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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중・고등 부문] 나는 미국인 한인 교포 2세 김주환 Samuel입니다
작성일
2024.01.24

청소년 글짓기 중・고등 부문  장려상


나는 미국인 한인 교포 2세 김주환 Samuel입니다

김주환(미국)


“이건 정말 아름다운 골입니다. 대한민국, 너무나 멋진 골이네요. 한국의 꿈이 마침내 살아납니다.” 2022년 추운 계절이 시작되던 12월 2일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뜨거웠던 나의 가슴속 불길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대니머피(Danny Murphy: 영국의 전 축구선수이자 현 중계 해설가)가 16 강 기로에 서 있는 한국 대 포르투갈의 월드컵 예선 중계방송에서 소리치던 그 시간에, 우리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아시안 학생회(Asian Affi  nity Group)을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형 프로젝터로 월드컵 생중계 경기를 함께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축구장을 가로질러 숨차게 달려온 손흥민이 바처럼 자리잡은 세 명의 수비수 사이의 깨진 좁은 틈새를 뚫고 연결된 패스에 이어 황희찬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골을 넣자 “와” 하는 환성과 함께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란이 구내식당에서 일어났습니다. 넓은 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국적은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미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 모두는 한국인이었습니다. 모두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놀라운 활약에 환호하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건물 전체를 가득 채웠습니다. 특히 저와 함께 한국을 응원하던 친한 친구들은 “Let’s go.”를 외치며 한 무리의 미친 타조 떼 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책상을 두드리며 “Bro, 정말 믿을수 없는 골이야.” 하였고, “샘, 기분이 어때?”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저는 “한국인이라 너무 자랑스러워.”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저는 미국인 Samuel Kim입니다. 20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부모님은 3살 터울의 누나와 저를 미국에서 낳으셨습니다. 15년 11개월 중에 2주. 저의 인생에서 그 단지 14일간만이 한국 땅을 밟아 보았던 시간입니다. 그렇듯 그리워 할 추억이 있을 만큼 충분히 한국에서 자라면서 살아 본 적도 없고, 한국 문화가 몸에 배어 있을 만큼 경험해 본 적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저는 미국인 Samuel Kim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는 한국인 2세 Samuel 주환 Kim입니다. 하루도 빼지 않은 일평생을, 당연히 태어나서 처음 들은 말이 한국말이었을 것이며, 집에서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던말들이 한국어였고, 중요한 생각을 가족과 고민하며 나누던 말이 한국어였습니다. 한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 온 내게는 한국말이 모국어이고 한국식 예절과 명절이 당연한 일입니다. 저의 그저 그런 하나의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진심으
로 한국인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한국인 2세 Samuel 주환 Kim입니다.


더불어 저는 미국계 한국인 주환 킴 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취미와 관심 분야를 함께 나누는 것일 것입니다. 저는 스포츠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축구 경기, 농구 경기, 심지어 수영대회를 보고 분석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친구들과 이런 주제에 관해 대화할 때마다 나오는 이름은 대부분 백인과 흑인 운동선수들 뿐이었습니다. 가끔 야오밍이나 제레미 린 같은 아시아 선수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한국 선수가 지금같이 화제가 된 기억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2021년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흥민 선수가 Golden Boot 상을 수상하고 난 이후 다른 한국 선수에게도 주변 친구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쏘니뿐 아니라 황희찬 같은 다른 프리미어 선수들에 대해 시작된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이 다른 종목의 한국 선수
에 대한 관심으로 옯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에게 한국어를 이해하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더니 심지어 선수가 한국어로 인터뷰 한 내용을 번역해 달라고 부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못 이기는 척 번역해 주고는 “혹시 더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하였지만, 사실은 하늘에 붕 뜬것 같은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꼈습니다.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법을 배운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미국계 한국인 주환 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국계 미국인 Sam Kim입니다. 10학년 말에 영어 수업 시간의 토론 주제가 ‘자본주의의 역설’이었습니다. 토론을 위해 수업 시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시청하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일부 자막만으로 미국인인 친구들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이어졌습니다.


신라면도 먹어 본 적 없는 미국인 친구들에게는 일등급 고기와 먹는 짜파구리를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기 쉽게 비교하기를 마치 켄팅턴(좀비 거리라 불리는 위험한 지역) 거리에 버려진 아파트에 살던 주인공 기택과 센트럴 파크 뷰의 맨하튼 펜트 하우스에 사는 사장집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와 숨어 있는 이야기의 맥락을 저의 설명을 통해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여 토론이 활발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루는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옵니다. 전화기를 들고 유튜브에나오는 런닝맨을 보고 난리도 아닙니다. BTS 멤버 뷔가 출연하였기 때문이겠지요. “Sam, 얘가 왜 웃는 거야?”, “Sam, 애가 뭐라고 그러는데 다들 쓰러지고 있는 거야?” 궁금한것이 참 많습니다. 평소에 그리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내게 다정히 다가올 만큼 BTS의 뷔의 힘이 대단한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미국인 친구들에게 저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 미국 문화에 빗대어 설명을 쉽게 해 주는
그저 한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Sam Kim입니다.


아무래도 역시, 저는 미국 사는 한국인 김주환인가 봅니다. 한글을 처음 배울 적에 ‘WHY’라는 다양한 시리즈의 만화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저는 그중 특히 ‘전쟁’이라는 시리즈를 제일 좋아해서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전쟁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가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역사 과목 개인 논술 주제를 ‘제국주의가 한국 민족에게 끼친 영향’으로 잡고 10 페이지 분량 정도 되는 에세이를 쓴 적이 있습니다. 사실 솔직히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부모님과 대화하며 그것을 통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만, 마음 한편에는 저의 정체성과 더불어 제이름 뒤에 숨은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대화하며 일본의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화로 한국 민족이 받은 억압, 착취의 가혹한 역사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습니다. 단순히 물질적 수탈을 위한 군사적 영토 정복만이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차별과 자유의 침해 등 복잡하고 복잡한 아픈 역사였습니다. 특히 위안부 문제라든지 광산에서의 강제 노동 문제를 자세히 찾아서 읽고 살펴보았을 때는 분해서 화가 치솟았습니다. 또, 그러한 고난 속에서 한국민족이 서로 더욱 결속하고 끝까지 저항했던 모습들이 더불어 흥미로웠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시작된 나의 에세이의 일부를 수업 시간에 읽어 주었을 때, “이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내용을 보니 매우 흥미로운 것 같네요. 완성이 되면 학급 모두가 함께 읽어 보고 토론해 보도록 하면 좋겠어요.”라고 선생님이 코멘트하실 때 우쭐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미국 사는 한국인 김주환인가 봅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제게도 변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러 차례 한영/영한 번역 대회에서 입상도 해 보았지만, 사실은 한국어를 한다는 것이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과 소통하는 것 이외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예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태어나서부터 돌잔치도 하고, 명절에는 한복도 입고, 떡도 먹고, 윷놀이 같은 전통 놀이도 즐기고 하는 한국 문화는 저의 일부였습니다만, 이러한 한국 문화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전파할 욕구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음식, K-Pop, K-드라마, 스포츠 등으로 주목을 받아 오고 있습니다. 주변의 미국 사람들은 더 이상 “한국? 어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을 알아? 더 얘기해 줄 수 있겠어?” 하고 관심이 붐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KCC(한국 문화 클럽)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한국영화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들으며,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전통 놀이를 체험합니다. 저 역시 이런 활동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치 손흥민 선수가 했던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의 젊은이들과 재미 교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의 아름답고 독특한 전통문화가 세계 속에 여전히 숨겨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니 머피가 말했습니다. “코리안 드림은 살아났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코리안 드림이 내 안에서매우 살아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의 문화를 접하며 살아왔고, 한국을 사랑하는 나는 미국인 한인 교포 2세 김주환 Samuel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