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한 엇갈린 반응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9.26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세상을 떠나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가 서거하며 25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년 동안 재위했다. 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은 찰스 국왕과 폴로를 즐겼던 추억을 회상하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파항 주의 술탄인 압둘라 국왕은 파항의 모든 공공 건물과 기관 등의 주기(state flag)를 안장식 당일까지 조기(half-staff)로 게양할 것을 명령했다. 슬랑오르, 페낭, 파항, 느그리셈빌란 등 영국의 지배를 받은 일부 지역도 조기를 게양하며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소식에 말레이시아 일부 주정부는 주기(stage flag)를 조기 게양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소식에 말레이시아 일부 주정부는 주기(stage flag)를 조기 게양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여왕의 서거 소식은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의 1면을 장식했고, 현지 SNS에서도 최고 관심사로 올랐다. 말레이시아 최대 영어 일간지 《더스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애도한다.'며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많은 말레이시아인들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영국이 아니었다면 말레이시아가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여왕에게 감사하다.' 등의 글과 여왕을 추모하는 사진을 올렸다.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한 반응을 보도한 현지 매체 - 출처: 'The Rakyat Post' >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한 반응을 보도한 현지 매체 - 출처: 'The Rakyat Post' >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만큼 과거사를 잊고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여왕의 마지막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좋으나 원래 우리 것이었던 국가를 돌려받았다고 고마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파항은 영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독립투사들의 활동 지역이다. 이들이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보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엘리자베스 2세 애도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말레이시아 누리꾼 - 출처: 더바이브스뉴스 트위터 공식 계정(@thevibesnews) >

< 엘리자베스 2세 애도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말레이시아 누리꾼 - 출처: 더바이브스뉴스 트위터 공식 계정(@thevibesnews) >


영국 빅토리아 여왕(1837-1901) 재임 시절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한 우체통에는 빅토리아 여왕을 상징하는 VR이 새겨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1786년부터 1960년대까지 170여 년간 영국의 직·간접적 지배를 받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각종 사회 시스템의 토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을 만큼 영국이 미친 영향력은 크다. 영국은 1786년 말레이시아 페낭을 동남아시아 지역 중 처음으로 할양 받았고, 1826년 싱가포르, 믈라카, 페낭을 통합해 해협식민지를 구축했다. 이후 말레이시아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부터 잠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으나, 1945년부터 1963년 동말레이시아가 독립하기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왕의 죽음을 계기로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 말레이시아 곳곳에 남은 영국 식민지 흔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말레이시아 곳곳에 남은 영국 식민지 흔적 - 출처: 통신원 촬영 >


<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빅토리아 시계탑(1902년) - 출처: 통신원 촬영 >

<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빅토리아 시계탑(1902년) - 출처: 통신원 촬영 >


말레이시아는 과거 식민지 56개국의 연합인 연방의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72년, 1989년, 1998년 총 3차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일본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영국을 대하는 감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BBC》는 옛 식민지인 말레이시아가 여왕을 애도하는 배경에 대해 '영국이 공산주의 반란과 인도네시아 충돌 당시 말레이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해 영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토미 코 싱가포르 대외직명대사의 말을 인용해 '영국이 말레이시아 근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시절 무역항 역할을 했고, 식민지 이후 발달된 영국의 법체계, 영어 공용어 사용 등은 근대화에 기여했다'며 '말레이시아인들은 무수한 만행이 자행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영국 식민지 경험이 최악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 옛 영국의 식민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추모하는 배경을 분석한 언론 - 출처: 'South China Morning Post' >

< 옛 영국의 식민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추모하는 배경을 분석한 언론 - 출처: 'South China Morning Post' >


영국 식민지 시절 말레이시아에서는 영국의 식민 통치에 대항하는 시도가 있었고 많은 저항군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영국군은 말레이시아 전역에 걸쳐 공산당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인들은 여왕 재임 시절 말레이사아가 발전하고 번영했다고 말하며, 현재 말레이시아 곳곳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추모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옛 식민지인 동시에 현재 연방 국가 구성원이라는 말레이시아의 배경을 파악하면 이런 엇갈린 반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South China Morning Post》 (2022. 9. 19).
https://www.scmp.com/week-asia/people/article/3193049/asians-love-good-show-and-british-delivered-why-malaysia-singapore

- 《The Rakyat Post》 (2022. 9. 9).
https://www.therakyatpost.com/news/malaysia/2022/09/09/mixed-reactions-to-malaysians-mourning-passing-of-queen-elizabeth/

- 더바이브스뉴스 트위터 공식 계정(@thevibesnews),
https://twitter.com/thevibesnews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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