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할랄 시장을 향한 한식의 진화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5.10.28

할랄 시장을 향한 한식의 진화


말레이시아 외식 업계에서 한식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지인들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는 할랄 한식 프랜차이즈를 추천해 함께 방문했다. 그들이 추천하는 이유와 기존 한식당과의 차이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점심 식사 장소로 찾은 곳은 현지 프랜차이즈인 다세오(daseo)였다. 2018년 8월 페낭 최대 쇼핑몰 퀸스베이 몰(Queensbay Mall)에 첫 매장을 열며 진출한 다세오는 '현대적인 한식(Modern Korean Cuisine)'을 표방하는 브랜드다. 올해 8월 말레이시아 수도권인 슬랑오르 지역에 매장을 열며 수도권 진출에도 성공했고 현재 전국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 할랄 한식당 '다세오'의 홍보 게시물 - 출처: 다세오 인스타그램 계정(@daseomalaysia) >


이곳은 다양한 한식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할랄 한식당과 차별화된다. 치킨이나 닭갈비 등 한 가지 요리를 내세우는 다른 할랄 한식 프랜차이즈와 달리 치킨, 닭갈비, 도시락, 찌개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음식도 찌개와 닭갈비, 김치, 치즈 등을 불판 하나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최근 출시된 '최고 도시락(Supreme Dosirak) 세트'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취향에 따라 불고기(Bulgogi), 김치볶음밥(Kimchi Fried Rice), 조개 국수(Jogae-Guksu) 등 한식과 파스타, 한국식 치킨윙(Korean Fried Chicken Wings) 등 독특한 조합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답게 입맛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도시락 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 역시 '매운 어묵과 떡볶이(Topokki & Fish Cake in Spicy Sauce)', '계란두부마요(Mayo Egg & Tofu)', '오이피클(Pickle)'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말레이시아에는 양이 적고 가격이 낮은 길거리 음식이 많다 보니 보통 25링깃(약 8,000원)에 한 가지 단품만 주문할 수 있는 한식당은 아쉽게 다가온다. 또한 한식당에서는 기본 반찬이 나오지만 종류가 제한적이다. 반면 이곳은 떡볶이, 그리고 계란에 마요네즈와 김가루까지 더한 기본 반찬이 나온다는 것이 장점으로 느껴졌다. 이곳을 추천한 지인들 역시 다양한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들은 "한국 음식점에서는 닭불고기와 떡볶이, 계란말이를 각각 단품으로 주문해 함께 나눠 먹어야 하지만 이곳은 하나의 세트만 주문해도 다양한 음식을 각자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현지 할랄 한식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닭불고기 도시락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뒤 지인들이 소개한 곳은 말레이시아 할랄 프랜차이즈 바스크 베어(Bask Bear)였다. 커피와 토스트 전문점인데 흥미롭게도 이 브랜드는 '말레이시아 최초 할랄 한국 토스트(First-in-Malaysia Halal Korean Toasties)'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전국에 125개 매장을 운영하며 월평균 4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형 프랜차이즈다. 바스크 베어는 '말레이곰'으로 불리는 태양곰을 마스코트로 내세우며 현지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식 할랄 토스트를 판매해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 '바스크 베어' 소개 영상 - 출처: 바스크 베어 유튜브 계정(@baskbearcoffee) >


바스크 베어의 한국식 토스트는 2017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에그드랍(EGGDROP)을 떠올리게 한다. 손에 들고 먹기 편한 용기에 담겨 나오며 다양한 양념과 재료를 고를 수 있다. 한국식 매운 양념을 입힌 '한국식 매운 치킨(Korean Spicy Chicken)', '한국식 매운 치킨 카츠(Korean Spicy Chicken Katsu)', '한국식 매운 소고기(Korean Spicy Beef)' 등이 대표 토스트였다. 이곳이 왜 인기가 있냐는 질문에 "한국식 토스트는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접해서 다들 알고 있다. 화면으로 본 음식이라 실제로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다."라며 소셜미디어 효과를 꼽았다. 또 다른 지인은 토스트가 가진 현지 식문화와의 접점을 설명했다. "꼭 한국적인 것만이 아니더라도 샌드위치와 토스트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자주 먹는 식사류다. 패티가 들어간 든든하게 한 끼가 되는 토스트는 길거리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바스크 베어는 좋은 타겟팅을 한 셈이다." 반대로 통신원이 한국에서 직접 진출한 토스트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지인들은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 프리미엄이 너무 심하다. 한국에서 온 것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가격대가 높다. 음료를 포함한 세트메뉴로 가격을 낮추거나 식사에 맞게 패티 양을 늘려야 방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좌)한국식 토스트, (우)므따박 시리즈 - 출처: (좌)바스크 베어 홈페이지, (우)통신원 촬영 >


현지 음식을 접목한 신메뉴도 현지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느꼈다. 신메뉴 중에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므따박(Murtabak)을 응용한 '므따박 시리즈(Murtabak Series)'가 있었다. 므따박은 밀가루 반죽 안에 달걀, 양파, 고기 등을 넣어 구워낸 음식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주로 저렴한 인도계 길거리 음식점인 마막(Mamak)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토스트처럼 든든한 속재료가 있는 한 끼 식사로 사랑을 받아왔다. 바스크 베어는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친숙한 음식을 토스트와 결합해 신선한 메뉴를 선보였고 소셜미디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매운맛이 너무 좋다.(@jamiejeff_)", "입에 침이 고인다.(@izy.syafiq)" 등 뜨거운 반응이 확인된다.


이처럼 다세오와 바스크 베어의 사례는 말레이시아 현지 할랄 한식 프랜차이즈가 어떤 전략으로 한식을 판매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세오는 정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다양한 메뉴와 반찬을 통해 폭넓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바스크 베어는 익숙한 현지 음식을 한식과 결합해 낯섦을 줄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안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부터, 한류 열풍을 계기로 현지인이 시작한 프랜차이즈까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무슬림 소비자층을 고려할 때 할랄 인증을 받은 프랜차이즈 한식당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식당이 늘고 현지 업체까지 합류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한식의 해외 확산은 단순히 '무엇을 판매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제 한식이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Penang Foodie》 (2018. 8. 2). Daseo is finally open in Queensbay Mall, Penang., https://penangfoodie.com/daseo-is-finally-open-in-queensbay-mall-penang/


- 다세오 인스타그램 계정(@daseomalaysia), https://www.instagram.com/daseomalaysia/


- 바스크 베어 인스타그램 계정(@baskbearcoffee), https://www.instagram.com/baskbearcoffee/


- 바스크 베어 유튜브 계정(@baskbearcoffee), https://www.youtube.com/channel/UC5G1kyKswOH6bViHIHD7TCw


- 인스타그램 계정(@onglaycheng), https://www.instagram.com/onglaycheng/


- 인스타그램 계정(@ain.izy), https://www.instagram.com/ain.izy/


- 인스타그램 계정(@jamiejeff_), https://www.instagram.com/jamiejeff_/


- 인스타그램 계정(@izy.syafiq), https://www.instagram.com/izy.syafiq/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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