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자카르타 빈민촌 화재, 자카르타 한글학교를 운영 중인 한인교회와 기업이 대피 시설 제공
구분
사회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8.29

화재(火災)로 갈 곳 없는 현지인들에게 한인기업과 교회가 발 벗고 나서 대피 공간을 제공한 훈훈한 소식이 들려 화제(話題)다. 불에 의한 '재난의 아픔'을 '인정'으로 보듬은 셈이다.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쯤 자카르타 남쪽 심프룩의 빈민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00여 채의 가옥이 불탔고 주민 한 명이 사망했다. 불이 나자 빈민촌의 주민들은 10여 미터 떨어진 한인교회(목사 김종성) 마당으로 피신했으며, 교회 관계자는 급히 예배를 취소하고 교회 문을 열어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교민들과 주민들이 합세해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며 불을 껐다. 사고 현장에 있던 한인에 따르면 사고 소식을 접수한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워낙 오밀조밀 지어진 무허가 판자촌이라 소방차의 근접 접근이 불가능했다. 결국 불은 오후가 되어서야 진압되었다. 한인들이 예배를 보는 한인교회에도 불이 붙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김종성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의 발 빠른 판단과 대처가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갈 곳 없는 화재 이재민들을 위해 김종성 목사는 교회 마당을 개방해 남성들을 위한 대형 텐트 두 개 동을 설치했다. 교회 예배당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지낼 수 있도록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현재 백여 명의 이재민들이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거주지 재건을 기다리며 소망교회에 머물고 있다.


자카르타 소망교회 마당에 설치된 텐트 두 동이 이재민 임시 거처.(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제공)

자카르타 소망교회 마당에 설치된 텐트 두 동이 이재민 임시 거처.(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제공)

자카르타 소망교회 마당에 설치된 텐트 두 동이 이재민 임시 거처.(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제공)


화재로 인해 정전과 단수까지 겹친 상황(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화재로 인해 정전과 단수까지 겹친 상황(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화재로 인해 정전과 단수까지 겹친 상황(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인교회 바로 옆에서 화재가 발생한 위험천만한 상황.(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인교회 바로 옆에서 화재가 발생한 위험천만한 상황.(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소망교회 부설 '자카르타 한글학교' 앞에 모여든 이재민들(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소망교회 부설 '자카르타 한글학교' 앞에 모여든 이재민들(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누군가는 말한다. 교회 담장이화재로 무너져 내렸다고. 또 다른 이는 느낀다. 갈 곳없는 이를 위해 교회의 울타리가 활짝 열렸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교회 담장이화재로 무너져 내렸다고.
또 다른 이는 느낀다. 갈 곳없는 이를 위해 교회의 울타리가 활짝 열렸다고.


이재민들에게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들(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이재민들에게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들(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김종성 목사는 현지 한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민들은 경비원이나 청소부, 식모 등의 일용직 종사자들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빈민층이 대부분이라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재민들을 위해 오프라인 예배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예배 위주로 전환해 이재민들의 상황에 맞추겠다. 또한, NGO 해비타트(Habitat)와 한인기업, 한인선교사협회, 현지 교회와 협력해 새로운 주거지를 짓는 사역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약한 교회이지만 누군가 섬기고 나눌 수 있는 은혜를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마을 행사 때마다 후원을 빼놓지 않는 김 목사의 선한 영향력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체념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믿음은 지난해 자카르타 한글학교 온라인 입학식에서 김종성 교장의 환영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글을 더 잘 배우고 실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학교에 등록해 주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사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살고 있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좋은 한글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도 중요하지만, 모국어인 한국어를 더 사용하고 잘 배워야 합니다. 이번 한글학교 수업을 통해 여러분들은 한국 사람인 것에 큰 자부심과 감사한 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여러분들은 한글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은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이 마지막 시간까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학기를 마칠 때는 한글 실력도 발전하고 좀 더 발전한 여러분들의 모습을 발견할 것입니다."


자카르타한글학교 입학식 영상(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자카르타한글학교 입학식 영상(사진: 자카르타 소망교회 유튜브 캡처)


1994년 2월에 개척해 27주년이 된 소망교회는 자카르타 한글학교와 태권도 등의 문화 교실 등을 운영하며 인도네시아 한인과 현지인 자녀들의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소망교회 부속 자카르타 한글학교는 열 명 내외의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총 15주 동안 한글 기초와 글쓰기의 주교재와 시사용어 활동지,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해하기 등의 부교재와 특별 활동자료를 활용해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한다.


태권도 교습 시간에 교회 앞마당에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 소리. 소망교회는 7년 전부터 현지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 태권도 교실을 운영 중이다.(사진: 더미션)

태권도 교습 시간에 교회 앞마당에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 소리. 소망교회는 7년 전부터 현지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 태권도 교실을 운영 중이다.(사진: 더미션)


소망교회 부속 자카르타 한글학교 김종성 교장, 이지영 교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교사들

소망교회 부속 자카르타 한글학교 김종성 교장, 이지영 교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교사들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인 코린도 그룹 역시 사옥을 내주며 사고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화재로 급조된 세 개의 대피소 중 두 곳이 한인 기업과 한인 교회에서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방 당국은 전기 합선에 따른 사고로 보고 있다.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상당수는 전기 결함이다. 3년 전에도 전기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하였으며 6년 전에는 기찻길을 따라 세워진 깜뿡반단의 빈민촌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지 100여 채가 소실되었다.

인도네시아 공기업부(Ministry of. State-Owned Enterprises)는 10여 년 전부터 '빈민가 없는 깨끗한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2019년까지 시행했으며, 이후에도 빈민촌 주거 환경 개선과 필수 인프라 제공, 토지 분쟁 조정 등에 나섰지만 여전히 빈민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미
 인도네시아 이영미
 부산영어방송 통신원
 한인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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