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러시아와 함께한 한국 라면, 도시락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12

1990년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는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젊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당시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당시 많은 학생들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러시아의 인구 규모 만큼이나 시장도 크다는 가능성을 보고 한국의 여러 기업들도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그로부터 약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시아에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있고누군가는 성공을누군가는 실패를 하기도 한다.

 

한편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교민들은 러시아에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 층의 기호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한다보통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금발백인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검은 머리의 아시아계 사람들도 적지 않다또한 역사적으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러시아 영토에서는 전쟁이 여러 차례 일어났고그로써 지금처럼 다양한 민족들이 섞여 생활하게 되었다그로 인해 러시아 내 민족인종은 다양해졌다생김새도 제각기 다르고 먹는 음식도 같은 러시아에 살지만 무척 다르다앞서 언급한 교민들의 고민은 이러한 다양한 러시아인들의 취향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상보다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대박을 터트린 한국 아이템이 있다러시아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바로 '도시락'이다한국에서 도시락이라고 하면 밥과 반찬이 있는 평소 소풍이나 여행을 갈 때 먹는 음식을 떠올린다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도시락'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라면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도시락을 만든 기업 팔도는 1990년 초반 첫 수출을 시작했다아마 이때만 해도 러시아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팔도는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을 당시다른 해외기업을 현지에서 철수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남아 러시아인들과 어려움을 함께했다이렇게 팔도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의리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남겼고마케팅에서는 오히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후 2019년까지 러시아에서 누적 판매된 도시락은 55억개를 돌파했다.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한국 라면, 도시락 – 출처 : 통신원 촬영><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한국 라면, 도시락 – 출처 : 통신원 촬영>


팔도가 출시한 도시락은 맛이 다소 강한 일반 라면과 함께 간이 강하고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자장면도 판매하고 있다. 자장면 봉지에는 러시아어로 ‘Чачжанмён’, 그 옆에는 한글로 짜장면이라고 쓰여있다. 사실 러시아 사람들 중 팔도 도시락이 중국 식품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국어로 크게 상품명을 써놓은 듯하다. 현지 러시아 마트에서 도시락을 구입하는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보고 뒤늦게 도시락이 한국 기업에서 만든 라면이라는 점을 깨닫는다고 한다.

<러시아인들도 자주 찾는 팔도의 자장면 – 출처 : 가스트로북러(Gastrobook.ru)><러시아인들도 자주 찾는 팔도의 자장면 – 출처 : 가스트로북러(Gastrobook.ru)>


러시아에서 한국 음식은 현지인들에게 점점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소형 한국 마트의 수가 수도 모스크바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수치는 이를 증명한다. 10년 전 모스크바에서 한국 마트는 한식당이 밀집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최근에는 굳이 한식당 근처가 아니더라도시내 어느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한국 마트를 찾을 수 있다그만큼 러시아에서 한국 음식의 수요는 크게 증가했으며여전히 증가하고 있다여기에서 한식을 알리는 데에는 팔도의 도시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이후 케이팝한국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러시아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하면서한식 역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되며 확산돼왔다.

 

현재 러시아에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이름만 들으면 아는 굵직한 대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진출했으며 그 규모 또한 절대 작지 않다한국과 러시아 간 중요한 경제 포럼이 개최될 때마다 러시아 정부 측에서는 항상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하여 현지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한다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최근 코로나19로 러시아와의 교역이 주춤하고 있지만백신의 보급으로 바이러스의 종식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예전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러시아와 교역을 재개하여 직간접적으로 한국과 한국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바라본다.


오준교성명 : 오준교[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약력 : 효성 러시아 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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