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합계출산율 역대 최하 인구절벽 위기, 젊은층 두텁던 튀르키예도 덮치다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9.14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구절벽 현상이 유럽 국가 중 최다 출산율 국가였던 튀르키예까지 덮쳤다. 인구절벽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발표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 인구 분포가 역삼각형 모양을 형성해 생산이 가능한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해 결국 인구가 소멸된다는 이론이다. 인구절벽은 인구학 내에서 다뤘던 여러 논쟁 중 하나였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심각성이 보이지 않아 사회적 이슈로까지는 부각되지 않았다. 상기 연구가 발표되던 당시만 해도 오히려 세계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인구 대국으로 인해 인구 과밀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서면서 세계 곳곳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인구절벽의 문제를 가장 크게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0.81명에서 올해에는 0.75명으로 더 낮아졌다. 합계 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이는 기혼 여성들조차 임신이 가능한 기간에 아이를 한 명도 안 낳는다는 이야기이다. 2021년에는 역대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의 앞질렀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100년 후 우리나라 인구를 계산해 보면, 현재 5,000만 명에서 1,51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한 가족 - 출처: 통신원 촬영 >

<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한 가족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렇다면 튀르키예의 상황은 어떨까? 2019년까지 튀르키예는 유럽 국가들 중 다출산 국가로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프랑스가 1.83명으로 1위에 올랐고, 2위는 루마니아로 1.8명을 기록했다. 튀르키예는 1.76명을 기록하며 루마니아 다음으로 두 계단을 내려와 3위에 자리했다. 튀르키예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에도 감소해 1.7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27개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7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튀르키예의 인구절벽 현상이 지난 2년 사이 가속화된 것을 의미한다.

< 2021년 튀르키예 합계출산율 1.7으로 EU 27개국들 중 일곱 번째 - 출처: 튀르키예 통계청 >

< 2021년 튀르키예 합계출산율 1.7으로 EU 27개국들 중 일곱 번째 - 출처: 튀르키예 통계청 >


현재 튀르키예 상황을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를 지탱하고 있는 문화와 종교, 이들 민족의 관념 내에서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변화가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 변화의 원인을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문화, 종교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해 볼 수 있다. 먼저, 지금의 튀르키예의 인구절벽의 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며, 지난해까지 20년 간 지속됐다. 튀르키예의 연간 인구 증가율은 통계를 처음 시작한 1935년부터 1999년까지 20%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튀르키예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종교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겪으며 인구증가율이 처음으로 18%대로 내려오더니 계속 감소해 2020년에는 5.5%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원은 튀르키예의 인구증가율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2000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당시 튀르키예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었다. 1997년 우리나라에 이어 1999년에는 튀르키예도 IMF를 맞았다. 시기적으로 보면, 그때를 기점으로 20년 동안 인구 감소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20년 동안 회복되지 않고 급격하게 어두워진 경제 상황 속에 나타난 현상이 바로 튀르키예의 인구 절벽이다. 하지만 지금의 튀르키예의 인구감소 현상을 단순히 경제 위기로 인한 것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2018년 《중앙일보》에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했던 말이 실렸다. '터키 대통령 저출산 전쟁, 피임은 반역 애 셋 낳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여러 국가들의 대책들을 보면, 출산 장려를 위해 복지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협적인듯 느껴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은 사실이다. 한 방송 연설에서는 "무슬림이라면 산아 제한이나 가족 계획에 대해 동의해서는 안된다. 튀르키예의 인구를 늘리는 건 어머니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연설에서는 여성들의 피임을 반역으로까지 묘사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진 자국민들의 얼과 관습들이 서로 공존하여 만들어낸 것이기에, 통신원 역시 이방인의 입장에서 지금의 튀르키예를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국민들을 향해 위와 같이 거친 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2년 튀르키예가 IMF를 겪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엔 지금의 대통령제가 아닌 총리제로,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이 총리직을 맡으며 강력한 리더쉽으로 IMF 난국을 타개하고 경제 개혁까지 단행했다. 리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100만 리라 화폐를 1리라로 과감하게 바꿨다. 살인적인 물가를 잡는데 성공했고 자력으로 IMF에서 빌린 돈까지 다 갚았다. 핵개발을 강행하던 이란과 서방국 사이에서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며 국제사회 위상도 급부상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적과 같은 일들을 해내며 에르도안 총리는 튀르키예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그와 함께 세계 위에 국가의 이름을 높여 놓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민들의 지지도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튀르키예 건국의 영원한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가 정교분리 원칙으로 세운 세속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 위에서 급부상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인구절벽의 위기 안에 갇혀버린 튀르키예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지난 20년 동안 인구절벽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동부 지역에서의 합계출산율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샨누르파(3.81), 스르낙(3.18), 마르딘(2.78)과 같은 동부 지역은 서부 도시들에 비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이슬람주의의 종교성이 매우 강한 이들 지역에서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년 동안 경제위기와 사회 전반의 변화를 거치는 동안에도 높았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 세 번째 자녀를 출산한 제일란씨(가명)와 가족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세 번째 자녀를 출산한 제일란씨(가명)와 가족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재의 튀르키예를 이해할 때, 이제는 유럽 국가들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진 튀르키예를 여전히 이슬람 주의가 강한 동부의 일부 도시들과 같이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통신원은 인구절벽의 위기 앞에 놓인 튀르키예의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기 위해 셋째 자녀의 출산을 바로 마친 한 지인의 가정에 취재를 다녀왔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간호사와 손주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그리고 막내 아기를 품에 안고 인사를 하고 있는 온 가족의 모습의 촬영 허가를 받았고, 셋째 자녀 출산을 마친 어머니를 대상으로 인터뷰도 진행했다.

건강한 셋째 자녀 출산을 축하합니다. 어려운 시기이니만큼 아기 갖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남편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셨나요?
아기를 갖기 전에는 저도 잠깐 일을 했었어요. 남편 혼자의 급여로는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첫째 아이를 가질 때부터 경제적인 걱정과 부담이 대화의 큰 부분을 차지했었죠. 그런데 둘째 아이까지 낳으면서는 소득 걱정보다도 부부 간의 사랑과 신뢰가 더 커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임신을 꺼려하는 어린 동생들한테도 말해요. 경제적인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은 지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도 절대 못 갖는 거라고요.

임신을 꺼려하는 부부들의 설문 조사를 보면, 아이가 생겨서 평생 책임감을 갖는 게 두렵기 때문에 임신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답변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의 남편과 이성 친구로 지냈을 때는 서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만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죠. 결혼까지는 하고 싶었지만 아기를 갖는 건 싫었어요.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려면 경제적인 형편도 그랬지만, 책임감이 생기는 거잖아요.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지 몰라요. 저도 셋째까지 낳았지만 책임감의 문제는 부모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튀르키예는 이슬람 국가라서 자녀를 많이 낳을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아이를 아예 안 갖거나 한 명만 갖는 가정들이 많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튀르키예는 99%의 국민들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나라라서 종교적인 나라로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무슬림이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건 잘못된 정보예요. 부모님 때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저희 세대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말씀하신대로 아예 낳지 않거나, 경제가 조금 나아지면 그때 한 명 정도만 갖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동부 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아이를 많이 낳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종교를 강하게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튀르키예의 인구절벽 현상은 지난 20년 동안 급변해 온 정치, 종교,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얽혀 서서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보다 더 이전부터 세계 곳곳에는 인구절벽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는 마치 지난 두 해 동안 소리 없이 전 세계를 덮었던 코로나19처럼, 인구절벽도 어느 한 국가만의 현상이 아닌 전 세계를 소리없이 하나둘씩 뒤덮어 나가고 있는듯 하다.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절벽의 거대한 흐름 앞에 선 튀르키예가 앞으로 지금의 인구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과거 국가의 한 지도자가 말했던 것처럼 인구를 늘리는 것은 여성의 책임이라고 하면서 계속 종교적 테두리 안에 머물지, 아니면 지금과는 다르게 국민들의 생활 안정 등 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될지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SBS NEWS》 (2021. 8. 20). 〔친절한 경제〕 실감 안 나는 인구 절벽… ‘100년 뒤’ 계산해 본 충격 결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435953&plink=LINK&cooper=YOUTUBE&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중앙일보》 (2018. 1. 4). 터키 대통령 저출산 전쟁 “피임은 반역, 애 셋 낳아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258207#home

- 《한겨레》 (2021. 9. 28). 지난해 사망자 수 30만명 첫 돌파…’인구 데드크로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3006.html

- 튀르키예 통계청,
https://data.tuik.gov.tr/Bulten/Index?p=Dunya-Nufus-Gunu-2022-45552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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