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중 아티스트 그룹 전시, 고인섭씨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9.07

8월 한 달간, 충칭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특히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고생스러운 한 달이었을 것이다. 현재 충칭에서 한중 아티스트 그룹전을 준비하고 있는 고인섭씨 또한 그 중에 한 명이다. 고인섭씨는 통신원리포트를 통해 소개한 적 있었던 사천미대의 김민희 학생과 함께 이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시와 관련해 화런당다이(华人当代) 미술관 관장과의 미팅이 있는 8월 29일, 통신원이 동행해 여러 얘기를 들어보았다.


< 한중 아티스트 전시를 준비 중인 화런당다이 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중 아티스트 전시를 준비 중인 화런당다이 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안녕하세요.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천미술학원의 실험예술학원에서 연구생으로 재학 중인 고인섭입니다.

작업의 연구 방향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로 가치와 인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치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내가 가치가 있다고 여기던 것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인가?', '기존에 가치라고 부르던 것이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를 어떻게 작업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존 작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당시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를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일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온전한 자기 자신을 추구하고, 사회 또한 사회 구성원들이 주체성을 가지도록 장려하죠.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효율적으로 개인을 인식하고 분류하기 위해 기준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명하죠. 하지만 사회 또한 인간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절대적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절대적이지 않은 기준들을 통해 자아를 추구하지만 이것은 자기 자신을 제한하는 형태가 될 뿐이죠. 마치 데이터화한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를 통해 우리는 자아(주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사고 방식의 끝에는 '진정한 주체는 사회의 구성원인가? 아니면 사회의 시스템인가?' 라는 고민을 안게 되죠.


< 고인섭씨의 작품 'Folder'(162.2*130.3cm, 혼합 재료) - 출처: 고인섭 제공 >

< 고인섭씨의 작품 'Folder'(162.2*130.3cm, 혼합 재료) - 출처: 고인섭 제공 >


중국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요?
제가 성격이 그렇게 사교적인 편은 아니라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친구 몇 명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계시는데 에피소드가 있나요? 전시 날짜와 전시 장소도 중간에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주최 기관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후원기관 혹은 미술관에 직접 전화해 문의했습니다. 중경 내에 있는 미술관은 다 연락을 해본 것 같네요.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시긴 했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은 받을 수 없어서 해결이 안 되었습니다. 그 중 공간만이 아니라 설비나 기타 홍보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한 충칭의 미술관(华人当代美术馆)에서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청두 총영사관 총영사님을 비롯한 문화 교육담당 박예림 영사님이 현재 협업 전시와 관련하여 도움을 주시고 계시는데, 현재 저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시를 다 마무리한 후에 더 자세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동료 작가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담화를 나누는 고인섭씨(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

< 동료 작가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담화를 나누는 고인섭씨(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


한국과 중국 생활의 제일 큰 차이점이라면?
외국인 입장에서 불편한 것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다시 한번 한국의 행정 처리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자기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알려주겠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고 대답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학교 출입을 위해서는 시에서 만든 QR코드가 필요한데 외국인은 만들 수 없어요. 이런 상황이면 학교 측에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그냥 경비원에게 외국인이라고 말하라는 대답 밖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준비하고 계신 기획 전시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 볼게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적인 태도로 기존의 것을 돌아보고 발전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반성적인 태도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을 ‘상식’이라고 부르잖아요. 상식은 언제나 당연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상식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따라서 상식과 이상의 모순적인 차이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고요.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자아결여'라고 정의하고, 이번 전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작가들이 바라본 '자아결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열심히 장소를 둘러보고 있는 고인섭씨와 작가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열심히 장소를 둘러보고 있는 고인섭씨와 작가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에 기획을 하고 있는 전시는 한중 작가 그룹전인데 중국 작가 혹은 기획자들과의 소통은 어떠신가요? 양국 작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개인 인터뷰를 통해 전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작가의 작업에 대한 토론을 하며 소통했습니다. 기획자들은 각자 자료를 정리해서 다시 한 번 회의를 하고 일정을 정리하고요.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양국 작가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국가나 신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차이는 없었던 것 같네요. 오히려 대부분 살아온 환경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전시에 오셔서 그 차이를 확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희망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역할은 인생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상 자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만남이 사제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생겨나는 가치가 내가 어떤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혹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결정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감히 이와 같은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쉽게 얘기 꺼낼 순 없지만, 현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한중 아티스트 그룹 전시는 대략 11월쯤 진행 예정이다. 아직도 기획을 맡고 있는 고인섭씨와 김민희씨는 전시 준비로 바쁘고 피곤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날 고인섭씨는 전날에도 잠을 자지 못해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지만, 성공적인 전시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기획자가 전시를 준비하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기에 모든 전시가 다 의미있겠지만,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며, 한중 작가 그룹전을 준비하기에 더 큰 의미 지닌다. 반면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겠다.

아직도 충칭과 주변 도시에 코로나19로 인한 통제 상황이 지속되고, 학교 또한 개학을 코앞에 앞두고 있는 상태라 전시 준비에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고인섭씨의 젊은 패기와 열정,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동료들을 보며 그가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들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한 달 넘게 지속되는 40도 넘는 폭염도 며칠 전 비가 한두 차례 내리며 30도대로 떨어졌다.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열정과 패기로 고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11월 한중 아티스트 전시를 통해 그들의 노력이 한중 아티스트들의 협력, 더 나아가 한중 양국의 우호로 결실이 맺어지길 기원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및 고인섭 제공





한준욱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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