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우리나라 시조를 배우는 미국 학교 선생님들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7.30

미국 공립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시조 워크숍이 7월 6일과 13일에 웨비나로 열렸습니다. 국제한국학회(회장 김성순)와 세종문화회(회장 오유심)가 주최하는 이번 시조 세미나에는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맥캔 교수, 브링겜 영 대학의 마크 피터슨 교수, 퍼듀대학의 대니엘 시에 교수, 데블린 고교 댑 홀랜드 교사, 애로헤드 고교 엘리자베스 졸갠슨 교사, 노트르담 고교 척 뉴엘 교사 등이 강사로 나섰습니다.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미국 교육자 대상 한국 역사 문화 웨비나]에 이어 열린 2021 버츄얼 시조 워크숍은 7월 6일 화요일 1시부터 3시까지 웨비나 형식으로 세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시조를 미국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 교수님으로부터 시조의 역사와 형식을 듣고, 데이비드 시에 교수님의 중국의 한시, 절구(Jueju) 강의와 마크 피터슨 교수님의 일본 하이쿠(Haiku) 강의를 들은 후, 시조를 통해 한국 문학을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고 학생들이 영어로도 시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하이쿠 형식이 미국의 초등학생들에게도 널리 가르쳐지고 미국 문화 속에 깊숙히 자리 잡은 것을 통해 우리나라의 시조가 미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소개되어 한국의 문학 장르로 미국 교과 과정에 포함되고 미국 학생들이 읽고 쓰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영어 시조 짓기 운동을 오래전부터 펼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한국학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맥켄 교수는 1966년에 2년 동안 한국에서 교편을 잡았던 것이 시조의 세계화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맥켄 교수는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와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를 예로 들어 시조의 형식을 소개했습니다.


▲ 하버드 대학 한국학 연구소 데이비드 맥켄(David McCann) 교수(우측 맨 위)가 시조의 형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통신원 촬영

▲ 하버드 대학 한국학 연구소 데이비드 맥켄(David McCann) 교수(우측 맨 위)가 시조의 형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통신원 촬영

▲ 하버드 대학 한국학 연구소 데이비드 맥켄(David McCann) 교수(우측 맨 위)가 시조의 형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통신원 촬영


위와 같이 각 장이 15자 정도로 이루어지고 전체 글자 수가 45자로 된 시조를 영어로도 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영어로 쓰는 경우에도 음절(syllables)의 수를 시조의 형식에 맞게 쓸 수 있으며, 종장에는 반전(twist)의 내용을 담음으로써 시조가 지니는 문학적 묘미를 더해줄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시조 워크숍을 공동 주최한 세종문화회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한국의 문화유산의 인식과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2004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데이비드 맥켄 교수의 후원으로 시조 부문이 생긴 2008년에는 세종 작문 경연 대회의 시조 부문 참가자 수가 150명 정도였지만 2018년에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시조를 출품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시조 작문 경연 대회 참가자가 한국인이 아닌 타인종 미국인이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들은 고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이나 사회 수업 시간에 교사의 지도하에 한국의 시조에 관해 배우고 시조의 형식에 맞춰 영어로 시조를 지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교과 지도 교사의 권유로 세종 시조 작문 대회에 출품하여 상을 받은 학생들이 늘어나며 미국 학생들의 시조 대회 참가율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애로헤드 고교 엘리자베스 졸갠슨(Elizabeth Jorgenson) 교사(우측 맨 위)가 지도한 학생이 세종문화회가 주관한 시조 경연대회에 출품해서 수상한 작품이다. 사진: 통신원 촬영

▲ 애로헤드 고교 엘리자베스 졸갠슨(Elizabeth Jorgenson) 교사(우측 맨 위)가 지도한 학생이 세종문화회가 주관한 시조 경연대회에 출품해서 수상한 작품이다. 사진: 통신원 촬영


애로헤드 고교 영어 교사인 앨리자베스 졸갠슨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쓴 시조를 어떻게 교정해주었는지 사례를 발표하고 학생이 쓴 시조 완성작을 소개했습니다. 시조의 글자수와 운율, 그리고 종장의 반전 내용이 잘 살아나도록 학생이 초안을 고쳐보도록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테네시의 노트르담 고교 영어 교사인 척 뉴엘(Chuck Newell)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하이쿠 형식으로 쓴 시를 시조로 변환한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 테네시 노트르담 고교 척 뉴엘(Chuck Newell) 교사가 일본의 하이쿠를 시조로 변환한 학생 작품을 소개했다. 사진: 통신원 촬영

▲ 테네시 노트르담 고교 척 뉴엘(Chuck Newell) 교사가 일본의 하이쿠를 시조로 변환한 학생 작품을 소개했다. 사진: 통신원 촬영


또한, 데블린 고교 댑 홀랜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친 학생 중 세종 작문 경연 대회에 참가해서 수상한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한국 전쟁에 관해 쓴 학생의 시조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친 후에 학생들이 시조를 지어 보게 함으로써 한국의 문화에 대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보는 활동으로 한국 역사 문화 학습을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 시조의 형식을 소개하는 댑홀랜드(Dab Holland) 교사(위)와 학생이 쓴 한국 전쟁에 관한 시조(아래)이다. 사진: 통신원 촬영

▲ 시조의 형식을 소개하는 댑홀랜드(Dab Holland) 교사(위)와 학생이 쓴 한국 전쟁에 관한 시조(아래)이다. 사진: 통신원 촬영


웨비나에 참석한 교사 3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시조를 자신의 교과 교육 과정에 포함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48%였으며, 학생들이 시조 경연 대회에 참가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33%, 성인을 위한 시조 경연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가 33%, 그리고 시조를 친구나 동료 교사들에게 소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7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이번 시조 워크숍의 취지가 웨비나를 통해 효과적으로 미국 교육자들에게 전달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참석 교사들에게는 시조를 짓는 것과 시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시조 학습 지도안을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을 과제로 내주었습니다. 미국 교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워크숍에 참석하고 과제를 잘 수행한 로스앤젤레스 교육구 소속의 교사들에게는 교사 연수 점수를 인정받아 급여 인상을 받을 기회 또한 제공했습니다. 미국 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시조 워크숍은 7월 20일, 세 번째 세미나에서 참석 교사들이 지은 시조 중 우수한 시조를 낭송하는 시간과 우수한 시조 학습 지도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국어로 지은 시조는 영어로 번역하고, 영어로 쓴 시조는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어,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세종문화회 웹사이트에 소개되고 있으며, 다른 언어권 나라에서도 글자 수와 형식에 맞게 시조를 지을 수 있어 시조의 세계화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문단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나라의 시조를 오래전부터 미국 학생들에게 소개해 온 데이비드 맥켄 교수님과 고등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시조 경연 대회와 교사 워크숍을 개최해 온 세종문화회의 오랜 수고에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차세대 한국 학생들이 미국 학교에서 미국 학생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시조를 공부하고 직접 써 보는 흐뭇한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봅니다.


[미국/캘리포니아] 조한나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 6기  
현) 데이비스 교육구 재직  
경력)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교사  
대학 강사 및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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