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식당 '보릿고개'가 전하는 한국문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1.27

강원도의 토속음식을 선보이는 한식당 '보릿고개'가 LA 한인타운 8가에 문을 열었다. 한인타운 내에 새로운 한식당이 생겼다는 자체가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한식당 '보릿고개'는 여러 면에서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만한 곳이다.


< 색색의 테이블로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식당의 실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 색색의 테이블로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식당의 실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높은 천장 아래 널찍한 공간에 놓인 테이블에는 초록, 노랑, 분홍의 천을 엮어 만든 조각보가 깔려 있다. 조각보 아트는 미국의 퀼트와 유사점이 있어 현지의 여성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자리를 안내받은 손님들은 조각보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바로도 보며 그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는 한다.


< 식당 내에 전시된 수많은 한복 의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 식당 내에 전시된 수많은 한복 의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식당 보릿고개 내부에서는 상감마마와 중전마마의 화려한 의상과 상궁들의 다소곳한 한복, 신랑신부의 혼례복 등 다양한 궁중의 의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똬리를 높이 올린 채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 기녀의 인형부터 앞치마를 두른 대장금 인형까지 다양한 한복 의상의 인형이 진열돼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사극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창호지를 바른 문살, 한복에 곁들이는 노리개, 신발까지 사극 소품으로 쓰일 법할 만한 물건들도 소규모 박물관처럼 늘어서 있다. 한국의 골동품점과 수공예품점을 돌며 소품을 수집한 주인 정성희 씨의 감각과 노고가 느껴진다.


< 식당 내 한국 분위기를 풍기는 각종 장식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식당 내 한국 분위기를 풍기는 각종 장식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인 고객들은 자리에 안내를 받고도 예쁜 인형들을 보며 감탄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옐프(Yelp)에도 많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산타 클라리타(Santa Clarita)에 사는 찰리(Chaille K)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방문했는데 정말 가려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라고 리뷰를 시작했다. 한복 인형으로 단장된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귀여워요(So cute).'라고 평했다. 세트 메뉴 외에 보쌈을 주문했다는 그는 '너무 완벽한 맛(sooooo perfect!)이었다.'고 극찬했다.


< 메인 코스 요리의 구성 - 출처: 통신원 촬영 >

< 메인 코스 요리의 구성 - 출처: 통신원 촬영 >


식사를 하던 현지인 여성 제인 크롬웰(Jane Cromwell)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좋아하는 한류 팬으로 한국인 친구와 함께 보릿고개를 찾았다."고 전했다. 음식 가짓수와 양을 보고 휘둥그레 커진 그녀의 눈은 꽤 오랜 시간 작아지지 않았다. 전채로 제공된 김부각과 누룽지에 이어 바구니에 한상 차려 나온 메인 코스 요리를 보고는 너무 좋아 손을 가슴 앞에 모으는 모습이었다. "음식 맛이 모두 건강식이에요. 건강 유지와 체중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곳의 음식은 저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음식은 작은 항아리 또는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메인 코스 요리는 널찍한 광주리에 쌈장을 중심으로 8가지의 나물, 명란젓과 오징어 젓갈까지 정성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럽게 담겨 나온다. 마치 과거 농번기에 품앗이하던 동네 사람들을 위해 차려주었던 새참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음식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보릿고개의 열린 주방은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테이블 중앙에서 한 직원은 빈대떡을 직접 부치며 현지인들에게 한국 스타일의 음식 준비법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 식당 주인 정성희 씨가 그린 그림, 농번기에 새참을 실어 나르는 주부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식당 주인 정성희 씨가 그린 그림, 농번기에 새참을 실어 나르는 주부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릿고개의 주인 정성희 씨는 오랜 기간 유화 레슨을 받아왔고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한 아티스트이다. 실내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도 여러 점 전시돼 있다. 흰 무명 한복을 입고 머리에는 수건을 둘러쓴 한국의 여인네들이 소쿠리에 담긴 새참을 들고 논두렁에 온 모습을 그린 그녀의 그림이 인상 깊었다. 한 여인은 가슴팍에 포대기로 아이까지 업고 있는 모습이다. 통신원은 한국에서 수집한 소품부터 자신의 작품까지 모두 한 공간에 모아 한국의 풍성한 문화를 소개하는 식당을 기획한 정성희 씨로부터 진정한 문화 대사의 모습을 느꼈다.


미국(LA)에서는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한식당이 각광받고 있다. 한인타운 내 또 다른 식당 '고바우' 역시 한국의 항아리와 민화, 창호지 바른 문살 등 한국의 예술품으로 실내를 꾸며 현지인들로부터 각광받고 있고 한정식집 '용수산'도 한국 고가구와 그림 등으로 인테리어 해 한식의 맛과 함께 한국문화의 멋을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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