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를 물들인 한국 영화 열풍
지난 10월 11일부터 19일까지 폴란드의 두 도시 바르샤바(Warszawa)와 브로츠와프(Wrocław)에서 동시에 열린 한국영화제(Warszawski i Wrocławski Festiwal Filmów Koreańskich)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영화제는 두 도시에서 나란히 개최돼 폴란드 전역에 한국 영화의 힘과 감성을 전했다. 이번 영화제는 다양한 주제로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적 정서를 동시에 담은 작품을 상영했다. 총 20여 편의 장편영화를 소개했으며 상영작 대부분이 현지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는 바르샤바에 이어 브로츠와프에서도 동시 개최되면서 한국영화제가 명실상부한 전국적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2025년 한국영화제 - 출처: 바르샤바 한국영화제 페이스북 계정(@warsaw.korean.film.festival) >
바르샤바에서는 10월 11일부터 19일까지 키노 무라노프(Kino Muranów)에서 주요 상영이 진행됐다. 키노 무라노프는 폴란드에서 한국 영화를 가장 꾸준히 소개해 온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바르샤바 한국영화제를 매년 개최하며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등 한국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꾸준히 상영해 왔다. 또한 주폴란드한국문화원과 협력해 한국영화주간, 감독 초청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진행하며 현지 관객이 한국의 현대 사회, 문화, 정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협력 덕분에 키노 무라노프는 '한국 영화의 폴란드 거점'으로 불린다.
개막작인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일제강점기 초기를 배경으로 한 첩보 스릴러로, 독립운동가들의 신념과 희생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 현빈과 조우진의 강렬한 연기, 홍경표 촬영감독의 예술적 영상미가 어우러지며 개막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요청에 힘입어 19일 일요일 오후 15시 추가 상영이 긴급 편성됐다. 영화제 마지막 날 이뤄진 이 특별 상영은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순간으로 남았다. 이튿날 상영된 <보통의 가족(감독 안순찬)>은 도덕적 갈등과 가족 내 위선을 정면으로 다룬 현실 드라마로, "한국의 일상 속 윤리와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은 두 경찰대생의 좌충우돌 수사를 그린 유쾌한 코믹 액션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와 <공작(감독 윤종빈)>은 사회 구조의 부패와 냉전시대의 첩보전을 통해 한국 사회와 세계 정치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췄다. 중반부에는 <대가족(감독 양우석)>과 <파과(감독 임경택)>가 상영되며 가족과 여성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특히 <파과>에서 배우 이혜영의 강렬한 연기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한편 <1987(감독 장준환)>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으로, 상영 후 폴란드의 1980년대 자유화 운동과의 유사점을 이야기하는 관객 토론으로 이어졌다. 후반부에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와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가 잔잔한 감성과 현실적인 유머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마지막 날에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와 <장손(감독 오정민)>이 상영돼 유쾌한 에너지와 가족의 따뜻한 의미를 동시에 전달했다. 오정민 감독은 상영 후 GV에서 "가족은 세대와 시대를 넘어 인간이 돌아가는 중심"이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직접 전해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브로츠와프에서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키노 노베 호리존티(Kino Nowe Horyzonty)에서 순회 상영 형식의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개막작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원태)>은 도시의 외로움과 관계의 의미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어 <하얼빈>도 관객의 큰 호응을 기록했으며, <파과>의 중년 여성의 고독과 강인함을 담은 서사는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마지막 날에는 <하이파이브>와 <연애 빠진 로맨스>가 상영되면서 웃음과 공감으로 영화제가 마무리됐다. 특히 바르샤바에서 <하얼빈>의 추가 상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에바 마르코(Ewa Marko) 씨는 "브로츠와프에서도 <하얼빈>을 다시 보고 싶어요."라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다음에는 크라쿠프에서도 상영해 주세요."라며 아쉬움을 표한 미하우(Michał Tłustowski) 씨의 댓글도 있었다. 일부 관객은 "한국영화제가 일정이 겹쳐 아쉬웠다."며 상영 기간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2025년 가을, 한국 영화는 바르샤바의 예술거리와 브로츠와프의 강변 도시를 동시에 물들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바르샤바 한국영화제 페이스북 계정(@warsaw.korean.film.festival), https://www.facebook.com/warsaw.korean.film.festival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