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글 학교에서 한국 대학으로, 꿈은 이루어진다.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9.07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 특히, 한국과 한국어를 사랑하고 한국어를 통해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는 제자들은 한국어 교사에게 큰 격려이며 선물이다. 나아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계속 한국어 교사의 사명을 다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5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한국어 교사의 정체성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하는 제자를 만났다. 네스테로바 나제즈다 세르게예브나(이하, 러시아 이름 나제즈다 애칭인 나자)가 그 제자다. 러시아 지방 도시 작은 한글학교에서 시작된 한국 사랑이 18세 수줍음이 그렇게 많던 러시아 소녀를 한국 대학으로 이끌었다. 한글 학교는 나자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공간이다. 한글학교에서 시작된 꿈은 아직은 미약하지만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자의 한국 삶과 학업에 대한 인터뷰를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네스테로바 나제즈다 세르게예브나

▲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네스테로바 나제즈다 세르게예브나


나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가을이다. 매년 9월에 실시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실력을 점검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 일반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구사하는 단순한 한국 어휘들을 알고 있는 정도였다. 당시 14살이었던 나자는 한국어 발음이 정확했다. 나자는 무척 성실하고 또 무척 수줍음이 많았다. 문법적 이해와 쓰기 영역은 뛰어났으나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말하기 실력은 조금 더뎠다. 나자는 그 당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 대부분처럼 취미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대학 진학을 결정해야 했을 때 나자는 자신의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은 교사에게 큰 감동이자 기쁨이었는데, 많은 러시아 학생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큰 기대와 꿈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막연하게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학과 입학을 알아보던 나자에게 구체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2018년 나자는 5개월의 혹독한 준비와 훈련 끝에 [한국의 전래동화]라는 제목으로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한국어를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였지만 100여 명의 대중과 특히 한국인 심사위원들 앞에서 한국어로 주제 발표를 해야 하는 대회는 나자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자와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이 말하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2018년 12월, 한국어 말하기 대회장에서 발표하는 나자는 이미 한국을 향해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고등부 2등으로 입상해 한국 대학교 6개월 어학연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자가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했으며 그 후 계속 그 발걸음을 지켜보는 것은 한국어 교사로서 큰 기쁨이었다.


한국어 말하기 올림피아드 고등부 시상


2018년 12월 카잔연방대학교가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올림피아드 고등부 2등으로 입상한 나자는 신한대학교에서 제공한 6개월 한국어 어학연수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6개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자는 새로운 꿈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어학연수 후에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나자의 가정 상황과 현실적인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염려가 되었다. 그리고 마음으로 응원할 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후 몇 달이 지나 나자는 결국 한국 대학교 합격증을 보내주었다. 나자의 꿈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질문1]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대답1]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광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자라고 합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왔고 바로네즈가 제 고향입니다. 이제 한국에 온 지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질문2]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대답2] 한국과 한국어에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14살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사는 바로네즈에도 한국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한국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 발음과 억양이 너무 예쁘고 노래 같아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취미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 후 지인을 통해서 우리 도시에도 한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해 9월에 한글학교에 입학해서 우리 서지연 선생님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단체사진


[질문3] 러시아인으로 한국을 바라볼 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아쉬운지 궁금합니다.
[대답3] 일단 좋은 점은 한국은 모든 시설은 너무 잘 되어 있습니다. 배달, 예약 기능, 빠른 배송 같은 것들이 너무 잘 돼 있어서 한국에서 사는 것이 정말 편합니다. 또한 제가 한국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러시아보다 병원이나 은행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외국인이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데 그래도 인내를 가지고 다 잘 설명해 주십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전문 용어가 필요한 병원이나 은행에 가는 것이 좀 두려웠는데 지금은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너무 친절해서 마음이 편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대학교에서 듣고 싶은 수업을 고를 수 있어서 러시아 친구들보다 더 다양하고 더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경영학과가 제 전공이지만 프랑스어, 일본어, 악기 등을 교양으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아쉬운 점은 한국어를 잘해도 대학교에서 친구들 사귈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친구들은 생각보다 외국인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공부에 너무 집중돼 있어서 친구들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또 한국 물가가 비싸서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살기 힘듭니다. 이렇게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삶에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외국인으로서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늘 노력해야 하니까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가끔 한국어를 잘해도 가게나 카페에서 계속 영어로만 대답하는 사람들 있어서 너무 답답합니다. 생각보다 아쉬운 점이 없어서 제가 직접 경험했던 것만 이야기했습니다.


단체사진2


[질문4]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어떤가요?
[대답4]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확실히 어렵습니다. 성적을 잘 받고 싶으면 하루에 개인 공부를 최소 5시간 이상 꼭 해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를 미리 번역해서 예습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니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거의 3배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도 얻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부하는 동안은 너무 힘들지만 한 학기를 잘 마치고 나면 스스로 기특하고 아주 뿌듯합니다.


제자 지인들과 함께


[질문5] 한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나눠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답5] 아직 하루하루가 바빠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생각을 안 해봤지만, 일단은 제가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아보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3학년이니까 회사 인턴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특별히 요즘에는 사법 통역에 관심 생겨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 사람으로 한국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러시아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지만 계속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찾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소망은 러시아와 한국 사이가 전처럼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자 : 네스테로바 나제즈다 세르게예브나



서지연
 러시아 서지연
 바로네즈한글학교 교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상담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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