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구소련 시기 카자흐인의 도움으로 우연히 보관된 문헌비고의 역사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8.09

<알마티시 중심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알마티시 중심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

<알마티시 중심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


알마티 도시 중심부아블라이한-아바이 거리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의 국립도서관은 1910년 설립되어 1991년 국가 주요 도서관으로 국가적 지위를 얻었고공공 면에서도 중요성을 인정받아 문화재에도 등재되었다알마티 국립도서관은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으로다양한 분야에서 광활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국내자료뿐 아니라 전 세계 언어로 된 서적 역시 찾을 수 있다도서관에는 한국에 관련한 책도 쉽게 찾을 수 있다한국과의 연관도 깊다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가져와 보관하던 문헌비고도 보존되어있기 때문이다통신원은 알마티를 방문하여 문헌비고를 보유 중인 도서관을 찾았다문헌비고는 동국문헌비고증보문헌비고라 불리며조선시대였던 1770년에 인쇄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역사문화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알마티 국립도서관의 소장문서, 문헌비고><알마티 국립도서관의 소장문서, 문헌비고>

<알마티 국립도서관의 소장문서, 문헌비고>


도서관의 직원들은 동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문헌비고는 총 38권이라 언급했다. 2005년에는 한국 학자들이 방문하여 약 한달 동안 연구하면서 문헌비고를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이후 학자들은 도서관에 전시된 한국 관련 도서들의 목록을 작성했다다만대부분 도서가 한자로 쓰여있다는 점에서현재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큰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카자흐스탄에서 한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련 시기 고려인 강제이주의 결과 문헌비고는 크즐오르다로 보관장소를 옮겼다그 과정에서 38권만이 보존 가능했다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에게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어로 된 책을 보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당시 극동대학의 교수 파벨 필리포비츠 니(Павла Филипповича Ни)는 이웃이었던 카자흐인 케멜바이(Кемелбай)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케멜바이는 고려인들의 사정을 생각해 후폭풍을 감안하고 문헌비고의 보관 방법을 알려주었다당시 알마티에서 크즐오르다까지 운영하는 기차의 기관사로 일했던 그는 알마티에 큰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고기차 내부 난로에 불을 붙이는 척을 하며 문헌비고를 몰래 숨겨 알마티까지 무사히 가져갈 수 있었다.


<문헌비고의 내부>

<문헌비고의 내부>


케멜바이의 용감한 마음과 성실한 행동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알마티 국립도서관 보관실에서 한국의 고문서들을 볼 수 있게 됐다당시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졌다면 케멜바이는 정치범으로 처형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카자흐스탄에게는 이웃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고문헌비고가 역사적인 책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쓴 것이었다그 결과 문헌비고와 역사적 가치는 지금까지 남아있다한류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주목받고 있으나현재의 문화는 고대 문화가 발전을 거듭하여 이뤄낸 것이다문화와 예술은 언제나 고전에서 발전해왔다.

 

구소련 시기문헌비고의 존재를 주제로 기자들은 한두번 기사를 발행했지만 특별히 연구되진 않았다소련의 엄격한 정책 때문이었다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이후부터다알마티 국립도서관은 외국의 서적을 소개하고 홍보하기 시작했다참고로 12세기, 18세기 꾸란 등세계 도서관에 없는 책들은 이곳에서 대거 소장하고 있다. 12세기 꾸란은 그중에서도 희귀한 문서로쿠픽 문자로 쓰여있다카자흐스탄에서도 가장 오래된 책으로 간주된다꾸란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셀주크 왕이었던 술탄 산자르(Sultan Sanjar, 1118~1157)가 그의 누나에게 선물로 준 성스러운 책이라는 정보도 기재돼있다연구원들은 좋은 선물이 그녀의 결혼을 계기로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도서관에는 한국의 문헌비고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고문서를 보관되어 있다동양과 아랍을 포괄한 전 세계의 문서는 모두 한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역사적 가치가 깃든 고문서의 존재로 관련국들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문화적으로도 협력을 넓히고 있다문헌비고와 같은 오래된 정보를 통해 더 빈번한 교류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옛 서적은 현대의 책들보다 더 무궁한 연구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https://www.caravan.kz/gazeta/korejjcy-plakali-nad-svoim-sokrovishhem-536258/


아카쒸 다스탄성명 : 아카쒸 다스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누르술탄 통신원]
약력 : 현) 카자흐스탄 신문사 해외부 한국 담당 기자 카자흐스탄 기자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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