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캐나다 미디어에서 증가하는 한국인들의 기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09

최근 캐나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한국 문화 관련 소식들을 보면, 한국 관련 전문가들의 캐나다 미디어 투고가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소식을 직접 전하는 캐나다 미디어의 한국 특파원, 캐나다에서 한국 관련 연구를 하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투고하는 기사는 점차 늘고 있다. 캐나다 소재의 언론사에서 종사하는 한국인들의 수, 그들이 기고하는 기사 역시 증가했다. 한류를 비롯한 한국문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기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캐나다 내 미디어 종사자들의 수는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증가하는 데 비해, 캐나다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와 관련한 전문 기자들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캐나다 내 한국 문화 전문가로서 영어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한국인들로 귀결된다.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함께 조명하는 기사들은 보다 심층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캐나다 미디어들이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캐나다 칼튼대학 교수가 소개한 ‘캐나다 한류의 힘’ - 출처 : The Conversation>

<캐나다 칼튼대학 교수가 소개한 ‘캐나다 한류의 힘’ - 출처 : The Conversation>


학자와 연구자들이 작성하는 기사를 싣는 뉴스 네트워크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칼튼 대학(Carleton University) 언어학과(School of Linguistics and Language Studies)의 유현정(Hyounjeong Yoo)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유현정 교수는 미나리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을 비롯한 다양한 한류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유 교수는 “예전에는 백인 중심주의적이던 캐나다 미디어에서 한국 영화, 가수, 드라마 등의 새로운 등장은 아시아인에 대한 대표성 자체를 허물고 해체하는 결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즉, 이제까지 서구 미디어에서 아시안들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아시아인들 스스로는 그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인식했지만, 한류의 등장으로 이러한 믿음을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오랜 다문화주의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 속 아시아 문화는 촌스럽고, 격을 갖추지 못한 하위문화로, 아시아계는 소수로서 묘사돼왔다. 케이팝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재설정하고, 북미의 아시아 공동체 내부의 새로운 치유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이방인으로 인식되는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넷플릭스에서 만나는 탄탄한 한국 드라마 등이 서구 미디어에서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며 캐나다 사회의 일원이 됨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캐나다 사회에서 다양한 한류 콘텐츠의 유입은 단순히 한국 문화가 인기리에 소개되고 있는 것을 너머, 스크린과 잡지, 라디오와 TV와 같은 미디어에서의 한류 문화 콘텐츠의 성공할수록 캐나다인들과 아시안 캐나다인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기자가 겪은 ‘정체성의 여정으로서의 한국 이름’ - 출처 : CBC><한국계 캐나다인 기자가 겪은 ‘정체성의 여정으로서의 한국 이름’ - 출처 : CBC>


또한 얼마 전에는 《CBC》 뉴스에는 한국계 기자의 자전적 기사가 실렸는데, 자신의 한국 이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기까지 30년이란 세월이 걸렸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기자의 영어 이름은 프리실라 황(Priscilla Hwang)이었지만, 법적인 이름, 즉 태어나면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황기선이란 이름을 감추며 살아왔던 자신의 실제 이야기였다. 그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기선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했던 일, 김밥을 도시락으로 쌌을 때의 친구들의 놀림과 미세한 차별은 피부색, 음식, 문화, 습관, 모국어 때문에 더 이상 차별받고 싶지 않다는 의식을 가지게 했고, ‘아시아적’인 자신의 이름을 숨기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정부가 불러주는 이름이 아닌, 조부모가 불러주던 이름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캐나다 원주민들을 취재차 인터뷰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자신들의 문화를 일깨우자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이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왜 한국 이름을 숨기고 싶었는지, 왜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자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왜 캐나다 표준에 맞춰야 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기자는 “‘기선’으로 불리는 이름은 다른 캐나다인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상징하는 것이고 프리실라라 불리는 이름은 조금 더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곤 했지만, 이내 이 모두가 거짓인 것을 알게 되고, 이 두 이름이 모두 나 자신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30년이 걸렸지만, 정체성과 씨름하며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살아왔던 자신의 여정을 캐나다 미디어에 소개함으로 더 많은 아시안 캐나다인들, 한국계 캐나다 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한류라는 문화적 부흥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쉽고 자유로워졌다. 또한 동시대의 다른 소수민족들에 비해 훨씬 자신 있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캐나다에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작점에 선 것 같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종사하고, 학계에서 연구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캐나다 미디어에 들려줄 때, 화려하고 반짝이는 한류 문화 넘어 깊고 풍성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캐나다인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The Conversation》 (21. 5. 30.) <In music and film, a new Korean wave is challenging Asian stereotypes>,

https://theconversation.com/in-music-and-film-a-new-korean-wave-is-challenging-asian-stereotypes-158757

《CBC》 (21. 5. 25.) <My Korean name is Ki Sun, and I'm choosing not to be ashamed of it anymore>, https://www.cbc.ca/news/canada/ottawa/reclaiming-my-korean-name-first-person-1.6027338



고한나 통신원 사진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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