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을 일컫는 명칭, 코레아노(Coreano)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따치디또(tachidito)로 바뀐다. 아무도 이 시절엔 한국인을 코레아노라고 부르지 않았다. 한국인이란 명칭보다 ‘방송에서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주정뱅이’, 즉 자기 말만 한다는 의미의 따치디또로 불리게 된 것이다. 따치디또가 한국인을 의미하게 된 것은 이 인형이 2002년 대한민국을 알리는 대한민국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방송에서 2002년 당시, 월드컵 취재를 위해 따치디또를 한국에 데리고 가서 붉은 악마와 응원도 하고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며 멕시코에 당시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따치디또가 2002년 한국 월드컵을 응원하는 영상 – 출처 : Clasicos TV 유튜브 채널(@Clasicos TV)>
이후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인을 ‘코레아노’ 대신 따치디또라 부르며 비아냥대는 상황도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점차 멕시코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선전하기 시작하고, 한류의 확산과 함께 현지에는 ‘한국의 날’이 제정되는 등 국가 이미지가 제고되면서 이제 더 이상 한국인을 따치디또라 부르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어려워졌다. 멕시코 현지인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따치디또”라 외치기보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를 건넨다. 코레아노라는 표현보다 더욱 자연스럽고도 발전된 인사다. 멕시코가 한국에 대해 잘 몰랐을 당시, 좋든 싫든 따치디또가 한국을 대표했다면 지금은 여러 한국문화가 국가 이미지를 대변한다.
<따치디또 – 출처 : 따치디또 페이스북 페이지(@TachiditoOficial)>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개방 정책에 맞물려 멕시코에는 이민자들이 대거 진출했다. ‘총기 사고와 마약 범죄’로 인식되던 국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서부개척 시대처럼 한국뿐 아니라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인종이 멕시코로 향했다.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아직 때묻지 않은 멕시코 시장은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일하러 온 사람, 여행하러 온 사람 대부분이 귀국보다는 멕시코 체류를 택했다. 특히 한국인 중에는 집을 팔아 장사 밑천을 마련해 온 사람도 많았다. 이미 과거 남미에 정착한 한인들도 남미 경제의 불황으로 멕시코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이주했다. 1억 3천만의 인구, 저녁에 산에 오르거나 비행기에서 멕시코시티를 내려다보면 멕시코는 금가루를 뿌린 듯 찬란했다. 과장을 보태 ‘장난감 차에 바퀴가 없어도 물건이 팔리던 때’로도 인식된다.
이주와 호황은 비자 문제로 이어졌다. 외국인으로서 멕시코에 거주하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체류 비자를 상업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이 호황이었던 만큼 입국 서류만 보유한 채 일하는 사람도 많았다. 멕시코 이민청은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단속을 시작하기도 했다. 부작용도 컸다. 한인들만 보면 무조건 단속반 차에 태워 이송했던 것이다. 이 시기, 한인들은 대거 불법 이민자실에 격리되기도 했다. 한인들의 불법 이민 기사에 더불어, 한인 운영 공장에서의 인권 문제 역시 조명됐다. 밀수 물건을 판매한다는 꼬리표도 함께 붙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었을 당시에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월드컵 개최지’보다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인형, 따치디또에 머물렀다. 월드컵보다 인형이 더 유행했던 때였다. 무척 드물지만 아직까지 한국인이 길거리에 지나가면 “따치디또”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멕시코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 이미지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중국인들이 멕시코에 대거 진출한 이후부터다. 중국이 경제를 개방하면서부터 한인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해 멕시코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들은 멕시코에 직접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인들이 꿰차고 있던 상권은 중국인, 중국 자본과 물량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때부터 한국인을 봐도 현지인들은 “니하오마”라고 인사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의 본격적 진출 이후, 멕시코에서 중국은 카피 제품, 값싼 물건 등의 이미지로 인식되곤 한다.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지난 약 20년 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한국 자동차, 핸드폰 등 소비재에 이어 한국 드라마, 케이팝의 나라로 인식된다. 한글을 배우고,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이처럼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가 됐다. 국가, 기업, 개인들의 노력이 모여 ‘다이나믹 코리아’는 이제 문화를 창조하는 국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