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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리 아버지
작성일
2021.01.13

[가작 - 시 부문]


우리 아버지


강정희 / 독일



장손의 무건 지게 묵묵히 짊어지고
매운 눈물 알알이 소리 없이 젖는 밤
모래땅 단봉낙타의 터덕터덕 발걸음

아버지 목마 타고 어둥둥 바닷가에
물팔매 멀리멀리 수제비 물결 모양
보고픈 얼굴 그린다. 동그라미 속에서

퍼렇게 질린 언니 대담히 달려들어
빨아낸 독사 독에 까무러진 아버지
포기는 절대로 안 돼! 이제야 난 알겠다.

문고리를 흔드는 해묵은 기침 소리
가등 홀로 지키며 서러움 토하시던
문풍지 섧게 우는 밤 아버지 등을 본다.

‘올곧은 헤아림은 인생의 길잡이야‘
마음의 소리 되어 날 키운 평생 보배
고마운 그 목소리는 이어간다. 대대로

성실한 허수아비 수없이 많은 날을
올곧음 이식하여 쓰임을 다하셨다.
빈 마음 하늘 닮으며 그리움을 좇는다.

잔말을 아끼시며 기본에 충실하신
마음속에 각인된 영원한 나의 스승
슬픔을 먹고 웃으며 섧게 사신 한평생

무너지는 마음을 오래도 버티시며
대쪽의 꼿꼿함을 안고 사신 아버지
황소의 슬픈 눈동자 별이 되어 빛난다.

냄새 밴 가죽 가방 손때 죽 반들반들
숨 죽은 초지일관 스며드는 그림자
영혼을 흔드는 기억 쓰리도록 그립다.

늦아침 수저 놓고 돌연히 멈춘 심장
감나무 주렁주렁 그 뉘도 못 한 배웅
가슴에 옹 매듭 하나 돌덩이 안고 산다.

봄이 오는 길섶에 아버지의 기일이
지금껏 들려오는 뚜벅뚜벅 그 소리
이렇게 문득문득 날 울리는 울 아버지!

한 아름 꽃을 안고 해당화 개천 따라
애써 눈물 감추며 어버이를 찾는다.
말끔히 벌초 끝내고 큰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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