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주정뱅이 '따치디또'에서 문화국가로... 멕시코 내 변화하는 한국 이미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03

한국인들을 일컫는 명칭코레아노(Coreano)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따치디또(tachidito)로 바뀐다아무도 이 시절엔 한국인을 코레아노라고 부르지 않았다한국인이란 명칭보다 방송에서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주정뱅이’, 즉 자기 말만 한다는 의미의 따치디또로 불리게 된 것이다따치디또가 한국인을 의미하게 된 것은 이 인형이 2002년 대한민국을 알리는 대한민국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했기 때문이다멕시코 방송에서 2002년 당시월드컵 취재를 위해 따치디또를 한국에 데리고 가서 붉은 악마와 응원도 하고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며 멕시코에 당시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따치디또가 2002년 한국 월드컵을 응원하는 영상 – 출처 : Clasicos TV 유튜브 채널(@Clasicos TV)>


이후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인을 코레아노’ 대신 따치디또라 부르며 비아냥대는 상황도 벌어지곤 했다그러나 점차 멕시코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선전하기 시작하고한류의 확산과 함께 현지에는 한국의 날이 제정되는 등 국가 이미지가 제고되면서 이제 더 이상 한국인을 따치디또라 부르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어려워졌다멕시코 현지인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따치디또라 외치기보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를 건넨다코레아노라는 표현보다 더욱 자연스럽고도 발전된 인사다멕시코가 한국에 대해 잘 몰랐을 당시좋든 싫든 따치디또가 한국을 대표했다면 지금은 여러 한국문화가 국가 이미지를 대변한다.



<따치디또 – 출처 : 따치디또 페이스북 페이지(@TachiditoOficial)>

<따치디또 – 출처 : 따치디또 페이스북 페이지(@TachiditoOficial)>


2000년대 초반중국의 개방 정책에 맞물려 멕시코에는 이민자들이 대거 진출했다. ‘총기 사고와 마약 범죄로 인식되던 국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서부개척 시대처럼 한국뿐 아니라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중국이탈리아스페인 등 전 세계 인종이 멕시코로 향했다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아직 때묻지 않은 멕시코 시장은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일하러 온 사람여행하러 온 사람 대부분이 귀국보다는 멕시코 체류를 택했다특히 한국인 중에는 집을 팔아 장사 밑천을 마련해 온 사람도 많았다이미 과거 남미에 정착한 한인들도 남미 경제의 불황으로 멕시코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이주했다. 13천만의 인구저녁에 산에 오르거나 비행기에서 멕시코시티를 내려다보면 멕시코는 금가루를 뿌린 듯 찬란했다과장을 보태 장난감 차에 바퀴가 없어도 물건이 팔리던 때로도 인식된다.

 

이주와 호황은 비자 문제로 이어졌다외국인으로서 멕시코에 거주하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체류 비자를 상업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그러나 사업이 호황이었던 만큼 입국 서류만 보유한 채 일하는 사람도 많았다멕시코 이민청은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단속을 시작하기도 했다부작용도 컸다한인들만 보면 무조건 단속반 차에 태워 이송했던 것이다이 시기한인들은 대거 불법 이민자실에 격리되기도 했다한인들의 불법 이민 기사에 더불어한인 운영 공장에서의 인권 문제 역시 조명됐다밀수 물건을 판매한다는 꼬리표도 함께 붙었다. 2002한일 월드컵이 한창이었을 당시에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월드컵 개최지보다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인형따치디또에 머물렀다월드컵보다 인형이 더 유행했던 때였다무척 드물지만 아직까지 한국인이 길거리에 지나가면 따치디또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멕시코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그 이미지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중국인들이 멕시코에 대거 진출한 이후부터다중국이 경제를 개방하면서부터 한인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해 멕시코에서 팔기 시작했는데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들은 멕시코에 직접 진출하기 시작했다한인들이 꿰차고 있던 상권은 중국인중국 자본과 물량에 자리를 내주었다이때부터 한국인을 봐도 현지인들은 니하오마라고 인사하기 시작했다중국인의 본격적 진출 이후멕시코에서 중국은 카피 제품값싼 물건 등의 이미지로 인식되곤 한다.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지난 약 20년 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한국 자동차핸드폰 등 소비재에 이어 한국 드라마케이팝의 나라로 인식된다한글을 배우고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늘었다이처럼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가 됐다국가기업개인들의 노력이 모여 다이나믹 코리아는 이제 문화를 창조하는 국가가 되었다.


조성빈

  •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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