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누나 로맨스와 한국어 '누나(Noona)'의 확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11.18

[문화정책/이슈] 누나 로맨스와 한국어 '누나(Noona)'의 확산


한류가 말레이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대박', '오빠' 등 다양한 한국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남자의 손윗 여성 형제를 뜻하는 '누나(Noona)'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류 팬 사이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남자친구>,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연하 남성과 연상 여성 간 연애를 다룬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누나'가 '매력적인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2024년 미국 투자 분석 전문지 《Insider Monkey(인사이더 몽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한국 드라마 시청자 수 세계 3위에 달해 한국 드라마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 세계적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누나 로맨스(Noona Romance)'를 그린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누나'라는 한국어를 일상에서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2020년 푸테리 자카란다(Puteri Jacaranda) 작가는 카밀리안과 안드리안이라는 말레이시아 재벌의 로맨스를 다룬 말레이 소설을 『누나 로맨스(Noona Romance)』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바 있다.


< 푸테리 자카란다의 말레이 소설 '누나 로맨스' 표지 - 출처: 굿리즈(Goodreads) >


'누나 로맨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누나'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여성 의류 브랜드 로지(Lozy)는 '누나 세트(Noona set)'를 출시했다. 해당 세트는 한국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제품으로 한국 패션 스타일을 반영한 히잡, 상의, 하의로 구성돼 있다. 인도네시아 브랜드의 누나 세트는 동남아시아 최대 쇼핑 플랫폼 중 하나인 쇼피 말레이시아(Shopee Malaysia)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슬랑오르에 본사를 둔 여성 의류 업체 아즈카 메카(AZKA MECCA)도 '누나 사룽 바왈(Noona Sarung bawal)'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사룽 바왈은 종교적인 이유로 무슬림 여성들이 목과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의 일종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소셜미디어에 누나 세트를 착용한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등 한국적인 스타일과 전통적인 이슬람 요소를 결합한 누나 패션이 인기다.


< 무슬림 여성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누나 세트 - 출처: 로지(Losy) >


'누나 마케팅'은 여성 의류 업계뿐만 아니라 식품 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식품 업체 세르바 완기(Serba Wangi Sdn Bhd)는 2020년 인스턴트 식품 브랜드 '누나(Nuuna)'를 설립했다. 볶음면인 비훈 고랭(Spicy Instant Bihun Goreng) 등 총 6개 인스턴트 제품과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젊은 '누나' 캐릭터를 내세우고 한류 스타 시우민의 사인을 증정하는 등 한류를 적극 수용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식품 브랜드 '누나(Nuuna)'의 캐릭터와 상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 누나는 한국문화의 수용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만들며 패션,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아줌마'나 '언니'가 아닌 '누나'라는 한국어가 적극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줌마'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2000년대에는 욘사마를 응원하는 열정적이고 충성스러운 중년의 한류 팬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최근까지 이어져 한류 스타 여진구를 보러 한국에 온 싱가포르 중년 여성을 그린 최초의 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 제목도 <아줌마(2022)>로 지어졌다. 반면 '언니'는 '누나'처럼 젊은 여성을 의미하지만 한류 드라마에서 남성에게 인기가 있는 매력적인 여성은 '누나'로 상징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줌마'나 '언니'와 비교했을 때 '누나'는 더 매력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전달해 패션, 식품 분야에서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표현은 한국문화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누나'라는 용어의 확산은 단순한 언어적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경계를 넘어 새로운 트렌드가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굿리즈(Goodreads) 홈페이지, https://www.goodreads.com/


- 로지(Losy) 홈페이지, https://lozy.id/


- 아찰타샤 틱톡 계정(@achaltasya), https://www.tiktok.com/@achaltasya


- 누나(Nuuna) 홈페이지, https://www.nuuna.my/


- 《World of Buzz》 (2024. 5. 23). Study: Malaysia Records 3rd Highest Number of K-Drama Viewers in the World Outside of Korea, https://worldofbuzz.com/study-malaysia-records-3rd-highest-number-of-k-drama-viewers-in-the-world-outside-of-korea/


- 《Sinar Harian》 (2023. 2. 28). Nuuna bihun goreng segera pertama di Malaysia, https://www.sinarharian.com.my/article/247367/bisnes/nuuna-bihun-goreng-segera-pertama-di-malaysia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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