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브라질 스트리밍 채널 텔레시네(Telecine)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 영화 <더 박스(The Box)>의 8월 공개 소식을 발표했다. 텔레시네는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브라질 유료 케이블 채널인 《Canais Globo》의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 소식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케이팝 팬들이 직접 나서서 일궈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찬열의 브라질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여러 배급사에게 <더 박스>의 브라질 개봉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팬들의 간절한 소망은 해시태그 '#TheBoxNoCinemaBR'를 달고 넷플릭스, 시네폴리스 같은 유명 배급 채널을 향해 퍼져 나갔다.  찬열 팬뿐 아니라 다른 케이팝 그룹 브라질 팬들도 캠페인에 동참하며 지지를 보냈다. 이에 텔레시네가 드디어 응답을 보내 온 것이다. 

여러분들의 애교 어린 요청에 임하여 찬열의 <더 박스>가 8월 텔레시네에서 공개됩니다. 이 멋진 아티스트를 위해 스트리밍해 봅시다!

<텔레시네가 트위터에서 ‘더 박스’ 8월 공개를 발표했다 -  출처 : 텔레시네 트위터(@telecine, 21.7.1)>

<더 박스>는 무대 공포증을 가진 지훈(찬열)이 프로듀서 민수(조달환)를 만나 성장해가는 버스킹 로드 무비이다. 3월 한국 개봉 첫날 2만 9,274명을 동원하며 ‘미나리’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주연을 맡은 찬열은 아이돌 그룹 EXO, 서브 그룹 EXO-K, EXO-SC의 멤버이다. 2012년 EXO-K 미니 1집 《마마(MAMA)》로 데뷔 후, <으르렁>, <몬스터(Monster)>, <러브샷(Love Shot)> 등 많은 히트곡을 내며 글로벌 가수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미씽나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장수상회>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약했다. 올해 3월에 입대하며 현재는 군 복무 중이다.

브라질 개봉 소식에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해냈다!”, “너무 감사하다. 우리의 노력이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8월 최고의 선물이다”, “(군에 간) 찬열에 대한 그리움을 이 영화로 달래겠다” 등 많은 팬들이 소원을 들어준 텔레시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 밖에도, 같은 그룹의 디오가 출연한 영화 ‘스윙키즈(2018)’ 개봉도 가능하냐는 팬의 질문에 텔레시네는 확답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캠페인을 시작한 브라질 EXO-SC 팬 계정 @EXOSCBR는 3월 당시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운동의 취지에 대해서 "좋은 한국 영화를 브라질에 소개할 수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지하는 스타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성공하길 바라는 팬들의 사랑이 느껴진다.

<지난 3월 팬 계정에서 시작된 '더 박스' 브라질 개봉 요청 태그 - 출처 : EXO-SC Brazil 트위터(@EXOSCBR, 21. 3. 18.)>

케이팝 팬들이 단순히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기획,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생산의 주체로 활동하는 것은 이미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9일 해쉬태그 '#PartyWithEXOandAnitta'가 브라질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다. 얼핏 보면 아니타와 엑소, 브라질과 케이팝을 대표하는 두 가수가 같이 콜라보라도 한 것 같지만, 실은 이나타 팬계정이 브라질 엑소 팬들과 만들어낸 합작 홍보 이벤트였다. 팬들은 두 가수들의 데뷔 앨범, 대표 음악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같이 해시태그와 함께 스트리밍을 인증했다. 이 이벤트는 브라질 음악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당일 트위터 검색 순위에 올랐다. 설령 양 팬덤을 통한 신곡 홍보가 그 목적이었을지라도, 둘 중 하나만 알았던 국내외 팬들에게 서로 눈도장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국내 가수와 케이팝 가수를 함께 보고 듣는 즐거움까지, 적어도 참여한 팬들은 모두 즐기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아니타 팬과 브라질 엑소 팬들이 함께 한 스트리밍 콜보 #PartyWithEXOandAnitta - 출처 :  BuzzFeed(21. 6. 9.)>

이제 팬 문화는 단순히 케이팝의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실제 한류를 끌어가는 주역이 되었다. 그들이 기꺼이 이벤트에 동참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재미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처음 브라질 팬 가슴에 한류라는 싹을 틔웠다면 그 열매 속 씨앗을 다시 새 땅에 퍼트리는 것은 바로 그 팬들이 될 것이다.

※ 참고자료

《Globo Quem》 (21. 7. 2.) <'The Box', filme de Chanyeol, do EXO, será lançado no Telecine>, https://revistaquem.globo.com/Entretenimento/kpop/noticia/2021/07/box-filme-de-chanyeol-do-exo-sera-lancado-no-telecine.html

《EXTRA》 (21. 7. 1.) <Após pedidos de fãs, 'The Box', estrelado por Chanyeol, ganha data de estreia no Brasil>, https://extra.globo.com/tv-e-lazer/k-pop/apos-pedidos-de-fas-the-box-estrelado-por-chanyeol-ganha-data-de-estreia-no-brasil-rv1-1-25085751.html

《uol》 (21. 6. 10.) <Fãs se unem para impulsionar Anitta e EXO no streaming>, https://observatoriodemusica.uol.com.br/noticia/fas-se-unem-para-impulsionar-anitta-e-exo-no-streaming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