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페낭전쟁박물관을 통해 본 다크 투어리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8.29

한국을 포함해 8월에 독립을 기념하는 많은 국가가 있다. 1858년부터 1947년까지 89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는 1947년 한국과 같은 8월 15일에 독립했고,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이뤄냈다. 말레이시아도 영국으로부터 8월에 독립했다. 말레이시아는 1511년부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를 겪었다. 일본의 점령 이후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 31일 독립국이 됐다.


< 한국과 같은 8월에 광복절을 기념하는 말레이시아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과 같은 8월에 광복절을 기념하는 말레이시아 - 출처: 통신원 촬영 >


말레이시아는 일제강점기를 겪고 8월에 독립하는 등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이러한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 가운데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쟁 박물관인 페낭전쟁박물관(Penang War Museum)은 말레이시아의 일본 식민지 흔적이 남아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0년대 영국군의 방어 기지로 지어졌다가 일본군의 침략으로 포로수용소로 사용된 장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당한 참혹한 역사의 현장이다. 한을 풀지 못하고 남은 유령이 가끔 출몰한다는 무서운 소문도 전해지기도 한다. 2000년까지 버려졌던 이곳은 2002년부터 전쟁박물관으로 바뀌어 관람객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 최대 전쟁 박물관이다.


<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쟁 박물관인 페낭전쟁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쟁 박물관인 페낭전쟁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쟁 박물관인 페낭전쟁박물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박물관 입구에는 1935년 8월 17일 영국 엔지니어가 거리를 완공했다는 표지판이 위치해 있으며, '말라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Malaya)'라는 문구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다음 등장하는 일본 지배의 흔적은 아프게 다가온다. 그곳엔 일본의 침략 당시 강제 부역을 피하기 위해 정글에서 숨어 살던 말레이시아인이 살던 집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이곳에 숨어 타피오카 등을 먹으며 연명했다고 전해진다. 박물관에는 영국군이 대피하기 위해 지어진 터널, 군수물자 보관 창고, 주변 정찰을 하기 위해 지어진 시설 등이 남아있다. 방문객들은 터널에 들어갈 수 있으며 터널 입구를 통해 지하 요새에 전시된 과거 사진도 관람할 수 있다. 지하 요새를 지나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쟁 참호에 닿는다. 주변 정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던 전쟁 참호를 보며 과거 전쟁의 역사를 답사할 수 있다. 일본군의 막사와 화장실 등도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연출된 군인의 모형을 통해 전쟁의 모습을 곳곳에 재현한 모습이다. 특히 고문과 강간, 재판 없는 처형 등이 일어난 공간과 수용소 안에 설치된 위안부 흔적이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피 묻은 옷이 널부러져 있고 침대에 위안부 모형이 누워 있는 위안소의 모습에서 비극적인 전쟁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 수용소 안에 설치된 위안부 흔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 수용소 안에 설치된 위안부 흔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 수용소 안에 설치된 위안부 흔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식민지 시대 비극을 보여주는 페낭전쟁박물관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들은 비극적인 역사를 꾸준히 연구하며 관련 유적지를 다크 투어리즘으로 홍보하고 있다. 페낭전쟁박물관은 베트남의 호아로 수용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 동남아시아의 다크 투어리즘 유적지로 빠지지 않고 소개돼 국제적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에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만행, 공산당 등 한국과 유사한 상흔과 흔적을 품은 곳이 많다. 따라서 한국과의 협업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공통된 장소와 이야기, 인물 등을 발굴하고 수집한다면 그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케이팝, 한국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류를 선호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의 관심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식민지 역사와 전통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현지의 유적지를 활용해 양국의 공통된 역사를 공유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Mashable SE Asia》 (2020. 3. 6). 5 dark tourism hotspots you should check out in Southeast Asia, https://sea.mashable.com/culture/9385/5-dark-tourism-hotspots-you-should-check-out-in-southeast-asia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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