시아 초기 역사로 시작하여 근현대사를 다루는 것과 달리,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여러 부족별로 다른 공예품의 무역사를 보여주며 보르네오 역사와 발전 과정을 다룬다. 관장은 이에 대해 “우리 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은 초기 설계부터 조금 색다른 시각에서 구성했습니다. 원주민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보르네오의 고고학적 유물부터 독립 이후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에게 새로운 보르네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보르네오문화박물관에는 주 말레이시아 미국 대사를 비롯하여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대사와 벨기에 대사도 박물관을 방문했고, 7월까지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 2023년 세계 박물관의 날에는 사라왁주정부와 함께 박물관의 중요성과 사회·문화적 역할을 알릴 예정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은 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이자 아세안에서는 방콕 국립 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 규모입니다. 박물관 내 가장 인상 깊은 전시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보르네오 문화를 총망라하는 우리 박물관은 1,000여 점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오랑울루와 이반, 비다유 등 보르네오에서 긴 시간 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랑울루가 어디에서 구슬을 가져온 것인지, 이반이 어떤 도자기를 사용했는지, 용도에 따라 도자기가 어떻게 구분되었는지 등 보르네오 원주민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물이 많습니다. 특히 보르네오의 독특한 토템상(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새긴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지에서 볼 수 있는 토템상과 달리 보르네오의 토템상은 가족 간의 유대와 끈끈한 사랑을 상징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보르네오의 다양한 도자기 전시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건너온 대형 항아리부터, 보르네오의 해상 무역 상품들의 변화 양상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니아 동굴에서 발견된 머리뼈도 박물관의 대표 전시물 중 하나입니다. 니아 동굴의 머리뼈는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머리뼈로 약 4만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보르네오에서 고고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어 큰 의미를 지닙니다.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이자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이자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르네오가 세계 무역망을 끌어와 동·서양과 활발히 교류한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와의 해상 무역 역사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10세기 무렵부터 무역을 해왔던 보르네오에서 도자기는 많이 등장합니다. 바리오와 브루나이에서 고대 도자기류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과거 보르네오가 해상 무역의 중요한 거점이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반을 포함한 모든 부족들은 중국 도자기를 높게 평가했고, 오랑울루는 일본 도자기를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사쓰마 도자기와 이마리 도자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힌두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는 힌두 유적도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브룩 통치 시기에 세워진 박물관은 유럽 중에서도 특히 영국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라왁을 통치한 영국인 브룩 가문은 유럽과 호주 등지의 박물관을 보고 1891년 사라왁에 첫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브룩은 1800년대 열린 세계박람회(엑스포)와 파리를 방문해 보르네오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선보였고,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 등을 시찰한 후 사라왁 박물관 건립을 계획했습니다.


< 일본과 보르네오의 해상무역 활동을 보여주는 도자기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일본과 보르네오의 해상무역 활동을 보여주는 도자기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을 준비할 때도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등 해외 연구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개관을 준비했나요?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싱가포르 문화유산보존연구센터를 방문해 문화재 보존 및 관리 방식과 소장 자료 분류법을 참고했습니다. 수집한 자료를 전문적으로 보존하고 소장품을 등록하는 방식을 따라 보르네오문화박물관 개관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에도 동남아시아 전시물을 모아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 추후에 박물관에서 서류화한 자료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한국 전시물을 소개하는 기획 전시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싱가포르 현대 미술 학회와 양해각서를 최근 체결했고, 다른 아시아 지역과도 협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보르네오문화박물관 전시물에 대한 분류를 마친 뒤, 한국과도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보르네오와 한국과의 교류 역사를 살펴보고 있지만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사바의 경우 일본에 연수 교육을 진행해 보르네오의 일본 전시물을 기술하고 분류해왔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보르네오의 모기 연구부터 학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보다 양국 간 심층적 연구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도 연구 교류를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말레이시아국립박물관은 한국인 도슨트를 양성해 한국어 박물관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르네오문화박물관에서도 한국어 전시 해설을 시작할 계획이 있나요?


박물관에서 외국어 해설 서비스를 시작하면 보르네오 문화에 대한 한국 방문객들의 이해가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예전에 쿠칭에서 한 일본인 안내자가 일본어로 박물관 안내를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많은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많은 일본인 방문객이 보르네오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박물관에서도 외국어 안내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보르네오 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안내자를 양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영상물, AR 등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체험형 박물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박물관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독립 광장, 사라왁박물관과 가까운 보르네오문화박물관은 사라왁의 역사문화공간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17세기 이곳에서 밴드가 공연을 펼쳐 주말이면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습니다. 박물관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자 지역민들과 문화적 자산을 연결하는 데에 기여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기록한 전시물을 통해 후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라왁박물관 내에 있는 유휴지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곤충전시관, 어류전시관 등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세계인들이 이곳에서 보르네오를 알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박물관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보르네오문화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인 방문객들이 보르네오문화박물관에서 어떤 이야기를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시나요?

코타키나발루가 있던 사바에 비해, 사라왁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사라왁에서도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많은 한류 팬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 방문객들도 이곳에서 보르네오의 풍성한 문화와 다양한 민족의 역사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라왁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국립공원이 많은 만큼,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사라왁에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라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보르네오를 연구하는 한국인 연구자들도 늘어나 앞으로도 양국이 친밀한 상호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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