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 시 부문]
달
장성희 / 미국
열 일곱에 찾아온 달이 심통 한 번 안부리고 서른 세 해 내 몸에서 곱게 살아 주었다.
한 번 거른 달의 얼굴을 열흘째 찾고 있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고 애액이 마른다.
두 번 거르고 또 어느 달에 세 번 거르면 그 때 몸의 소리를 다시 써야겠다.
마흔 다섯에 들었던 소리는 거짓이 될 것이다.
애액이 마르는 이유를 알겠다.
전혀 나만의 방식으로. 식은땀 때문이다.
흰새벽 식은땀. 없던 일을 매일 경험한다.
가슴골을 흐르는 끈끈함과 미끈함과 뜨끔함에 잠을 깬다.
깨고 나면 끔찍하다.
사랑으로 가야할 물이 다 땀으로 간다는 말이다.
나 낮땀 많이 흘리며 산 사람이야.
밤땀이 어디에서 온단 말이냐.
물 두 병을 네 병으로.
울컥, 뜨거운 것이 다리 사이로 쑤욱 빠져 나온다.
또 한 번 달의 허기가 밀려나올 때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떨어진 아이처럼 무력하여. 아직 해가 있는 창으로 눈이 갔다.
초승달이 얼만큼 부풀었나.
꼭 두 번 아이가 섰고 삼백일흔다섯 번 아이가 되지 못한 피가 흘렀다.
사백을 세기 전에 단 두 번이라니. 단 두 번의 수정이라니.
한 번만 더 오라. 뱃속으로 못 오면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 물큰 거리는 피를 찍어 쓰고 싶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