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에서 한복과 수공예로 한국문화 만나다
지난 13일과 14일 캐나다 최대 규모의 박물관인 토론토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에서 '한복과 한국의 수공예(Hanbok and Handicrafts of Korea)'라는 한국전통문화 체험행사가 열렸다. 약 3,480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의 '2025 한국무형유산주간' 토론토 전시와 공연에 맞추어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이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1층 메인 로비 커렐리 갤러리(Currelly Gallery)에서 열렸다. 행사는 양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졌으며 한복 체험, 매듭 및 자수낭 만들기, ROM 한국 컬렉션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관객들 - 출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 제공 >
친구와 가족단위로 체험 부스를 찾은 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다가와 진주낭에 진주를 붙이며 바느질을 해 보기도 하고, 부부가 '영원히 같은 마음'이라는 의미의 동심결매듭을 함께 완성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한복을 입고, 가족, 친구와 사진을 남기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 서기도 했다. 웃음과 활기가 가득한 유쾌한 현장에서는 한류의 영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 <킹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와 같은 드라마 및 영화에서 접했던 전통 소품과 의복을 직접 보고 체험하고자 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남성 전통 의복인 포와 갓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았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것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며 들떠 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긍정적이었다. 한 방문객은 "ROM에서 체험 프로그램이 종종 진행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행사는 전혀 몰랐어요. 사촌이 토론토에 와서 같이 박물관에 왔다가 이 행사를 완전 우연히 발견했는데 참여하게 돼 너무 좋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한 자원봉사자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촬영하는 분들을 도와드리면서 '하나, 둘, 셋, 김치'를 외치거나, 케이팝 아이돌이 자주 하는 손가락 하트를 비롯한 한국식 사진 포즈를 알려줄 수 있어 너무 즐거웠습니다."라며 현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 자수낭 키트를 만들고 있는 관객들 - 출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 제공 >
행사를 위해 토론토 디스틸러리(Distillery District, Toronto) 아르타 갤러리(Arta Gallery)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여성의 어느 하루: Once Upon a Day of Lady Kim with K-Craft 』의 조혜영 감독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과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행사를 위해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이수자 이혜미 선생이 손수 제작한 자수낭 키트를, 국가무형유산 매듭장전승교육사 박선경 선생과 이수자 박형민 선생이 매듭 키트를 제공했다. 이혜미 선생은 본 행사에 앞서 ROM의 갤러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직원 및 한국 커뮤니티 자원봉사자들에게 한복 입히는 법과 매듭, 자수낭 만들기 지도법을 직접 전수하며 준비를 도왔다. 또한 한복은 노스욕의 세실리아 한복에서 대여했는데 세실리아 최 선생이 이틀 내내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골라 직협 입혀주었다.
<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들 - 출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 제공 >
이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과 헌신이 있었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한국관 갤러리의 권성연 큐레이터는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모든 재료가 컨서베이터의 검수를 거쳐 병충해를 막기 위해 급속 냉동 처리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른 장소의 체험 행사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절차가 필요했는데 이는 ROM 직원들의 협조와 한인 커뮤니티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 가능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준비 과정에서부터 ROM 직원들이 교육을 무척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이번 프로그램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저에게는 직원들이 첫 번째 관객입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배우고 준비하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관람객들에게 전달됩니다. 오늘의 성과는 바로 그 과정 덕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과 캐나다 전문가들의 세심한 준비와 봉사자들의 열정, ROM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어우러져 행사는 성황리에 치러졌고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 관람객들의 체험 행사를 돕고 있는 이혜미 선생 - 출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 제공 >
권성연 박사는 "ROM은 토론토의 랜드마크로 매일 많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이 찾습니다. 이번 행사를 메인 로비에서 진행한 것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없던 관람객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ROM 직원들이 한국 전문가에게 배워 앞으로 자체적으로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라며 향후 비전을 밝혔다.
ROM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4일과 5일 추석 주말에도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매듭 공예 체험, 전통무용과 음악 공연, 현대 한국문화 학술 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토론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또 한 번 한국문화의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 제공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해밀턴 공립 도서관(Hamilton Public Library) 사서 보조 전) 캐나다 한국학교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