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베를리날레 기획 ③] 베를리날레 속의 한국 영화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3.02

통신원주: 독일의 대규모 문화행사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리날레)가 2월 11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베를리날레>는 ‘독일 문화산업의 상징’, 그 자체다. 통신원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해외통신원 및 프리랜서 기자로서 프레스배지를 받아 생생한 영화제 현장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독일 영화산업 정책 및 현황 등을 여러 편에 걸쳐 기획기사로 싣는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리날레)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3편이다.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여자>, 이동하 감독의 <위켄즈(WEEKEND)>가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으며, 지난해 단편영화로 수정곰 최우수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우리들>도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12일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 시네막스에서 열린 <죽여주는 여자>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는 이재용 감독은 물론 배우 윤여정과 윤계상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영화 제목이 번역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현되어 현지 관객에게는 낯선 영화로 비쳐질 만 했다. 하지만 영화표는 일찍 동이 났고, 늦은 시간임에도 영화관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영화 <죽여주는여자> 월드 프리미어 상영 직전 윤계상(좌), 윤여정(우) 모습>

 

<영화 <죽여주는여자> 월드 프리미어 상영 직전 윤계상(좌), 윤여정(우) 모습>


영화 상영 전 이재용 감독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지만 아직도 성매매로 생계를 꾸려야만 하는 노인들이 있고, 노인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오랜 친구인 배우 윤여정만이 할 수 있는 연기로 그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소위 말하는 ‘박카스 할머니’가 노인 성매매로 생계를 꾸리다 죽고 싶어 하는 노인을 정말로 죽여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노인 빈곤과 죽음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사회적 약자들이 영화 장면 장면마다 보여 진다.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인상적이었던 ‘소영’의 캐릭터에 감탄하며 이런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질문했다. 윤계상은 윤여정과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긍정적인 청년으로 연기했는데, ‘K-Pop의 원조’라는 감독의 소개에 관객석에서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영화 상영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영화 상영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영화 <죽여주는여자>를 관람한 베를리너 안드레아 카렐(좌)와 린다 클리메쉬(우)>

 

<영화 <죽여주는여자>를 관람한 베를리너 안드레아 카렐(좌)와 린다 클리메쉬(우)>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영화관 밖에서도 많은 관객이 배우를 둘러싸고 악수를 청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린다 클리메쉬는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인상 깊었고, 자신이 어떤 ‘나쁜’ 일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다시 좋은 일을 하며 돌려주는 모습이 좋았다” 라면서 “한국 영화는 처음 봤는데 관심이 많이 생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14일 오전 열린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첫 상영도 현지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우리들>은 섬세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잘 담아냈으며, 아름다운 영상미로도 주목을 받았다. 영화 중간에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아이의 순수한 대사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첫 상영에서는 윤 감독과 주인공을 연기한 최수인 양이 함께 참석했다. 청소년 영화 부문으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되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객들이 많았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첫 상영 현장>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첫 상영 현장>
 

윤 감독은 2014년 첫 단편 <콩나물>로 베를리날레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번 출품작 <우리들>도 베를리날레 첫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라 또 한 번 수상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동하 감독의 <위켄즈>는 게이코러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독일 영화계가 한국의 게이 운동과 관련 영화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베를리날레는 물론 독일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도 한국의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화는 빠지지 않고 초청된다.

<베를리날레와 동시에 열리는 유럽영화마켓 입구(위)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아래)>


<베를리날레와 동시에 열리는 유럽영화마켓 입구(위)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아래)>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지만 베를리날레에서 한국영화를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베를리날레 최고작품상인 황금곰상을 놓고 겨루는 국제경쟁부문에서는 3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초청작 자체도 3편으로, 총 18편이 초청된 일본과 7편이 초청된 중국에 비해서는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들만의 과제는 아니다. 올해 독일 베를리날레 비평주간의 첫 토론 주제는 ‘왜 국제영화제에서 독일 영화가 인정받지 못하는가’였다.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를 여는 독일 스스로도 독일 이외의 국제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자국 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개 토론장에서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활발한 영화 담론을 통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이유진 독일/라이프치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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