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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중·고등] 3국 인싸(insider)의 꿈을 품다
작성일
2022.01.05

글짓기 중·고등 - 장려상

3국 인싸(insider)의 꿈을 품다

양 지 수 [중국]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이 되던 해에 중국으로 와서 지금까지 중국 심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다문화 가정으로,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중국인입니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학교에 다니지만, 저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에 살면서, 저는 외국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 다. 중국의 외갓집이나 한국의 친가에 가면, 제가 두 나라 문화를 공유한 다문화 가정 이라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아마도 양가 친척들의 정서가 기본적으로, 한국 과 중국 모두 유교를 바탕으로 한 가족문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에 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한국과는 여 러 가지가 다릅니다. 중국 학교의 교육방식은 완전 주입식 교육입니다. 특별히 정치 적인 내용은 이해의 과정 설명 없이 무조건 외우라고 시킵니다. 평소에 나와 다른 나 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던 학급 친구들이 그럴 때는 중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 니다. 그들에게는 평범한 수업이겠으나, 두 나라 교육을 같이 받는 제게는 이국적이 라는 생각을 갖게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한발 물러선 시선으로 보자면, 중국 정치인들은 너무 신격화되어 있고, 정치 학습은 중국 중심적 전체주의를 심어주는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교육 을 받는 동급생들이 정치 관련 질문을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 방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중국인들이, 성인이 되어서 국수주의 사상과 타국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생활 속에서도 중화주의며 중국 최고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택시에서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면, 택시 기사는 대뜸 자기 나라를 자랑합니다. 더 나아가면 한국 문화 또한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택시 기사가 외국인이냐고 물으면 그냥 조선족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택시 기사들도 더 이 상 말을 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정치적 논쟁이 생기면, 저는 자연스럽게 소극 적인 사람이 되고 이방인이 됩니다.

저는 그동안 한 주일에 5일 동안은 중국 학교를 가고, 주말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주말 한글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한인교회를 다니면서 우리 문화 학습시간을 가 졌습니다. 주말학교나 한인교회는 친목모임의 성격도 있어서 가면 늘 즐겁고 행복했 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내가 한국 문화만 좋아하지 않고, 중국 문화도 다양하 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중국 학교에 입학하면 군사훈련을 갑니다. 중국은 징병제가 아니고 모병제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할 때, 군사훈련을 통해 전체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군사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군사훈련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중국 학교를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거의 참석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모님 은 그 군사훈련이 친구들과 나를 단단하게 결속하게 해줄 거라면서, 저를 거기에 참 여하게 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저는 거기에 가서 중국 학생들과 친밀하고도 동등한 관계를 형 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군사훈련을 통해 흔히 말하는 ‘인싸(insider)’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중국 학생들과의 학교생활이 즐거웠고,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 다 보니 더 이상 남의 나라 문화에 끼어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문화를 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가정 자녀로 거듭난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를 참 좋아합니다. 아버지의 철학도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한국을 바 라보는 시각과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아버지를 통해서 물려받고 얻 은 것입니다. 아버지가 평소 좌우명처럼 말씀하시는 맹자(孟子) 말씀이 있습니다. 바 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입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의미를 풀어보면, 맹자가 말하길, 인생의 성공 3요소로 천시 (天時) 즉 ‘하늘의 때’와, 지리(地利) 즉 땅의 이점과, 인화(人和) 즉 ‘화합의 힘’을 꼽는 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화합하고 서로 돕는 <인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랍니다. 아마도 제가 평소에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아버지의 좌우명과 철학을 늘 보면서 따라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중국과 아버지 곁을 떠나 한국의 대학에 입학하려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당연히 군대도 가게 될 것입니다. 진 짜 내 고향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것에, 저는 벌써부터 두근두 근 설렘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에 갔을 때 우선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것과 함께 저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는, 한국 친구와 선후배들을 많이 사귀는 것입니다. 그들 속에서도 당 당히 ‘인싸’에 도전하고, 또 많은 한국의 ‘인싸’들과 만나며  교류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아버지의 나라 대한민국을 배우고, 또한 그들에게는 어머니의 나라 중국 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는 친구가 많습니다. 어디를 가든 ‘친구 사귀기’는 저의 특기이자 장점이 라고, 저는 감히 자부하고 싶습니다. 중국 속담에 보면 ‘좋은 관계 하나가 살 길 하나 를 더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생에 있어 좋은 친구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 입니다. 그런데 친구 사귐에 관한 저의 욕심은 서울이 끝이 아닙니다. 평양도 가고 싶 고, 평양 친구도 사귀고 싶습니다.

얼마 전 특강에서 들었습니다. 세계 3대 투자자 중 한 사람인 짐 로저스는 20여 년 전에 중국에 투자하라고 주장했고, 최근엔 북한 개방 시 한국의 미래에 대해 매우 희 망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적어도 향후 50년간 ‘기회의 땅’이라고 그는 홍보 중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중국 심양에서 압록강은 가깝습니다. 북한 식당도 가장 많은 곳입 니다. 심양에서 자란 제게 북한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손 내밀면 잡 히는 현실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짐 로저스의 장밋빛 전망이 제게는, 기다리던 봄소 식처럼 성큼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런 기대와 전망을 배경으로, 저는 1차 중국의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2차 한국의 친구들도 많이 사귀며, 그리고 나아가 머지않아 가능하다면 3차 북녘땅 평양의 친구 들도 많이 사귀고 싶습니다. 거기 가서도 모두를 친구로 만드는 ‘인싸’가 되고 싶습니 다. 3국 모두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인싸’가 되는 것이 저의 또 다른 꿈입니다.  


저의 친화력과 노력으로 3국의 좋은 친구들을 하나로 연결해서, 다가오는 북한 개 방시대에는 3국 공동번영의 멋진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국 심양 땅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성장한 저의 운명이요, 저의 꿈이요, 역사적 소명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짐 로저스의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다시 한번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짐 로저스는 20년 전 중국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자기 막 내딸을 중국 학교에 전격 입학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딸에게 나의 전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중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내 딸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와우, 그런데 이미 저는 사랑하는 부모님 덕분에, 어머니의 나라에서 중국 친구들 을 너무도 잘 사귀고 있고, 이제 곧 아버지의 나라에서 최고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며 마음껏 공부할 기회까지 허락받았으니, 정말이지 저는 누구보다 행복한 존재임을 똑 똑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백합니다. 정녕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특별히 중국 심 양 땅에서 자란 것을 하늘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약속합니다. 전 세계가 기 대하는 ‘기회의 땅’인 한반도의 찬란한 미래를, 작지만 저의 온 가슴으로 품고 3국의 친구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