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베를린대중교통공사가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방법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02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화예술계의 타격이 극심한 가운데 베를린 대중교통공사(BVG)의 문화계 지원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베를린 지하철과 버스, 트람을 운영하는 베를린 대중교통공사는 지난 6월 7일부터 문화 티켓(Kultur-Ticket)을 발행하고 있다.


<베를린교통공사에서 발행하는 문화티켓. 티켓값 총 4유로를 지불하면 1유로는 베를린 예술가들에게 기부된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베를린교통공사에서 발행하는 문화티켓. 티켓값 총 4유로를 지불하면 1유로는 베를린 예술가들에게 기부된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베를린 대중교통 티켓 1회권은 3유로. 이용자들은 여기서 1유로를 더해 문화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총 4유로를 내면 1유로는 베를린 문화예술계를 위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기부 캠페인 시작과 함께 베를린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지하철역 티켓 기계는 동시에 '문화 티켓' 홍보 부스로 바뀌었다. 티켓 구입 시스템에서 손쉽게 문화 티켓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베를린 대중교통공사 측은 '우리 수도는 지난 18개월 동안 락다운 규정으로 문화계가 중지되었다. 이제 겨우 문이 열리고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문화예술가들은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BVG 문화티켓으로 베를린 문화씬을 후원할 것이다. 문화 없는 베를린은 암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예술가들에게 직접 전달된다. 비교적 안정적인 국공립 문화예술 시설 및 종사자 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문화예술가들이 대상이다. 필요한 곳에 정확히 기부하기 위해서 베를린 시정부와 베를린 자유예술인 연합(Verein Bündnis Freie Szene Berlin e.V.)과 협업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리랜서 예술가들은 직접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순수예술, 무대 예술, 영화, 문학, 음악, 댄스, 클럽 등 종사자는 물론 큐레이터, 번역가, 행사 기술자 등 무대 뒤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가능하다. 기부금은 약 7주간의 문화티켓 판매 기간을 거쳐 8월 중순에 지급될 예정이다.



<베를린 지하철역 티켓 구입 기계마다 볼 수 있는 문화 티켓 캠페인 - 출처 : 통신원 촬영>

<베를린 지하철역 티켓 구입 기계마다 볼 수 있는 문화 티켓 캠페인 - 출처 : 통신원 촬영>


<티켓 구입 내부 시스템으로 추가해 손쉽게 문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티켓 구입 내부 시스템으로 추가해 손쉽게 문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평소에도 기발한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어온 베를린 대중교통공사는 이번에도 창의적인 캠페인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를린 각 지하철역 이름에 변주를 주고, 베를린 주요 문화씬이 참여해 무대를 꾸몄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서 문화예술계 저명인들도 힘을 보탰다. 클럽 DJ 알레 파르벤(Alle Farben), 독일 듀오 그룹 모데스엘렉토어(MODESELEKTOR), 드랙퀸 바비 브레이크아웃(Barbie Breakout), 영화배우 스테파니 스타펜백(Stefanie Stappenbeck)부터 디터 코식(Dieter Kossick) 베를리날레 전 집행위원장 등 세대와 연령을 아우르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BVG 문화티켓 홍보영상 갈무리. 기존에 있는 쉔하우저 알레(Schönhauser Allee)역은 '쇼하우어 알레(Showhauser Allee)'로,  다른 역은 클럽 문화를 연상시키는 긴 밤의 광장(Platz der langen Nächte) 역으로 바꾸었다.  - 출처 : Weil wir dich lieben 유튜브 채널(@Weil wir dich lieben)>

<BVG 문화티켓 홍보영상 갈무리. 기존에 있는 쉔하우저 알레(Schönhauser Allee)역은 '쇼하우어 알레(Showhauser Allee)'로,

다른 역은 클럽 문화를 연상시키는 긴 밤의 광장(Platz der langen Nächte) 역으로 바꾸었다.

- 출처 : Weil wir dich lieben 유튜브 채널(@Weil wir dich lieben)>



당초 캠페인의 목표는 10만 유로 이상 모금이다. 6월 7일 시작되어 6월 말 기준으로만 8만 유로 모금을 달성했다. 오는 18일까지 목표금액을 넉넉히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캠페인은 베를린 대중교통공사의 특성을 한껏 반영해 베를린 문화씬을 지원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도시 곳곳에 있는 지하철역, 그리고 티켓 기계에서 홍보된 '문화 티켓'은 나이와 성별, 직종을 막론하고 모든 베를리너들에게 가 닿는다. 또한 평소 베를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공감대와 연대를 이끌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소구력을 높였다.

 

이번 사례는 베를린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은 독일 그 어떤 도시보다 문화예술씬으로 유명한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을 가장 큰 규모로 실시한 곳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인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곳, 그리하여 베를린교통공사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기부금 캠페인을 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지금 그게 중요하냐. 쓸데 없는 곳에 돈 쓴다'고 하지 않고, 모든 베를리너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하는 곳, 바로 베를린이다. 

 

※ 사진, 영상 출처 및 참고자료
Weil wir dich lieben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2X0FJ8YW0MY


이유진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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