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호주현대미술관의 서도호 작가 개인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1.26

시드니의 써큘라퀴(Circular Quay)에 위치한 호주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s Australia, MCA)에서 한국인 설치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이 열렸다. 호주현대미술관은 시드니오페라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어 경관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좋은 전시회가 자주 열려 현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미술관이다. 지난 11월 4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남반구에서 개최되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서도호 작가는 신체, 기억, 공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는 대규모 조각과 건축 설치로 잘 알려진 예술가이다.


< 설치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이 열린 호주현대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설치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이 열린 호주현대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지원으로 개최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하게 지연돼 많은 사람이 정말 아쉬워하며 기다렸던 전시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회는 1990년대부터 약 30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을 남반구에 소개하는 서도호 작가의 첫 번째 단독 전시회이다. 전시회는 대규모 설치, 조각, 드로잉, 인쇄, 비디오 등 광범위한 방식을 통해 상징적 작품을 선보인다.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소속감, 정체성, 집에 대한 지속적인 명상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서울, 뉴욕, 베를린, 런던을 포함해 그가 거주해 온 다양한 공간들을 환기하는 전기(傳記)적 특징을 갖는다.

호주현대미술관을 방문한 한 "커플은 자주 전시를 보러 온다."면서도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꼼꼼한 그의 디테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3층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교복과 군복, 교련복 등이 진열돼 있었다. 그 속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남성이 어린이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이 표현돼 있었다. 자신이 걸어온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관람객들은 교복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 집안의 물품을 형상화한 Specimen(2013) - 출처: 통신원 촬영 >

< 집안의 물품을 형상화한 Specimen(2013)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재생되고 있었다. '집-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받치고 운반하는지-보편적이고 시급한 관심사이다(Home-how we build, hold and carry it-universal and urgent concern).'라는 표현이 벽에 기재돼 있었다. 관람객은 자신의 집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로 달려가다가도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는 기분을 경험했다. 영상 속의 작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의식주에 속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삶의 테두리인 집은 공간적인 인간의 피난처이며 삶이 이루어지는 근거지이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성장한 나의 역사가 스며있는 공간, '집'에 대해 다시 되돌이켜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전시 공간에서는 작가가 살아왔던 집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한옥 안에 온갖 생활용품이 담긴 영상은 그립기도 하고 정답기도 한 모습이었다. 작품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은 그의 어린 시절의 집인 한옥을 탁본으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 어린 시절 살던 한옥을 형상화한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 - 출처: 통신원 촬영 >

< 어린 시절 살던 한옥을 형상화한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 - 출처: 통신원 촬영 >


설치작품이 전시된 공간으로 들어서자 세심하고 부드러우며 환하고 섬세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색감의 폴리에스테르 패브릭을 소재로 집안의 물건들을 제작한 작품의 세밀함에 감탄했다. 군번줄을 모아서 만든 철로 만든 갑옷 역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 군번줄로 만든 갑옷 모양의 Metal Jacket(detail)(1992-2001) - 출처: 통신원 촬영 >

< 군번줄로 만든 갑옷 모양의 Metal Jacket(detail)(1992-2001) - 출처: 통신원 촬영 >


패브릭 소재로 올라가는 계단을 형상화한 'Staircase- III(2010)'가 전시된 공간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몇몇은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같은 기분이 든다.'며 '한 번은 올라가 보고 싶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Who Are We?(Multicoloured)(detail)(2000)'은 졸업앨범 속 수많은 사진을 모아 완성한 작품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언뜻 보기에는 벽으로 보이지만 휴대폰 카메라 렌즈로 확대보면 얼굴이 나타나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 (좌)Staircase-III(2010), (우)Who Are We(Multicoloured)(detail)(2000)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좌)Staircase-III(2010), (우)Who Are We(Multicoloured)(detail)(2000) - 출처: 통신원 촬영 >


바로 아래쪽에 전시된 'Floor(detail)(1997-2000)'은 수많은 사람 모형이 바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담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HUB series(2019)'라는 작품은 집의 모형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 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서도호 작가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역사와 정체성에 더욱 무게를 두는 기회를 가졌다.


< HUB series(2019) - 출처: 통신원 촬영 >

< HUB series(2019) - 출처: 통신원 촬영 >


작품 전시회 외에 지난 25일에는 'MCA Late'라는 행사 하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담당한 레이첼 켄트(Rachel Kent) 씨가 진행한 서도호 작가와의 화상 질의응답을 비롯해 한국계 인디팝 아티스트 브릿지 독(Bridge Dog)과 DJ 나래(Horizon Dance Crew)가 함께 한 케이팝 강좌 등이다. 한국어를 통한 전시 가이드, 뮤지컬 공연, 조각보 체험 등 전시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 큐레이터 레이첼 켄트(Rachel Kent)가 진행한 서도호 작가와의 화상 질의응답 - 출처: 통신원 촬영 >

< 큐레이터 레이첼 켄트(Rachel Kent)가 진행한 서도호 작가와의 화상 질의응답 - 출처: 통신원 촬영 >


< 브릿지 독(Bridge Dog)과 DJ 나래(Horizon Dance Crew)가 함께한 케이팝 강좌 - 출처: 통신원 촬영 >

< 브릿지 독(Bridge Dog)과 DJ 나래(Horizon Dance Crew)가 함께한 케이팝 강좌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서도호 작가의 테마 중 하나인 'Finding Home'에서 영감을 받아 호주에 정착한 한국 교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커뮤니티 토크도 함께 진행됐다. 전망이 멋진 옥상의 한 카페에서는 전시회 기간 동안 비빔밥, 치킨, 수정과, 소주, 칵테일 등 한식 특별 메뉴를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장호)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김지희)이 호주현대미술관과 공동 큐레이팅으로 참여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김민하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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