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터키의 중국산 시노백 백신 접종과 한국인들의 반응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13

터키에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된 이후 어느새 한 해 반이 흘렀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통신원의 눈에 비친 터키에 대해서 새삼 다시 배우는 것이 있다. 코로나19를 대처해 나가는 방식이 마치 과거 한 시기를 제국으로서 위엄을 보였던 그때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부터 백신 수급까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충돌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한 예로 터키와 맞닿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마스크 의무 사용이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랜 봉쇄로 인한 경제 악화로 봉쇄를 풀어달라는 거센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동시기 똑같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터키의 상황은 미국의 경제 제재와 EU 국가들과의 갈등으로 훨씬 더 좋지 않았다. 사상 최고치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터키 국민들의 가정 경제는 말할 것도 없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터키 정부가 ‘물백신’으로 평가 절하된 중국산 백신 1억 회분을 계약했다는 뉴스가 나갔을 때도 터키 시민들의 불만의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1월 14일 터키 의료 종사자들의 시노백 백신 접종 장면 – 출처 : 통신원 촬영<1월 14일 터키 의료 종사자들의 시노백 백신 접종 장면 – 출처 : 통신원 촬영>


오히려 코로나19 중국 시노백 백신을 선택한 터키와 터키 국민들에 대해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나서서 비판의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유는 시노백 백신이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그 우려는 바로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4월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 6만 명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당시엔 2천만 명이 넘는 터키 시민들이 접종을 마친 상황이었다. 국내 네티즌들은 중국 백신이 ‘물백신’으로 입증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터키 국민들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국내 네티즌들의 의견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국도 아닌 다른 국가의 백신 수급에 대해 그렇게까지 흥분을 내는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도 사뭇 낯설게 다가왔다.

 

전 세계가 백신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서둘러 굳이 중국 백신을 선택한 터키 정부나, 자국도 아니고 다른 나라가 중국 백신을 수급한 데 비판적인 한국 누리꾼 양쪽 모두의 입장은 흥미롭다.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먼저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와 관련 터키 정부의 대응 방식이 마치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 통치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이유부터 시작한다. 터키는 지난 1월 14일부터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4월 2일부터는 미국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도 추가로 접종이 시작되긴 했지만, 터키 정부가 당초 신뢰성이 떨어지는 중국 백신을 선택한 점에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통신원이 취재하면서 더 놀란 건, 터키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통신원이 만난 시민들은 터키가 들여온 백신은 중국 회사가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보다 터키 정부가 코로나19 과학 자문위원회를 통해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더 큰 신뢰감이 간다고 언급했다. 터키 정부는 임상 시험 결과 시노백 백신은 91.25%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해 터키 시민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국 시노백 백신을 1호로 접종받았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발표 결과와 함께 중국 시노백 백신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통신원도 터키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다른 터키의 반응에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코로나19 방역 정책부터 백신 선택과 접종까지 일체의 소음이 없는 터키를 경험하면서, 마치 오스만 제국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스만 제국은 14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동남부와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까지 통치하던 거대 제국이다. 당시에는 지금 현대의 국가들이 독립하여 세워지기 전이라,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을 통칭하여 ‘지역’이라고 기록한 점은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오스만 제국 통치 시기에는 아랍어로 ‘통치자’와 ‘권위’의 어원을 지닌 술탄이 통치하던 때였다.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서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도덕적 책임과 종교적 권위를 수행하는 통치자 역할’을 의미하는 비인격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칼리프제 하에서 칼리프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특정 지역을 다스리는 무슬림 통치자를 지칭하는 칭호로 사용되었다. 이전까지 칼리프 칭호는 명분상으로 술탄을 임명하던 무슬림 최고 수장권자의 존엄성을 상징했으나, 무라드 1세 이후에는 술탄의 의미가 이슬람 세계의 최고 통치자의 의미를 갖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 이슬람 세계 최고 통치자를 의미했던 ‘술탄’의 이름을 현재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수식할 때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금도 그는 이슬람 세계의 최고 통치자, 술탄이 되고자 터키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터키인들의 아버지)의 이름을 지우느라 여념이 없다. 세상에 귀한 생명으로 태어난 이들에게 붙여주는 이름은 누구에게라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좋은 의미를 지닌 이름은 누구라도 지을 수가 있어서 동명의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도 있기 마련이다. 성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터키에서는 그 의미가 절대로 같아질 수 없는 이름이 하나 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라는 이름이다. ‘아타 튀르크’는 무스타파 케말이란 이름 뒤에 붙인 성을 뜻하는데, 지금도 터키 국민은 그 누구도 이 성은 붙일 수 없다. 함부로 풍자하거나 낙서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터키는 오스만 제국이던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에 섰다가 독일이 패전하면서 자칫 국가의 존재 자체가 없어질 뻔했었다. 바로 그때, 무스타파 케말 장군이 터키를 점령하고 있던 연합국들과의 독립 전쟁에서 나란히 승리하면서 지금의 터키 땅을 되찾아 온 것이다. 그러니 터키인들이 붙여 준 ‘아타튀르크’는 평범한 성씨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 이름이 됐다.

 

그런데 지금 터키에서는 ‘아타튀르크’라는 이름이 하나둘씩 지워져 가고 있다. 터키 공화국이 세워지기 이전, 오스만 제국 시절로 다시 돌아가 ‘술탄’의 이름을 갖고 싶어하는 현재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생기고 있는 변화이다. 1912년 ‘예실 쿄이 공항’이란 이름으로 첫 개장을 해서 1953년부터 ‘아타튀르크 공항’이란 이름으로 사용되어 온 곳을 단순하게 지역명을 넣어 ‘이스탄불 국제공항’이란 이름으로 변경했다. 오스만 제국 두 번째 수도, 부르사 지역에 있는 아타튀르크 스타디움도 단순히 지역명을 넣어 ‘부르사 뷰육쉐히르 스타디움’(Bursa Buyuksehir Stadyumu)으로 변경했다.


터키 1리라(TL) 동전 속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는 하기아 소피아 모스크로 바뀌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터키 1리라(TL) 동전 속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는 하기아 소피아 모스크로 바뀌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아타튀르크의 흔적 지우기는 그뿐만이 아니다. ‘아타튀르크’의 모습은 터키 동전 1리라 안에서도 이제 볼 수 없다. 아타튀르크 초상화가 새겨져 있던 자리에는 얼마 전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하기아 소피아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바뀐 건물로 바뀌어 새겨졌다. 통신원이 2020년에 나온 새로 인쇄된 동전을 확인해 보니 정말 아타튀르크의 그림이 없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터키 정부의 국민 훈장 메달에 있던 아타튀르크의 모습도 사라지고 현재 터키 국기 그림이 들어갔다. 터키 공화국 100년사에 없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없애고 스스로 술탄이라 불리기 원하는 현재의 터키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수급을 총괄 지휘한다.

 

술탄이 애초 선택했던 시노백 백신에 대해 터키 국민들의 목소리가 없는 이유도 어쩌면 상황과 상황이 절묘하게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터키 정부가 들여온 중국 시노백 백신은 국내 네티즌들이 흥분하며 ‘물백신’이라 지적한 것도 터키에서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터키의 하루 확진자가 가장 높이 올라갔던 3월과 4월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우선 백신 접종을 하던 때였다. 그런데 당시 백신 접종을 받은 고령의 연령층들과 20세 미만 연령대는 터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으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져 집 밖을 아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령층들의 외출금지령은 6월 22일(현지시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2일, 화이자·바이오엔텍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터키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4월 2일, 화이자·바이오엔텍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터키 – 출처 : 통신원 촬영>


다시 말하면, 터키에서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했던 이유는 시노백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들 때문이 아니라, 60세 이하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젊은 층들로 인해 전파됐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터키 국민들에게 시노백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4월부터 추가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 덕분에 4월 중순부터 6월 현재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신규 확진자 수는 5천명대까지 내려왔다. 중국 시노백 백신을 대거 들여온 터키에서 이처럼 국민들의 목소리가 없는 이유는 이처럼 때마다 절묘하게 상황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중국산이란 이유 때문에 시노백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나와 우리 한국인들 안에 가득한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통신원은 그 이유를 한 언론사가 조사한 리서치 조사 내용을 토대로 기술해 보고자 한다. 《매일경제 이코노미》가 ‘한국인들의 주변국에 대한 감정 변화’에 대한 리서치 조사를 했다. 20세 이상 50세 이하, 성인 남녀 300명이 참여했다.


<한국인들의 주변국에 대한 감정 변화 리서치 결과 – 출처 : 매일경제 이코노미>

<한국인들의 주변국에 대한 감정 변화 리서치 결과 – 출처 : 매일경제 이코노미>


《매경 이코노미》가 실시한 조사 내용을 보면 중국과 미국, 일본과 러시아에 대해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인들의 감정 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상기 설문 내용에서 주목할만한 지점은 주변 4강 국가들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이 모두 증가했다는 점, 우호적인 감정이 증가한 국가도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 폭이 16.1%→40.1%로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호적 감정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국가도 50%→20.4%로 중국이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반중 감정이 크게 증가한 것은 크게 네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76%)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치가 중국의 고유 음식이라거나, 한복까지도 중국 전통 의상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 사례다. 한국인들에게 반중 감정이 크게 증가한 이유 2위(60%)는 매년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황사 피해였고, 3위(46%)는 중국발 코로나19 피해를 꼽았다. 마지막으로 4위(23%)는 한국의 기술을 탈취하고 노리는 중국 기업들이었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반중 감정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4강 국가들에 대해서도 모두 적대적 감정이 증가했다는 점과 우호적인 감정도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4강 중에서 한국과 가장 우방 국가로 알려진 미국조차도 우호적인 감정은 77.3%→63.7%로 감소했다.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 변화가 이렇게 나온 배경은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반중 감정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325억 6545만 달러로, 2위 미국(741억 1,582만 달러)과 3위 베트남(485억 1,057만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중 정서와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터키가 선택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으로 시선을 다시 돌려 글을 마치려 한다. 터키가 들여온 중국산 시노백 백신에 대해 정작 터키 국민들은 잠잠했다. 터키 내부의 상황을 볼 수 없어 외부에서 터키를 본 이들은 그 이유가 터키 국민들이 술탄의 선택이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터키 내부에서 지켜본 통신원의 시선은 외부인들이 말하는 견해와는 다르다. 터키인들도 중국이 위구르족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점으로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만은 않다. 국가 재정이 없어서 시노백 백신을 선택했다는 일부의 추측도 추후에 화이자 백신 1억 2천만 회분을 공급 계약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원이 이번 주제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이해하게 된 것은, 감정적 판단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는 점이다. 터키는 고령자들부터 시노백 백신을 접종해 왔고, 그 가운데는 연세가 있는 교민들도 있다. 중국산 백신의 예방 효과 등을 이유로 비판적 의견은 수용 가능하겠지만, 감정적 비난은 자칫 오해를 낳을 수 있다. 100% 예방 가능한 백신은 없다. 국가별 도입하는 백신 종류도 모두 다르다.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하는 시기이니만큼 상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전 세계가 하루속히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게 될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한국경제TV》 (21. 1. 2.) <중국산 백신 누가 살까… 파키스탄·터키 등 10개국 구매 계획>,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101020065&t=NN

《연합뉴스TV》 (21. 1. 15.) <中, 경제 협력 내세워 개도국서 ‘백신 외교전’>,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10115022000038?did=1825m

《매경프리미엄》 (21. 5. 15.) <”한국은 속국에 문화도둑”…전세계 ‘반중감정’ 왜 들끓나>,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5/30183

《SABAH》(2021.06.22), <65 yas ustu toplu tasima kullanabilir mi? 65 yas ustu ve 18 yas alti toplu tasima yasagi kalktı mi, ne zaman bitiyor?>, https://www.sabah.com.tr/yasam/2021/06/22/65-yas-ustu-ve-18-yas-alti-toplu-tasima-yasagi-kalkti-mi-18-yas-alti-ve-65-yas-ustu-toplu-tasima-kullanabilir-mi



임병인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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