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과 관련된 영어 그림책은 흔하게 찾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알파벳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학습 교재가 아닌 그림책으로 재미나게 익히는 것을 볼 때면 무척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글을 익히려는 아이들에게 보여 줄 만한 우리 그림책은 없을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먼저, 한국의 그림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이억배 작가의 [개구쟁이 ㄱㄴㄷ]을 소개한다.

민화 기법을 사용한 그림은 한글을 배우는 그림책과 찰떡처럼 어울린다. 민화는 아이들의 그림과 닮아서 더 정겹다.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민화를 그림책에 잘 녹여내는 이억배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익혀가며 한글을 배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리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무척 좋아한다. 책 속 주인공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개구쟁이 ㄱㄴㄷ]의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무엇이 숨어있는지 독자는 그림책 속 주인공과 함께 열심히 찾아 나서게 된다. ㄱ부터 ㅎ까지 한글 닿소리 14자의 힌트를 보며 신나게 한글 놀이를 하게 된다.

두 번째로 소개할 그림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수지 작가의 [움직이는 ㄱ, ㄴ, ㄷ]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림책을 놀 거리의 하나로 만들어주려는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있다. ㄱ, ㄴ, ㄷ을 동작으로 표현하였다. '기역'하면 '기차', '니은'하면 '나비' 같은 형식이 아니다. '기역'하면 '가두다', '니은'하면 '녹다'처럼 생각지도 못한 표현이 튀어나온다. 다음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고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과 퀴즈 놀이를 하기에도 그만인 책이다. 한글 공부하려고 잠시 펼쳤던 이 그림책을 수업 시간 내내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세 번째로 소개할 그림책은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저학년뿐 아니라 고학년과 중학생도 함께 감상하기에 좋다. 캘러그래피를 공부한 강병인 작가의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글씨 자체가 작품이다. 한글이 담고 있는 뜻과 정신을 담아 그린 붓글씨는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훈민정음의 정신까지 깃들어 있는 듯하다. 서예와 디자인의 접목은 새로운 글씨체를 탄생시켰다. 한 글자 한 글자 감상하느라 쉽게 넘어갈 수가 없다. 그림의 글자가 가지고 있는 뜻을 생각하며 천천히 넘기며 감상하게 된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그림책을 많이 만드는 김지연 작가의 [한글 비가 내려요]를 소개한다.

판화로 작업한 그림은 힘이 느껴지고 색은 선명하다. 열두 띠 동물들의 등장이 심상치 않다. 동물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글자 모양을 보면 따라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동물들의 표정과 생동감 넘치는 초록의 기운이 한글과 잘 어울린다.

다섯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1학년 1학기 교과서에 수록되어 많이 알려진 [생각하는 ㄱㄴㄷ]이다.

이곳 폴란드 출신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그녀의 그림책 중에는 폴란드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된 책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얼마 전에도 새로운 책이 한국에 출간되며 비대면으로 한국 독자와 만나기도 했다. 폴란드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까지 만들지 않았겠는가. [생각하는 ㄱㄴㄷ]은 ㄱ에서부터 ㅎ까지의 닿소리로 시작하는 단어에 상상을 더해 단어 하나당 10개로 표현되는 그림을 그렸다. 자음과 단어 그리고 색깔까지 익힐 수 있도록 그려진 그림을 보다 보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생각하는 그림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많지만 이쯤에서 정리해 본다. 우리 그림책이 한글을 익히고 사랑하는 데 좋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폴란드/바르샤바] 김은지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6기   현) 바르샤바 한글학교 대표교사   경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양대학교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연구원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