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부 제니퍼는 요새 한식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어나자 외식이 대폭 줄어들며,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진 탓이다. 워낙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국 요리를 만든다고 한다. 불고기, 낙지볶음, 육개장 등 소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주로 만든다는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바로 한국산 밀키트 제품이다. 밀키트란 요리에 들어가는 식재료와 양념 등이 미리 손질되어 누구나 쉽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간편식의 종류를 말한다. 최근 홍콩에는 한국산 밀키트 제품이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다. 대기업 제품을 비롯하여 중소기업 제품까지 다양한 한국산 밀키드 제품이 홍콩의 마트와 쇼핑몰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는 홍콩 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프리미엄 간편식 쇼핑몰인 ‘어니언 마켓(Onion Market)’과 밀키트 제품 9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와 양념을 더한 제품으로 홍콩 시장을 공략예정이다. 또한 프레시지도 홍콩에 정통 한식 메뉴를 포함한 밀키트 31종을 수출한다. 홍콩에 한국산 밀키트 제품이 호황을 이루고 있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외식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홍콩 인들은 최근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오거나 혹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등 식문화에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을 선호하는 20~40대 층에서, 밀키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한국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던 난이도 높은 음식을 손쉽게 집에서 만들어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홍콩인 프리실라는 얼마 전 조촐하게 친구 몇 명과 집에서 생일 파티를 했다. 케이팝 아티스트 팬클럽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모두 한식에 관심이 많아 음식은 한식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마트에서 구입한 한식 밀키트로 불고기, 국물떡볶이, 부대찌개를 만든 그녀는, 웬만한 한국 식당 음식 못지 않은 한 상을 차렸다며 뿌듯해했다. 특히 한국 식당 가격의 반도 안되는 금액으로 음식을 장만해 가성비도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잭슨은 홍콩에서 밀키트가 유행할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우선 홍콩은 1인 가구가 많고 간편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밀키트가 잘 팔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홍콩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협소한 가구가 많기 때문에 음식 손질에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밀키트는 홍콩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 음식이라고 했다. 한국 밀키트의 인기에 대해, 그는 “홍콩에서 한류와 더불어 한식의 인기가 늘어났고, 한국 여행을 즐기는 젊은 층이 많아지며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히 김치, 불고기만 찾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다양한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 한국산 식재료로 만들어진 다양한 한국 음식 밀키트는 홍콩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면서 “특히 시간과 비용적인 면에서도 합리적이라 더욱이 젊은층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홍콩의 웰컴, 파크앤숍 등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신세계등에서 운영하는 한국 식품점에서도 한국식 밀키트는 인기가 상당히 높다. 이렇게 고무적인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7월 5일부터 약 한 달간 한국식품 대규모 종합판촉 행사를 진행중이다. 홍콩의 유명 연예인과 언론이 함께 참여하여, 파크앤숍 등 홍콩 최대 유통 매장 50여군데에서 홍콩에 진출한 다양한 한국 농식품과 친환경 신선 농산물을 현지 소비자에게 홍보 중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조리가 용이한 가정간편식들도 빠지지 않고 있다.

오는 8월 중순경 5일 동안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최대규모 식품 전시회인 '푸드 엑스포'에 '한국관'이 개설되며, 다시 한번 한국 밀키트에 대한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하반기 한국 식품의 수출에 있어 밝은 미래가 전망된다.

홍콩의 음식 평론가 라이언은 “이미 한국 밀키트는 홍콩 젊은이들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고령층을 고려한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한국식 밀키트, 가령 닭백숙, 오리백숙과 같은 제품 등도 더 많이 출시되면, 건강을 가장 중시하는 홍콩 전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팁을 줬다.

<홍콩에서도 판매되는 한국산 밀키트 – 출처 : 프레시지(Fresheasy)>

• 성명 : 이성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홍콩/홍콩 통신원]
• 약력 : 현) North head seven star(마케팅 디렉터) Gangnam Korean School 운영 KBS 한국방송 교양제작부 작가 및 여성동아 편집부 기자