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취리히 NZZ 라이브(NZZ Live) 이벤트에 정관 스님이 방문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10.21

[인터뷰] 취리히 NZZ 라이브(NZZ Live) 이벤트에 정관 스님이 방문하다


취리히 중심부 푸른 호숫가 주변으로 역사적 고건물과 함께 세련미와 현대적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유명한 명소가 즐비한 이곳은 스위스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스위스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문화 선도주자도 밀집해 있어 문학, 음악, 연극과 공연,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그리고 식도락 문화까지 만끽할 수 있는 이곳에 지난 9월 중순 한국 사찰음식의 대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알리고 있는 정관 스님이 등장했다.


사실 정관 스님의 취리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취리히 리트베르그 박물관(Rietberg Museum)에서 불교 예술 관련 전시를 진행할 당시 정관 스님은 스위스를 방문해 '불교 수행은 음식과, 음식을 대하는 자세까지 함께 의미한다.'는 내용을 발우 공양과 사찰 음식으로 선보이며 현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한차례, 2022년에는 발효 음식을 주제로 열린 '페스티벌 페르멘티스타(Festival Fermentista: Es gärt in Zürich)'에 발효 음식의 전문가 산도르 카츠(SandorKatz)와 함께 자리했다. 한국의 사찰 음식을 선보이며 발효 음식 기법과 건강상의 이점,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내용을 함께 공유했다.


< 스위스에서 출간된 신작 '정관 스님, 그녀의 한국 사찰 음식'에 실린 백양사 천진암 - 출처: 사진작가 Veronique Hoegger 제공 >


한편 이번 정관 스님의 방문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과 에이트 출판사가 함께 공동으로 준비한 라이브 이벤트다. 이는 지난 4월 말 『정관 스님, 그녀의 한국 사찰 음식(JeongkwanSnim, Ihre koreanische Tempelküche)』이라는 제목으로 스위스 에이트자이트 출판사(Echtzeit Verlag)에서 독일어로 출간한 도서를 소개하기 위한 시간이다. 행사 통역은 한국인 출신 스위스 노이에 취리히 짜이퉁 기자이자 책의 저자인 후남 셀만(Hoonam Selmann) 씨가 맡았다.


< 취리히 NZZ 라이브 이벤트 현장, 좌측에 사회자 다비드 포겔, 우측에 통역을 맡은 후남 셀만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른하르트 극장(Bernhard Theater)의 350여 석이 만석을 이루자 푸른 조명 아래 사회자인 다비드 포겔(David Vogel) 씨와 후남 셀만 씨가 자리를 잡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연회색의 장삼과 푸른빛이 감도는 실크 목도리를 두룬 정관 스님이 환한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며 모습을 나타냈다. 호기심 가득 스님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청중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사회자는 정관 스님이 출가하게 된 배경과 어떻게 요리를 시작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위 질문이 불교 문화가 생소한 현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정관 스님은 17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받았던 충격이 자신을 사찰의 삶으로 이끌었으며, 몇 개월의 수습을 거쳐 '바를 정(正)', '너그러운 관(寬)'의 '정관'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50여 년 가까이 사찰의 부엌을 지키고 있노라 답했다.


스님은 경상도 소농의 딸로 6세부터 부엌에서 어머니께 어깨너머로 배운 칼국수 반죽을 재미로 따라 하며 요리를 배운 것을 계기로 사찰에서 스님들의 식사를 담당하게 됐다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함께 들려주었다. 사찰 주방은 청소부터 시작해 채소를 다듬고 국을 끓이는 법을 배운 후에야 밥을 지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사찰의 밥을 짓는 일은 훌륭한 예술이자 중요한 활동이다. 수행에 집중하려면 좋은 음식과 밥을 잘 먹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스님들의 수행을 돕기 위한 음식을 준비하며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그 안에 수많은 숨은 진리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긴 세월 수행을 통해 닦은 스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수행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수행이란 어두운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과정이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 동식물,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된 총체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이 이를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자가 넷플릭스 촬영 이후 스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질문하자, 스님은 "세상 밖으로 나간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의 사찰 음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동서양의 문화교류를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어 "전 세계 사람들과 음식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기쁘며, 사찰 음식의 문화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스위스에서 출간된 신작 '정관 스님, 그녀의 한국 사찰 음식'에 실린 한국 시장의 풍경 - 출처: 사진작가 Veronique Hoegger 제공 >


청중의 다양한 질문도 이어졌는데 특히 식재료 선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비롯해 "채소를 고르는 방법", "직접 재배한 재료와 시장에서 구매한 재료에 대한 차이" 등에 대해 궁금해했고 정관 스님이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철학과 자세 등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정관 스님은 "자연에 의지해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등 세계적 이슈는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변해야 한다. 호흡이 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하며 짧은 명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 스위스 독일어 공영방송 SRF 문화부는 정관 스님의 이번 방문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srfkultur) >


이번 행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식사에 대한 스위스 내 인식 변화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현재 스위스에서는 유기농 식품과 운송 경로가 짧고 신선도가 높은 지역 생산 제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외식보다는 양질의 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두부처럼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마켓과 레스토랑 메뉴의 다양성을 통해 주목할 수 있다. 다양한 식물성 대체 식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더욱 많은 식당에서 비건 및 채식 옵션을 제공하도록 해 소비자들이 새로운 요리법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 역시 확연히 눈에 띈다. 취리히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효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 워크숍, 축제와 이벤트 등이 다수 개최되고 있다. 이는 자연친화적 접근, 지속가능한 영양, 건강상의 이점 등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발효, 비건, 채식주의와 사찰 음식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건강과 환경, 문화적 가치와 연결돼 있다. 현대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건강한 식습관과 서로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에이트자이트 출판사(Echtzeit Verlag) 및 사진작가 Veronique Hoegger 제공

- 인스타그램 계정(@srfkultur), https://www.instagram.com/srfkultur/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