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조선 시대 역사 소설, 캐나다 청소년에게 소개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09

캐나다에서 한국의 이야기는 노래로, 춤으로, 그리고 드라마와 요리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부터 참전 용사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의 소리, 한국의 멋을 접한다. 한국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는 그렇게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문학은 영어로 번역하고 영미권에서 출판하여 캐나다에도 소개하는 방식, 그리고 캐나다에서 자체적으로 한국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생성해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축제가 멈추기 전이었던 2019년에는 토론토국제작가축제(Toronto International Festival of Authors)에 한국의 김언수 작가와 정연문 작가가 초대되어 캐나다 독자들을 만나 북토크를 진행하며, 한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는 캐나다 내에서 출간되는 다양한 책들 중에서 한국 작가들의 한국 소재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이야기는 더 많은 연령대에 더 깊고 풍성하게 전달된다. 최유경(Ann Yu-Kyung Choi) 작가 『Once Upon an Hour』처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에서부터,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신정화(Ann Shin) 작가의 『The Last Exiles』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캐나다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해서 여러 한인 작가들의 책이 선정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청소년 분야의 책으로 선택된 허주은(June Hur) 작가의 『The Forest of Stolen Girls』는 1426년 초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 미스터리 소설은 가족을 찾아 진실을 찾아 떠나는 청소년 소설로 소개되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어책을 캐나다에서 만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인데,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청소년 미스터리 장르라는 이 독특함은 캐나다 독자들에게 좀 더 깊고 넓은 한국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토론토에 거주 증인 허주은 작가와 인터뷰를 하며 캐나다에서 조선시대 역사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5월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하여 캐나다 미디어 ‘CBC’가 선정한 청소년 문학에 허주은 작가의 책이 포함되었다. - 출처 : CBC 웹사이트>


<5월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하여 캐나다 미디어 ‘CBC’가 선정한 청소년 문학에 허주은 작가의 책이 포함되었다. - 출처 : CBC 웹사이트>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이름은 허주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세 권의 책의 작가인데요. 첫 번째 책 『The Silence of Bones』은 조선 시대 여성의 의료행위와 형사 업무를 담당했던 다모에 관해 쓴 책이고, 두 번째 책 『The Forest of Stolen Girls』은 한국 역사상 ‘공녀’와 관련된 것인데, 아빠를 찾으러 제주도에 간 두 자매가 13명의 여자 아이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그 미스터리 현장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세 번째 책은 내년에 나올 예정인데, 사도세자와 관련된 책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자라서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문화적 적응이 어려웠지만 학교생활은 즐거웠어요. 야자시간에는 주로 영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지만 막상 캐나다에서 한국 소재를 가지고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글 쓰는 것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들이 늘 격려해 주시고 권장해 주셨던 일입니다. 늘 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글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글 쓰는 일 자체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19세기 빅토리아 소설에 푹 빠져 있었어요. 이순신 장군 이야기 같은 역사 이야기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한국의 역사가 아름답고 중요한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캐나다로 돌아와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게 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 나의 뿌리와 같은 가족의 가치 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을 영국, 미국, 캐나다의 역사 관련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준비했지만 결국 한국 역사를 새롭게 접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극 드라마를 좋아해서 사극과 관련된 책을 읽고 한국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유박해와 같은 역사적 사실과 현재 한국 교회의 부흥을 보면서 놀라웠고, 한국 전통적인 토속신앙과 서구 신학과의 갈등, 식민주의 시대의 긴장 등 한국의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주제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놀라웠습니다. 어던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져서 깊게 조사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집필한 세 권의 책은 처음부터 함께 기획된 책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장르는 미스터리, 주 독자층은 청소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책을 위해 조사하면서 공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충격을 받았어요.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있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는 점과 그것에 대해서 서구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등이 두 번째 책을 쓰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각각의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다가 새롭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과 관련한 또 다른 책을 쓰고 싶어집니다.

 

청소년 소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를 쓰게 되는 이유는 제가 주로 글을 쓰는 주제인 정체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Where is home’, ‘Where am I’, ‘Who am I’ 같은 질문 자체를 좋아하고 이런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제 자신이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고, 청소년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한국 역사 자체가 저에게는 미스터리입니다. 한국 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하며 알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범죄와 연결되고, 추적하여 사건을 알아가면서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역사 미스터리 청소년 장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사실, 저의 책들은 미국 출판사에서 출판을 했습니다. 미국 출판사와 캐나다 출판사 각각 추구하고 있는 책의 장르가 다른데, 청소년 분야 책에 대한 관심은 캐나다보다 미국이 훨씬 높고 강하기 때문에 미국 출판사, 에이전트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출판물을 캐나다에서 다시 홍보해야 하는 결과를 낳긴 했지만요. 또한 아직 캐나다에는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쓰인 문학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보니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빅토리아 시대의 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이들이 한국 역사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한편, 제 책들은 청소년 관련 책이기 때문에 교육과 결부하여 이야기하고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사실 캐나다 문학과 역사 교육 커리큘럼에서 유럽 문화, 역사는 굉장히 세밀하게 배우지만 그에 비해 한국 역사와 문학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 자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뤄지더라도 식민시대와 이민역사가 대부분이거든요. 이러한 점을 뛰어 넘어 한국 역사 전반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하여 CBC에서는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했고, 작가님의 책도 선정되었는데요. 그 과정과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매년 5월이 되면 《CBC》 분야별, 연령별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5월은 또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이다 보니 아시아계 캐나다인 작가들 중 최근 출간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책이 이번에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면서 북미에서는 지금이 무척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별로 저의 책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뽑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최근 <김씨네 편의점>의 제작 과정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캐나다 미디어 혹은 문학계에서 아시아 혹은 한인들의 위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청소년 문학계 안에서만 이야기를 하자면,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한국계 캐나다 작가들이 글을 쓰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문학의 영역에서는 한국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사실 소수인종들이 캐나다 사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이 점이 잘못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대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익숙해 지면서 우리를 향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엘렌 오가 이끄는, ‘We Need More Diverse Book(더욱 다채로운 책이 필요하다)’는 운동이 있는데요. 문학 장르에서 소수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소수자들은 여러 문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래야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어요. <김씨네 편의점> 관련 인종차별 문제 소식을 접했을 때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다만, 차별의 문제가 이슈가 되었고,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며, 사회적 담론이 가능한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는 매년 한권 씩 책을 출간하여 캐나다에서 한국 역사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어려움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캐나다 사회에서 한국 역사 소설을 발간하는 것은 기쁘고 의미있으며,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책임감을 또한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가지는 자들이 적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북미에서 영어로 된 한국 역사 자료를 만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의 역사와 관련한 자료에 비해서 한국의 역사, 특히 조선 시대 역사 자료는 찾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캐나다 내에서 한국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이지만, 한국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 캐나다 작가들을 만나서 교류하는 것은 참 서로에게 격려가 됩니다. 사도세자와 관련된 책이 내년에 나오는데, 그 후로는 연산군에 관한 책 집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 역사를 배우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사와 문학에 대해 관심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한나 통신원 사진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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