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꼬레아 인 히우’ 돌아온 대면 행사에 환영하는 리우 시민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04

긴 팬데믹 동안 정체되었던 문화 행사들이 조심스레 돌아오는 최근 분위기 속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리우데자네이루시 중심지에 위치한 해군박물관에서는 현재 ‘꼬레아 인 히우(Coreia in Rio)’라는 한국 문화 행사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주브라질 한국문화원과 아시아칼라스(AsiaColors)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7월 8일부터 8월 15일까지 방역 지침에 따라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대면 행사의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통 음식 사진전, 관광지 사진전, 영상 투어, 케이팝 댄스 워크숍, 한글 캘리그라피 전시, 한복 체험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주브라질 한국문화원의 김완국 원장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의 문화적 교류를 돕기 위해서, 전통과 대중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로 구성했다. 이 행사가 (리우 시민들에게) 한국 문화를 즐기고 더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공동 주최측인 아시아칼라스의 최고 책임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마르셀리 토레스(Marcelle Torrres)는 코로나 시국에 맞춰 안전하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리우 시민들이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간만에 찾아온 문화 행사에 기다렸다는 듯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달여 진행되는 행사 입장권은 며칠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지금 신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취소표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최 인스타그램은 추가 입장을 문의하거나 요청하는 댓글로 가득하다.


<해군박물관에 마련된 ‘꼬레아 인 히우’ 행사장 외부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해군박물관에 마련된 ‘꼬레아 인 히우’ 행사장 외부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7일에 열린 개장 행사에서는 단아한 한국 전통춤, 태권도 시범 공연, 케이팝 댄스 공연이 함께하며 자리를 빛냈다. 아쉽게 오프닝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아시아칼라스는 SNS에 공연 영상을 공유해 앞으로 찾아올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바로 정면에 경복궁 근정전이 아름드리 근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경복궁 사진 양쪽에는 자리잡은 스크린은 한국의 여러 모습들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한국 전통 마을과 대도시 주변을 마치 실제로 천천히 둘러보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에 눈을 뗄 수 없다. 양편에는 한국의 주요 관광지와 한국 음식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입구에는 남녀 한복 한쌍이 전시되어 방문자들의 눈길을 끈다. 행사 기간 동안 마르셀리 최고 책임자가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며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 경복궁의 역사,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등 한국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귀를 쫑긋 기울이며 그녀의 설명에 집중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 한국 음식은 이곳 사람들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이다. 널리 알려진 김치, 비빔밥 이외에도 냉면, 불고기, 비빔국수, 보쌈 등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눈길을 끈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 있냐는 마르셀리의 질문에 서너 사람이 손을 들었다. 어디서 먹어볼 수 있나 궁금한 사람들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했다. 방역 때문에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사진으로만 다뤄야 하는 부분은 아마 이번 행사의 최대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르셀리는 이번 행사에서 방문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이벤트로 한복 체험을 꼽았다. 여성 저고리, 치마와 남성 두루마기의 아름다운 빛깔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한복 체험에 참가한 라이스는 친구들과 연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어본 소감을 물어보자 허리를 강조한 브라질 옷들과 달리 풍만한 실루엣이 색다르고 편안하다고 답했다. 똑 닮은 부녀 마리아와 루이스는 함께 남성용 두루마기를 걸치고 시크한 매력을 선보였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 내내 방문객들은 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방역 규정상 한복 체험은 주말 방문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은 코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글 캘리그라피 전시라고 대답했다. 뜻은 모르지만 글자와 그림이 담백하게 어우러져 예술로서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갤러리 한쪽 벽에 전시된 캘리그라피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나 사계절, 사물놀이, 옛시조 등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포르투갈어로 내용을 번역한 문구가 함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검은 먹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한아한 서체를 통해 한글을 모르는 관객들도 그 마음을 오롯이 느끼는 것 같았다.

 

한국 대중문화를 논하는데 케이팝이 빠질 수 없다.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커버 댄스는 브라질 청소년들의 주요 취미 생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행사 기간 중 7월 24일과 8월 7일 2회 치러지는 댄스 워크숍은 아마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통신원이 만난 방문객들도 모두 케이팝 워크숍이 가장 기대되지만 그 날짜의 입장권이 매진되어 구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뜨거운 관심에 아시아칼라스는 3주차 추가 입장권을 제공했지만 워크숍이 있는 토요일 표는 역시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행사장 내부 모습, 방문객들이 구석구석 전시를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행사장 내부 모습, 방문객들이 구석구석 전시를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케이팝 워크숍. 추가 입장권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 출처 : 아시아칼라스 인스타그램(@asiacolorsbr)>


행사장을 찾은 몇몇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람 소감을 물어보았다. 배우 박서준을 좋아한다고 밝힌 라리사(20살, 학생)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한국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번 행사를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라리사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한국어도 공부 중이라고 한다. 함께 온 친구 아드리엘리는 라리사가 24시간 동안 한국 이야기만 한다며 웃으며 거들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마리아(12살, 학생)는 아버지 루이지(47세, 엔지니어)의 손을 붙잡고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 부녀는 서로 다른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딸 마리아는 케이팝, 특히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좋아하며 보통 유튜브를 통한 한국을 접한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한글 캘리그라피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루이지는 과거 가난한 국가였던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변화 과정에 흥미를 느꼈으며 한국의 역사, 교육, 음식, 언어, 그리고 남북의 대립 등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교육면에서는 취약한 부분이 많기에 한국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

 

흡족하게 전시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마르셀리 최고 책임자에게 팬데믹 중에 대면 행사를 여는 것의 어려움과 다른 도시에서도 이러한 전시를 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마리셀리는 이번 행사는 리우에서만 열리는 일회적 행사이며 관객들의 피드백과 행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추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다행히 오는 8월 1일부터는 360도 가상 투어 버전이 온라인으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인터넷을 통해 함께 관람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아쉬운 점으로는 방역 문제로 음식 체험 코너를 실행할 수 없었던 것을 꼽았다.

 

작은 전시임에도 관람객 대부분이 한 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구석구석 흥미롭게 구경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에서 다른 문화와 경험에 대한 갈증과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여건이 되어 좀 더 전문적이고 자세한 정보가 함께 제공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무리 온라인 시대가 개막했다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손으로 눈으로 만지고 본 경험,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추억을 더 기억하고 선호한다. 행사장을 나가는 발걸음을 떼는 사람들이 이미 이 다음번을 기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서효정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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