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가 K-드라마에 빠졌을 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06

2021년 7월 9일, 독일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에서 한국 드라마 OST 앨범 <SHADES OF LOVE Korean Drama Soundtracks>이 발매됐다. 정통성과 무게감을 중요시하는 클래식 음반사가 한국 드라마 OST, 즉 K-뮤직 시장에 발을 들인 셈이다. 1898년 설립되어 전설적인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과 전속 계약을 맺을 만큼 역사와 명성의 깊이가 탄탄한 음반사가 무슨 이유로 한국의 드라마 OST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일까.


<도이체 그라마폰에서 발매된 한국 드라마 OST 음반 - 출처: Deutsche Grammophon>

<도이체 그라마폰에서 발매된 한국 드라마 OST 음반 - 출처: Deutsche Grammophon>


이번 앨범의 아이디어를 낸 건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Philipp Jundt). 스위스 출신으로 한국 축제에 음악 감독을 맡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연주자다. 그 외에도 현존하는 오보에 연주자 중 최고로 꼽히는 알브레히트 마이어(Albrecht Mayer), 피아니스트 제바스티안 크나우어(Sebastian Knauer),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Daniel Hope),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등 세계 정상급의 연주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번 앨범은 표지부터가 눈에 띈다. 어둡고 근엄한 분위기의 클래식 음반들 가운데에서 경쾌한 손가락 하트로 진지함을 날려버린다. 그러나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곡을 들어볼 수 있는데,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 한국 드라마의 익숙한 주제곡이 놀랄만큼 장엄하게 편곡되어 있다. 클래식의 선율을 만나 더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변한 느낌이다. 마치 원래부터 클래식으로 태어난 음악같다고나 할까. 특히 곡 리스트에 보이는 'Shades of Love - Red'와 'Shades of Love - Blue'는 참여 작곡가인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이 한국을 방문한 후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으며 태극문양의 빨강과 파랑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이 클래식으로 승화(?)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필히 들어보아야 한다. 플레이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01. Beautiful <도깨비>

02. 무이이야 <육룡이 나르샤>

03. 미스터 션샤인 주제가 <미스터 션샤인>

04. Always <태양의 후예>

05. 걱정말아요 그대 <응답하라 1988>

06. 그대라는 세상 <푸른 바다의 전설>

07. Stay With Me <도깨비>

08. Shades Of Love – Blue

09.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도깨비>

10. B Rosette <하얀 거탑>

11. 좋은 날 <미스터 션샤인>

12. 눈의 꽃 <미안하다, 사랑한다>

13. 무이이야 <Rock Version>, <육룡이 나르샤>

14. Shades Of Love – Red

15. Brain <Main Theme> <브레인>

16. 시간을 거슬러 <해를 품은 달>

17. 형을 위한 노래 <사랑의 불시착>


<도이체그라마폰이 공개한 메이킹 영상 캡쳐 - 출처: 도이체 그라모폰 유튜브 채널(@Deutsche Grammophon - DG I Stories)>


도이체 그라마폰이 유튜브에 공개한 메이킹 필름을 통해 음반 작업에 참여한 연주자들이 저마다 한국과의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영상음악 작업에 대한 감회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서양인이 서양악기로 한국음악을 연주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동안 문화의 흐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이되어 왔다. 한국과 아시아 연주자들이 일방적으로 서양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을 갈구하던 시기는 지났다. 한국 콘텐츠 확산을 계기로 생겨난 문화의 '역흐름' 개념은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클래식 문화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에 유난히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가진 독일에서, 그것도 전통있는 클래식 음반기획사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음악을 편곡하여 발표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순히 한류와 케이팝 시류에 편승했다고 보기엔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를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콘텐츠가 질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참고자료

https://www.deutschegrammophon.com/en/catalogue/products/shades-of-love-korean-drama-soundtracks-12360

https://www.youtube.com/watch?v=5841kGOD4Ck&ab_channel=DeutscheGrammophon-DGIStories



이유진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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