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이집트에 범 내려온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10.16

이집트에 범 내려온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원장 오성호)은 2024년 한국문화주간을 맞아 9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Cairo Opera House)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한국문화주간은 주이집트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기념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규모 있게 준비된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개막 공연의 주인공은 한국의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얼터너티브 팝을 선보이는 밴드 이날치가 맡았다.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플레이 K-사운드(Play K-Sound) 전시, 아리랑 워크숍과 부채 만들기 워크숍, 그리고 국악과 아리랑으로 구성된 폐막 공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폐막식 또한 단순한 공연을 넘어 2주간 진행된 국악 아카데미의 발표회를 겸한 특별한 무대로 꾸며졌다. 박재형 강사와 아리랑 워크숍의 노윤지, 엄예진 강사 공연이 폐막식을 활기차게 만들었으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무엇보다도 국악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아카데미를 통해 배운 실력을 폐막식 무대에서 선보이는 방식을 통해 양국 간의 문화교류가 한층 더 강화됐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큰 특징으로 돋보였다.


통신원은 조선팝 장르를 탄생시킨 그룹 이날치가 아랍 문화권의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이집트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개막 공연을 직접 찾아갔다. 오페라 하우스 메인 홀은 4층까지 가득 찬 관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각국의 귀빈과 한국 교민들, 그리고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이집트인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날치의 등장에 앞서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이집트의 소프라노 달리아 파룩(Dr. Dalia Farouk)과 한국 성악가 이한나가 함께 부른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그것이다. 한국어로 부른 가곡이 이집트 성악가의 목소리로 표현돼 관객들이 이국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양국의 성악가가 한 목소리로 그리운 정서를 담아내니 그 농도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는 이집트 및 한국의 성악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드디어 이날치가 등장하며 이집트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범 내려온다>로 화려하게 공연을 시작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무대 배경은 이날치의 미디어 아트로 꾸며져 마치 한국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독특한 판소리 창법과 강렬한 밴드의 연주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대의 베이스가 주고받는 리듬과 그 중심을 잡는 드럼의 강렬한 비트 속에, 현대 소리꾼들의 소리가 자유롭게 춤을 추는 듯했다. 현대 팝의 익숙한 리듬과는 다르게 한편으로는 낯선 창법과 언어가 이집트 젊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치의 대표곡인 <좌우나졸>, <여보나리> 등이 이어지며 이집트 관객들은 점점 공연에 빠져들었다. 클래식 공연장이라 다소 경직됐던 초반의 관객들도 점차 핸드폰의 조명을 켜고 응원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등 적극적이고 흥겹게 호응했다. 특히 따라 부르기 쉬운 의성어로 구성된 마지막 곡 <히히하하>는 현지 관객들도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쉬움에 앙코르 요청이 쏟아지기도 했다.


< 이집트 관객들을 마치 한국의 공연장으로 초대한 듯한 이날치의 풍성한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을 관람한 이집트 관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악이 흥겹고 놀라운 무대였다."며 감탄하는 이들이 많았고, 관객 네스리나 아흐마드 씨는 "우리가 듣던 음악과는 확실히 달랐지만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날치의 열정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치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악은 이집트 관객들에게 한국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공연을 즐기게 만든 듯했다.


대부분의 이집트 관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남았다. 해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다소 미흡해 관객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다. 소통 방식은 연주자나 팀의 개성에 맡기더라도 한두 지점에서 공연하는 문화권을 배려한 설명과 소통의 장치가 있었다면 관객들의 몰입과 이해도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금 더 세심한 준비가 있었다면 한마음으로 보다 풍성하게 즐기는 공연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이날치의 공연을 관람하며 이런 장르를 타문화의 장르와 결합하면 또 어떤 모양일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다. 앞으로도 문화교류의 저변이 더 확대돼 한국-이집트 양국 간 이해와 소통이 깊어질 뿐만 아니라 두 문화의 접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장르도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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