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츠와프 미쿨스키 도서관에서 만난 K-문학, 그리고 한국 영화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타데우시 미쿨스키 실레지아 공공도서관(Dolnośląska Biblioteka Publiczna im. Tadeusza Mikulskiego we Wrocławiu)은 단순한 도서 대출 공간을 넘어 지식과 문화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 문화기관이다. 하급 실레지아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브로츠와프 시민뿐만 아니라 실레지아 전역의 도서관에도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아동과 청소년, 성인을 위한 맞춤형 문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문학, 영화, 지역학, 다문화 교류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전문 부서를 따로 마련해 독일 도서관, 아메리칸 코너, 로망스 문화센터, 그리고 한국 자료실(Korean Library)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자료실은 한국의 도서와 영화, 음악, 정기간행물, 데이터베이스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강연과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을 넘어 한국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타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열린 태도를 기를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문학, 영화에 초점을 맞춘 두 가지 행사가 주목받았다. 첫 번째는 제시카 정 작가의 소설 『샤인』을 중심으로 열린 한국 문학 강연이었다. 이 책은 케이팝산업의 화려한 이면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현실을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참가자들은 케이팝의 열기 및 글로벌 인기뿐만 아니라 정신적 압박, 계약 문제, 사생활 침해, 버닝썬 사건과 같은 어두운 이면도 함께 이야기했다. 이 강연은 아시아 문학 블로그(Azjatycka półka)를 운영하는 마르티나 블레차우가 주최했으며, 주폴란드한국문화원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문학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일면을 들여다보고 문화산업의 구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깊은 토론을 나눴다. 이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 다음 모임은 10월 6일에 열릴 예정이며 이번에는 윤고은 작가의 책을 함께 읽고 한국의 관광 산업과 외국인의 시선, 여행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 제시카 정 작가의 소설을 소개하는 한국 문학 강연 - 출처: 타데우시 미쿨스키 실레지아 공공도서관 페이스북 계정(@Rynek58) >
두 번째 행사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의 작품 <아가씨> 상영회였다. 이 행사는 돌노슐롱스키에 영화 센터(Dolnośląskie Centrum Filmowe, DCF)와 협력해 2025년 9월 12일 금요일 18시 랄카 상영관에서 열렸다. 이날 상영회는 단순한 영화 감상회가 아니라 이가 페칼라 박사의 해설과 더불어 상영 후에는 관객들과의 깊이 있는 토론이 함께 진행되는 복합 문화행사로 기획됐다. 박찬욱 감독은 섬세한 시각적 연출과 감각적인 내러티브로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아가씨>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욕망, 권력, 계급, 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가 페칼라 박사는 영화 속 숨겨진 층위와 상징, 서사적 장치를 짚으며 관객들이 보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토론 시간에는 관객들이 각자의 해석을 나누며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줘 문화교류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 상영회는 돌노슐롱스키에 영화 센터와 브로츠와프 도서관의 공동 주최로 문화기관 간 협력을 통한 지역 문화 활성화의 좋은 사례다.

<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한국 영화 강연 - 출처: 타데우시 미쿨스키 실레지아 공공도서관 페이스북 계정(@Rynek58) >
타데우시 미쿨스키 실레지아 공공도서관은 이런 행사들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세계 문화를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도서관 내에는 독일, 미국, 프랑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실 외에도 유럽 언어 주간, 청소년 독서 캠프, 장르 문학 북클럽 등 다문화 및 다세대 행사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 브로츠와프의 타데우시 미쿨스키 공공도서관은 '문화는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라는 철학 아래 한국문화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이를 지역 사회와 연결하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타데우시 미쿨스키 실레지아 공공도서관 페이스북 계정(@Rynek58), https://www.facebook.com/Rynek58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