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남동부 지역 한인들의 지치지 않는 구호활동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5.17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서 역대 최악의 강진이 발생했다. 불가 9시간 사이 규모 7.8과 규모 7.5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해 피해 규모가 컸다. 첫 번째 지진은 현지시간 04시 17분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일어났다. 이후 9시간이 지난 오후 13시 24분경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 튀르키예 에르진잔 주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동일한 위력이며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분석된다. 또한 1999년 이즈미트 대지진의 사상자와 피해액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상태이다. 튀르키예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총 5만 783명이 사망한 가운데 그중 7,302명은 안타깝게도 다른 국가에서 이민을 온 해외 이민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지진 발생 80일 기준).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전 세계 각국에서 구조인력과 구호물품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 그리고 반서방 국가들까지 나서서 튀르키예 지진 복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튀르키예와 형제 국가인 대한민국도 단일 파견으로는 최대 규모인 110명을 급파해 8명을 구조하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총 19명의 사망자를 수습했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 한인회에서도 모금 활동을 벌여 순수 민간 차원에서 지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하타이 주의 이스켄데룬 시에 이재민들이 임시 거주할 수 있는 '한국 친선 컨테이너 마을'을 5월 중 조성할 예정이다. 이스켄데룬 시는 1950년 9월 25일 한국 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이 부산으로 출발했던 항구 도시이다. 그 때문에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한국 마을 조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더욱이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을 돕기 위해 특정 국가 이름을 사용해 마을을 만드는 사례는 처음이라 6.25 전쟁과 함께 양국 간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인 지역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지진으로 꼽히는 이번 대지진이 지나간 자리는 튀르키예 남동부 11개 주 지역으로 대한민국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만큼 광범위하다. 통신원은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2월과 발생 80일 후 두 차례에 걸쳐 남동부 지역 한인회 관계자들과 하타이 지역 한인 한 가정을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남동부 지역 한인들의 근황으로 그간의 구호활동이 얼마나 고됐는지를 전해졌다. 지난 2월 때보다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 튀르키예 남동부 한인회 손석우 부회장의 인터뷰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줌(Zoom)' >

< 튀르키예 남동부 한인회 손석우 부회장의 인터뷰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줌(Zoom)' >


튀르키예 남동부 한인회 손석우 부회장은 지진 이재민들을 위해 하루 100인분에 이르는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공급해 오고 있다. 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지진 피해 지역이기도 한 아다나 시에서 현지 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개업 후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 대지진 참사를 겪은 것이다. 손 부회장은 "내가 20년 넘게 살아온 지역의 이재민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은 다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진 발생 초기부터 현재까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이재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급식도 있지만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산간 지역의 이재민들은 이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 부회장은 산간 지역까지 직접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긴급구호팀 1진, 2진, 3진이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때도 구호팀이 현지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한식을 제공하며 구호활동을 돕기도 했다.


< 남동부지역 한인회 김대희 부회장이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 출처: 김대희 부회장 제공 >

< 남동부지역 한인회 김대희 부회장이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 출처: 김대희 부회장 제공 >


남동부 한인회 김대희 부회장은 한국의 NGO 단체와 협력해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 물품을 공급하며 구호팀의 일을 돕고 있다. 지난 2월 지진 발생 후 남동부 지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한인 15명은 안전을 위해 위해 저지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한 가정으로 대피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마침 튀르키예 방문 중에 있던 네팔의 한 교민과 닿아 남동부 지역 한인 지진 이재민을 위한 디브리핑 심리 치료를 제공했다. 디브리핑 심리 치료는 자연재해와 같은 큰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건설적인 삶을 성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남동부 한인 이재민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제공한 네팔 교민은 2015년 규모 7.8의 네팔 대진을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 장성호 씨가 목회하고 있는 붕괴된 안디옥 개신교회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 장성호 씨가 목회하고 있는 붕괴된 안디옥 개신교회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통신원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남동부 지역 지진 이재민 한인은 이번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교민이다. 그는 하타이 주에서 16년째 현지인 교회 목회를 하고 있는 장성호 씨이다. 이번 지진으로 3층 교회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다행히 사택은 붕괴된 교회 건물 바로 옆 블록에 따로 있어서 낙석으로 인한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하던 새벽 4시, 그는 갑자기 침대에서 몸이 위아래로 심하게 몇 번을 떴을 정도로 매우 큰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 두 번의 본진이 발생하고 6,040번 넘는 여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새벽 시간 발생한 지진이 서로 다른 두 개 단층면에서 80초 동안 계속됐다고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 위력이 얼마나 컸던지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이 470km에 이르는 단층 파열이 발생했다. 현재 하타이 도시는 80%의 건물이 지진으로 붕괴됐거나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붕괴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장성호 씨는 "하루아침에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하타이 도시를 보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 장성호 씨가 다른 이재민들을 구호하는 모습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 장성호 씨가 다른 이재민들을 구호하는 모습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 장성호 씨가 하타이 주 현지인들을 위해 한국문화 활동을 펼치는 모습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 장성호 씨가 하타이 주 현지인들을 위해 한국문화 활동을 펼치는 모습 - 출처: 장성호 씨 제공 >


그는 남동부 지역 한인들 중 가장 큰 재해를 입었음에도 하타이 지역에 남아 지진 이재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텐트와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지진이 잠잠해졌지만 장성호 씨가 계속되는 여진과 추가 붕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재민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하타이 지역민들과 한국의 문화와 역사 인식을 공유하며 한 가족처럼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튀르키예 내 교민들이 가장 적게 거주하고 있는 하타이 지역에서 한국 참전 용사들을 위한 행사를 매년 진행하며 6.25전쟁 당시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한지 어느덧 80여 일이 지났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지만 그들이 떠난 다음 지금 그 땅에는 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텅 빈 건물들만 남아 있다. 그러나 남동부 지역 우리 한인들은 오늘도 그 땅을 떠나지 않고 튀르키예 현지인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비록 도움의 손길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을지라도 남동부 지역 한인들로 쌓인 양국의 형제애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크게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김대희 부회장 제공
- 장성호 씨 제공


참고자료
- 《중앙일보》 (2023. 02. 19). 여진만 6040회…튀르키예 지진 사망자 4만6000명 넘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1713#home

- 《중앙일보》 (2023. 02. 15). 튀르키예 지진에 단층파열…서울~부산보다 긴 470㎞ 찢어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0855#home

- 《연합뉴스 글로벌코리아본부》 (2023. 04. 14). 튀르키예에 지진 이재민 위한 ‘한국마을’ 5월 완공, https://www.koreancent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813573

- 《CNN TURK COM》 (2023. 04. 28). 80 Gun! Depremdeolu sayisi ne kadar oldu, guncel yarali sayisi kac? Hangi ilde kac binayikildi, kac kisi oldu?, https://www.cnnturk.com/turkiye/76-gun-depremde-olu-sayisi-ne-kadar-oldu-guncel-yarali-sayisi-kac-hangi-ilde-kac-bina-yikildi-kac-kisi-oldu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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