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통신원이 태국에서 겪은 코로나바이러스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7.16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태국 내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6월 27일 기준 태국의 총 코로나 확진자 수는 24만여 명으로 한국(15만 5천여 명)을 앞지른 지 이미 오래이며, 일 평균 3천에서 4천 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방콕에 거주 중인 통신원도 6월 중순 느닷없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6월 초 어느 날 남편이 인후통을 호소했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 피로 때문일 것이라고 무심코 넘긴 것이 원인이었다. 며칠 후 집 인근 병원을 찾은 남편에게 코로나 검사 명령이 내려졌고, 평소 집과 회사만을 오가며 살던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도 당연히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양성이었고, 태국인인 남편은 병원에 연계된 호텔(현지 병원 여건에 따라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연계된 호텔에 격리되기도 함)로 확진 당일 입소해야 했다. 남편의 갑작스런 코로나 양성 판정에 별 증상이 없던 통신원 또한 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 다음 날 나온 결과 역시 양성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와 같은 외국인 환자는 태국인들과 달리 입원할 병원이나 기관을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코로나19 검사 당시 태국인들은 검사 기관에서 입원할 곳을 주선해주며 치료비는 국가 부담이지만 외국인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대해 이미 고지를 받았지만, 직접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보니 여간 당황스럽지 않았다. 병원에서 안내한 대로 국가 콜센터에 연락하니 친절하게 “병원에 연계해줄 수 있지만 현재 발생한 환자 순서대로 처리하는 관계로 언제 입원이 가능한지는 확답해줄 수 없다. 빠른 입원을 원한다면 직접 사립병원들에 입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통신원이 7년 남짓 태국에 거주한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이런 안내를 듣고 정말 순수하게 기다린다면 몇 날 며칠은 기본으로 홀로 애태우며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대사관에도 문의해봤지만, 대사관 역시 국가 콜센터에 연락해 지침에 따르라고 안내해주었다. 보통 해외에 나와 거주하게 되면 대사관에 여러 도움을 기대하게 되지만, 대사관 역시 해외에 있는 국가기관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많은 제한이 따를 것이다. 다행히(?) 담당 영사가 국가 콜센터 지원으로 입원 시 최악의 경우 야전병원(대형 체육관, 전시장 등을 병원으로 개조한 것으로 냉방 등 시설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짐)에 배치될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 직접 사립병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통신원은 현지 친척들의 도움으로 확진 당일 방콕 인근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곳 말로 ‘센’(한국어로는 ‘줄’, ‘연줄’)을 사용한 셈이다. 만약 통신원이 혈혈단신 태국에 거주하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다. 태국은 한국과는 달리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어 공유되지도 않고 확진자 관리에도 부족함이 많다. 남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통보를 받았지만, 그곳까지 이동 수단은 알아서 확보해야 했다. 가족인 통신원이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는 것 또한 가족의 도움(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 창문을 연 채 이동)을 받아야 했으며, 우리 부부가 거주하던 집의 소독 또한 직접 업체를 수소문해야 했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확진 2주 전 방문한 장소를 작성하라고 해서 기억 나는 대로 작성했지만, 세심히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들을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고, 다행히 우리 부부 외 주변인(가족 및 직장동료)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통신원이 입원한 방콕 시내 한 병원의 격리병실 –

<통신원이 입원한 방콕 시내 한 병원의 격리병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약한 인후통과 근육통이 있었지만, 확진 이틀 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무증상환자인지 경미한 증상이 있는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엑스레이 검사와 증상에 따른 약 처방을 받았고 매일 3번 열, 산소, 혈압 확인 및 전화를 통해 매일 의사와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지에서 유명한 범룽랏, 사미티웻 등 시설이 아주 좋은 국제병원급은 아니어서, 의사 및 간호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태국어가 불가능하면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친절했고, 외부 음식과 물건 반입도 자유롭게 하는 등 환자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대부분의 병원이 그렇듯 병원 밥은 맛이 없고 다소 부실했지만(통신원이 코로나 증상으로 인해 입원 중 며칠간 후각 및 미각 상실을 겪은 탓도 있다.) 외부 음식 덕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병원에서 어느 날 나온 한 끼 식사, 만약 잘 먹는 성인이라면 부족할 수 있는 양이다

<병원에서 어느 날 나온 한 끼 식사, 만약 잘 먹는 성인이라면 부족할 수 있는 양이다. - 출처 : 통신원 출처>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편이 입원한 곳은 외부 음식 및 물건 반입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입원 기관별로 기준 편차가 커 보였다. 입원 기간 역시 통신원이 입원한 곳은 첫 증상 발현일로부터 2주인 반면, 남편이 입원한 곳은 확진일로부터 2주여서 남편이 하루 먼저 입원했지만 우리 두 사람은 같은 날 퇴원하게 되었다. 입원 기간 내내 남편은 부족한 음식 양으로 힘들어했다. 입원한 병실로 엑스레이 기계와 기사가 직접 찾아왔던 통신원과는 달리, 남편이 엑스레이를 촬영하러 호텔 밖에 주차된 의료용 버스로 잠깐 나갔다 왔다는 말에 부럽기도 하였다.

 

길기만 했던 2주는 금방 지나갔고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일상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찜찜한 마음은 남아있다. 우리 부부는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일까. 확진 전주에 잠시 물건을 사러 함께 다녀온 백화점이 가장 유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출퇴근하며 사용한 지하철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남편이 평소 점심을 포장하던 식당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어보니 역학조사, 확진자 발생 후 조치 등 여러 면에서 ‘K-방역’의 힘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6월 27일 기준 태국에서 발생한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는 3,995명, 현지 언론은 이미 병상 부족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쪼록 태국인들뿐만 아니라 태국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들이 코로나19 유행 기간을 무사히 보내시길 바란다.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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