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이탈리아 소도시의 애향심이 전해진 휘파람과 종소리 축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9.23

폰테데라(Pontedera)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사(Toscana Pisa)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베스파(Vespa) 스쿠터로 유명한 회사 피아지오(Piaggio) 공장과 관련 업체, 노동자로 번성했던 이 도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의 피해를 입고 역사적 쇠퇴를 거쳐 현재는 피렌체와 피사 등의 대도시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과 노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폰테데라 한 쪽에 있는 라 로타(La Rotta) 마을은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밖에 위치한 시골이다. 라 로타에 코로나19로 3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큰 축제가 올해 다시 돌아왔다.


올해 114회를 맞은 '휘파람과 종소리 축제(Fiera dei Fischi e delle Campanelle)'는 9월 11일 일요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8일 일요일 밤까지 플루비알레 공원(Parco Fluviale)에서 다양한 행사로 채워졌다.


< 라 로타 축제 '휘파람과 종소리' 포스터 - 출처: Comune di Pontedera 페이스북 계정(@ComunediPontedera) >

< 라 로타 축제 '휘파람과 종소리' 포스터 - 출처: Comune di Pontedera 페이스북 계정(@ComunediPontedera) >


토요일 밤에는 이번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매운 고추 먹기 선발대회인 '불의 식탁(Tavolo del Fuoco)'이 진행됐다. 18일 일요일 오후에는 마술쇼(Simon Super Piu), 빙고 게임의 일종인 톰볼라 놀이(Tombola),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자기를 구워 작품을 완성해 내는 행사인 '불과 점토(Il Fuoco e L’argilla)' 등에 각각 천여 명의 사람들이 행사를 즐겼다. 평소에 주차장으로 이용되던 플루비알레 공원에서 사진 전시회, 식재료와 빈티지 마켓, 도자기 굽기 시연 행사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 봄볼로니 행사 부스 앞,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봄볼로니 행사 부스 앞,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도넛처럼 부풀린 빵에 설탕을 입힌 빵, 봄볼로니(Bomboloni) 행사 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콜렛 봄볼로니, 크림 봄볼로니, 피스타치오 봄볼로니 등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에 봄볼로니 열 개를 포장해 가는 라 로타 거주 시민 프란체스코(Fracesco)는 "봄볼로니는 역시 진한 크림이 들어간 피스타치오 봄볼로니가 최고"라며 가족들에게 봄볼로니를 선물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 톰볼라 놀이에서 숫자를 발표하는 행사 진행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톰볼라 놀이에서 숫자를 발표하는 행사 진행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이들이 열광하던 마술쇼가 끝나고 저녁 7시부터는 톰볼라 놀이(Tombola)가 시작됐다. 1등 1,000유로(약 40만 원), 2등 500유로(약 20만 원)가 상금으로 걸린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손에 숫자가 쓰여 있는 종이와 펜을 들고 하나 둘씩 메인 광장으로 모였다. 행사 시작 당시, 약 4천 원에 판매한 톰볼라 종이는 이미 900여 장이 팔렸다고 전해졌다. 톰볼라 종이 한 장을 손에 꼭 쥐고 있는 사람부터 열 장을 한꺼번에 들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설레는 표정이었다.

톰볼라 놀이는 숫자 1에서부터 90까지 중 한 숫자를 큰 통에서 무작위로 골라 한 개씩 차례로 발표하고 이에 맞춰 자신의 종이에 적힌 열 개의 숫자를 하나씩 지워 나가다가 열 개가 가장 먼저 지워지는 사람이 우승하는 형태이다. 무대에 있는 큰 통에서 숫자가 하나씩 선택되어 발표될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종이를 연신 처다보며 탄식이나 함성을 내질렀다. 오십 번 대 숫자가 네 번 연속으로 발표되자, 사람들은 통을 제대로 섞으라며 무대를 향해 악의 없는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또 다른 사람들은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30분이 지나도록 우승자가 나오지 않다가 약 5분이 더 지나자 1등 우승자가 관객석 끝에서부터 "내가 이겼다!"라는 뜻의 "빈토(Vinto)!"를 외치며 앞으로 뛰어나왔다.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 도자기 굽기 시연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도자기 굽기 시연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밀라노나 로마와 같은 대도시로 나가서 성공해야 한다는 인식보다도 부모님이 거주하셨거나 거주하고 계시고, 내가 태어난 그 도시를 떠나지 않고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는 쌀쌀해진 저녁 바람에 "너, (톰볼라 놀이로) 돈 버리러 나왔니?"라며 서로 농담을 건네는 폰테데라 라 로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도자기 굽기 행사가 진행되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대형 오븐 앞에서 불을 쬐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Comune di Pontedera 페이스북 계정(@ComunediPontedera),      https://www.facebook.com/ComunediPontedera/



백현주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Theatre No Theatre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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