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벨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한국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5.09.24

벨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한국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한국어 발음이 매우 정확했다. 목소리를 따라가보니 벨기에 초등학생들이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실 벨기에에도 이와 비슷한 놀이가 있다. 술래가 '인 트웨 드리 피아노(een twee drie piano; 하나 둘 셋 피아노)'를 외치면 술래 이외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행동을 멈춰야 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술래가 되는 놀이다. 벨기에에서 16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된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최근 몇 년 사이 벨기에인들의 일상 속에 한국문화가 빠르게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카나발(Carnaval) 행사로 유명한 벨기에 도시 알스트(Aalst)의 케르미스(Kermis)에서는 한국어를 찾아볼 수 있다. 케르미스는 마을 혹은 도시마다 열리는 전통적인 지역 축제로 원래는 '성당 미사'라는 뜻이며 성당의 기념일과 관련된 종교 행사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현재 종교적 색채는 완전히 사라졌고 놀이와 먹거리 그리고 지역 공동체 행사 성격이 강하다.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해당 행사 기간에는 주로 성당 앞 광장에 회전목마, 범퍼카, 바이킹 같은 이동식 놀이 기구와 노점이 들어선다.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작은 놀이공원이 동네에 조성되는 것이다. 행사의 최고 먹거리는 벨기에 국민 간식인 감자튀김인데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간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등장했다. '주세요'라는 한글이 크게, 여러 번 적힌 해당 푸드트럭에서는 일본의 간식과 더불어 한국의 핫도그, 치킨을 판매한다.


< 한국어로 기재된 간판을 갖춘 푸드트럭 - 출처: 소피 씨 제공 >


이제 한식당이 아닌 벨기에 일반 레스토랑에서 '코레안스(Koreaans; 한국의, 한국적인)'라는 형용사를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벨기에 맥주 가게에서 '한국 치킨(Koreaans kip)'을 맛볼 수 있고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는 '한국 샐러드(koreaanse salade)'를 볼 수 있다. 특히 김치를 곁들인 한국 치킨은 매콤한 맛으로 벨기에인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김치와 치킨의 조화는 한국인도 놀랄 정도다. 한국식 샐러드는 얇게 썬 배추에 약간의 고춧가루가 버무려져 맵지 않지만 시원한 맛이 난다. 종업원은 "셰프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창의적으로 한국식 요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보이는 아시아 관광지는 동남아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서서히 선망받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벨기에인 하더웨흐(Hadewijch, 36세) 씨는 "지난 4월 부활절 휴가 기간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특별한 문화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일본인보다도 친절하다고 느낀 한국에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2주 동안 서울, 부산, 그리고 제주도를 여행했다. 서울에서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했는데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남산서울타워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 올라갔는데 너무 더워 힘들기도 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해운대와 광안대교를 구경했는데 무척 아름다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부산이다."라며 한국 여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한 하드웨흐 씨 - 출처: 하더웨흐 씨 제공 >


사실 벨기에에서 한국 여행은 비행 거리나 관심도 면에서 대중적 여행지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으며 소수 마니아의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벨기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2위를 차지할 만큼 흥행하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여행은 단순한 틈새시장을 넘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화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벨기에 내 한국 식당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감자튀김과 와플이 독점했던 벨기에 길거리 음식에 한국 간식이 도전장을 내밀며, 벨기에 대형 슈퍼마켓에서 자체적으로 김치를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한식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한국어 간판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한국은 먼 나라가 아닌 현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까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출처

- 소피 씨 제공


- 하더웨흐 씨 제공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K-Heart 대표, 겐트대학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