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 임 작가가 스위스에서 선보인 어린이 민화 워크숍
한국인 교포로 스위스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트레이시 임(Tracy Lim, 임은지) 작가는 지난 4월부터 스위스 칸톤 보(Vaud) 애글(Aigle)에 위치한 그라펜리드 미술관(Espace Graffenried)에서 약 두 달 남짓 '꽃이 필 때면(Whenthe flowers bloom)' 전시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녀 작품의 상징인 코스모스를 비롯해 매서운 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인 설강화들이 전시실 벽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 스위스 그라펜리드 미술관에서 선보인 트레이시 임 작가의 '꽃이 필 때면' - 출처: 사진작가 Dimitri Brooks >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소개에서 "코스모스는 작가 자신을 상징함과 동시에 어릴 적 추억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는 한국에서 코스모스 씨앗을 가져다 정원에 심으며 한국을 그리워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동시에 그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머나먼 한국을 떠올리던 어린 시절 자신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된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유년기 시절에 늘 함께했던 정원에 핀 코스모스가 그녀에게는 한국을 상징한 중요한 매개체였음을 깨달았고 한다. 현재는 작가가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씨앗, 즉 오리진은 변치 않으나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강한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코스모스의 강한 생명력이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겠노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코스모스는 그녀의 작품 속에 늘 함께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좌)트레이시 임 작가와 함께 하는 민화 워크숍, (우)어시스턴트로 참여한 Jayon(12세), Noah(11세) - 출처: 사진작가 Dimitri Brooks >
이번 전시 기간 중 임 작가는 직접 미술관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민화 워크숍을 제안했다. 임 작가는 주로 장지에 동양의 채색화로 작품을 표현하는데 자신의 기법 중 하나인 색팬과 천연 색소의 물감을 물과 함께 섞어 색을 발라 말리는 기법을 이용해 한지 위에 한국의 전통 민화를 그려내는 워크숍이다. 스위스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워크숍이기에 미술관에서는 처음에 참가 인원 10명을 제안했으나 문의가 쇄도하면서 총 26명의 아이들이 워크숍에 함께했다. 통신원도 해당 워크숍에 직접 참여해 보았다.
< 민화 워크숍에 참여한 아이들의 작품 - 출처: 사진작가 Dimitri Brooks >
트레이시 임 작가는 한국의 전통 민화와 닥나무로 만든 한지에 대한 설명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5세부터 13세인 참가 아이들은 처음 접해보는 호랑이, 새, 꽃으로 표현된 한국의 민화를 감상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색색이 한지 위에 표현하는 가운데 두 시간에 달하는 워크숍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됐다. 아이들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워크숍은 현지 언론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Riviera Chablais Hebdo(리비에라 샤블레 헵도)》의 노에미 데사르젠(Noémi Desarzens) 씨는 "작가 트레이시 임은 한지, 붓, 물감, 모티프를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과 전통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워크숍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 트레이시 임 작가, 무형문화재 최성일 한지 장인의 '성일한지'에서 - 출처: 트레이시 임(임은지) 작가 제공 >
그러면서 작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하기도 했다. "표현의 기법은 문화예술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한지를 소개하게 돼 더욱 기쁘고 자랑스럽고 더욱이 한국의 국보급 한지 장인인 최성일 씨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한지를 후원했다. 장인의 전통적인 솜씨가 깃든 종이 위에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만나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부드럽지만 찢어지지 않고 구김만으로 튼튼함을 자랑하는 '한지(Hanji)' 위에 펼쳐지는 채색화의 한 부분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매우 기쁘며 작품 중 한 점이 미술관 아카이브로 선정된 점도 감사할 따름이다."
< 전주 '성일한지'에서 좌측에 무형문화재 최성일 한지 장인, 우측에 전수자 최승우 씨 - 출처: 트레이시 임(임은지) 작가 제공 >
이번 워크숍 후원자이신 전주 향토 한지장 최성일 씨의 한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이탈리아 국립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문화재 복원 사업에 활용될 만큼 그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통신원은 직접 최성일 전주 향토 한지장과 짧게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그는 이번 워크숍에 후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의 전통적인 한지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소망에서 참여했다."면서 "특히 아이들 교육에 있어 다른 문화의 산물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제조 방식과 천연 재료인 닥나무와 천연 잿물 등 전통 재료를 사용해 35년째 한지를 제조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조의 전통 방식과 그 가치가 세대를 거쳐 보존 및 계승되길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며 자신의 의사를 표했다.
사진출처
- 사진작가 Dimitri Brooks
- 트레이시 임(임은지) 작가 제공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