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분석] 문학 토크쇼 <Babel>의 노벨 문학상 한강 특집 방송
스웨덴 공영방송 채널 SVT Play가 문학 토크쇼 <Babel>에서 2024 노벨 문학상 수상 특별 에피소드를 제작해 소설가 한강에 대해 다뤘다. 스튜디오에는 문학 전문가, 작가, 독자 등으로 구성된 패널이 자리해 한강의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문학 토크쇼 'Babel' 스튜디오 촬영 현장 - 출처: 'SVT Play' >
영상은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로 시작됐으며 해당 소식을 보도한 한국 뉴스 채널, 한국과 스웨덴의 출판사,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 공유됐다. 자료화면으로 문학동네가 제작한 '책플리' 시리즈 중 한강을 인터뷰한 에피소드의 영상이 사용됐다. SVT는 가장 먼저 한강의 관심사 중 하나인 음악을 소개했고, 한강이 직접 쓰고 부른 곡들을 재생했다. 또 '책플리' 인터뷰 중 한강이 소개한 김광석의 <나의 노래>,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의 공연 화면을 재생했고, 한강의 가족사,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에 대한 자료 화면을 공유하기도 했다. SVT는 워너원의 노래 <에너제틱>을 배경 음악으로 "<오징어 게임> 같은 TV 시리즈, 케이팝, <기생충> 같은 영화를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문화로 소개했다.
< 한국문화 소개 자료 화면 - 출처: 'SVT Play' >
《The New York Times(뉴욕 타임스)》가 지난여름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 '성공한 TV 시리즈로도 제작된' 이민진의 『파친코』가 선정된 사실도 해당 에피소드에서 언급됐다. 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다시 한번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며 서울의 한강과 고층건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드라마로 제작된 <파친코>, 혁오의 무대, 여러 시대 속 한국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 재생됐다. 배우이자 가수인 알바 아우구스트(Alba August)는 한강의 작품 『흰』의 일부를 낭독했다. 패널들은 이후 한강의 작품, 한강의 개인사, 한강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스웨덴 스톡홀름 드라마텐(Dramaten)에서 진행된 '채식주의자' 공연 - 출처: 'SVT Play' >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스웨덴 스톡홀름 드라마텐(Dramaten)에서 연극 <Vegetarianen>으로 상영된 적이 있는데, 해당 연극의 한 장면도 소개됐다. 주인공 '영혜' 역을 맡았던 카린 프라즈 콜로프(Karin Franz Körlof)가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패널들은 이후 여러 책의 일부분을 낭독하며 책의 줄거리와 배경이 되는 한국의 역사를 소개했다.
< 저널리스트 다니엘 남(Danjel Nam) - 출처: 'SVT Play' >
또한 2017년 한강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국 입양 동포 스웨덴 저널리스트 다니엘 남(Danjel Nam)은 한강과 인터뷰를 통해 만났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강은 아주 호기심 어리고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한강은 나의 한국 배경과 삶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건 퍼즐을 맞추고 질문을 하는 그가 하는 일의 일부분이다. 고통스러운 것에 대해서도 '왜?'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 한강은 고통스러운 마음을 갖고도 글을 쓰니 말이다. 내가 큰 이야기의 퍼즐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어 진행자가 다니엘 남에게 한강과의 만남, 친분이 어떤 의미인지 묻자 그는 "큰 의미가 있다. 나는 한국 출신으로 스웨덴에 입양됐고 내 배경에 대한 모든 답을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 퍼즐에 대해 관심이 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알게 됐다. 한국 역사와 디아스포라. 한강은 이러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 한강과의 인터뷰 - 출처: 'SVT Play' >
한편 문학 토크쇼 <Babel>은 한강과의 단독 인터뷰 영상도 공개했다. 인터뷰이가 한강에게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에 좀 익숙해졌느냐"고 묻자 한강은 "수상 소식 2일 후인 오늘 아침 일어났는데, 마침내 차분함을 느낀다. 이제 집필 중인 작품을 계속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상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냐"는 질문자에 한강은 "숨으려 하고 있다. 잘 숨을 것이다. 내 작품을 끝내고 싶기 때문에 집필에 집중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질문자가 "박근혜 전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때 소설 집필을 지속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묻자 한강은 "문화계 종사자 9,000명을 명단에 올렸는데 이 사람들은 오히려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인터뷰이의 "국가적 트라우마에 대해 쓰는 것이 당신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한강은 "내가 트라우마에 대해 쓰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광주 학살을 대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 집필은 책 『소년이 온다』에 내가 던진 질문들을 관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소설을 끝내고 나서도 스스로 아직 뭔가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쓴 책 중에 트라우마에 대해 쓰기로 '결정'해 집필한 책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폭력에 대해 아주 생생하게 표현하는데도 당신의 문체에는 아주 아름다운 고요함이 있다. 그것(문체)과 당신이 쓴 소설 속 행위들의 대조가 서사를 써 내려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한강은 "나는 어떤 이미지와 사물에서 일종의 전류를 느낀다. 나는 그 전류를 내 문장에 쏟아붓고자 노력한다.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에도 이 전류가 살아있어 그 전류를 알아차리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 한강과의 인터뷰 - 출처: 'SVT Play' >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첫 번째 한국인 작가로서 이번 수상이 한국 문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라는 인터뷰이의 질문에 한강은 "많은 사랑과 관심, 독자들의 축하에 놀랐고, 감사한다. 한국에는 많은 작가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진행자는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Fosse)가 한강에게 남긴 축하 인사를 대신 전했다. 실제로 영상 편지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한 욘 포세는 한강에게 "앞으로 'No'라는 말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는 재치 있는 조언을 남겼다. 한강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작품 집필에 집중할 것을 약속했다. 해당 인터뷰는 한강이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릴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VT Play》 (2024. 10. 13). Nobelpriset i litteratur, https://www.svtplay.se/video/jXvk6zN/babel/nobelpriset-i-litteratur?video=visa&position=1852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연구원, 통번역사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 스톡홀름대학교 국제비교교육학 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